성범죄 2심서 '된서리'-한겨레 2004-05-13

성범죄 2심서 ‘된서리’

‘아동 성추행’법정구속
‘동료 성폭행’중형선고

1심 법원에서 성추행 피해 어린이의 비디오 진술이 일부만 인정돼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났던 60대 남성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비디오 진술의 신빙성을 모두 인정해 중형 선고와 함께 법정에서 구속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이홍권 부장판사)는 12일 ㄱ양(4)과 ㅈ양(5)을 성추행하고 상처를 입힌 혐의(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치상)로 기소된 어린이집 운전기사 김아무개(60)씨에게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두 아이를 성추행 및 강제추행치상했다고 검찰이 기소한 김씨의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비디오 진술’모두 인정‥보석석방 60대 중형

1심 판결을 맡았던 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아이들이 입은 상처는 다른 외부 충격으로도 가능하며, 네살짜리인 ㄱ양의 비디오 진술은 상담사에 의해 유도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ㅈ양에 대한 추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ㄱ양에 대한 추행 및 ㄱ·ㅈ양에 대한 추행치상 혐의는 무죄 선고했던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ㅈ양 성기에 나타난 상처는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하면서 생길 수도 있는 것이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진단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김씨의 추행으로 ㅈ양이 상처를 입었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를 예시하며) 암시를 주는 듯한 상담사의 질문이 부적절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상담과정에서 나타나는 ㄱ양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에 비춰보면 ㄱ양이 상담사의 유도로 거짓진술을 했다거나 또래 아동들과 비교해 특별히 인지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혀, ㄱ양의 비디오 진술을 유죄 혐의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상담사와 아이들이 대화를 나눈 비디오 자료를 처음으로 증거로 채택하기는 했으나, 피해 어린이의 일부 진술에 대해서는 “믿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쪽 관계자는 “지금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전문가 도움을 받아 비디오 진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경찰서에 비디오 진술을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전문요원을 확충해 피해자들이 검찰과 법원에서 재차·삼차 고통을 당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