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 아동성매매 관광 “재앙수준” -일다, 11월 1일자

한국남성 아동성매매 관광 “재앙수준”

ECPAT인터내셔널, 한인남성 범죄고발

정희선 기자
2005-11-01 02:45:18
한국남성의 아동청소년 해외 성매매 관광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청소년을위한내일여성센터와 ‘ECPAT Korea’ 주최로 10월 31일 서울에서 열렸다.

ECPAT 인터내셔널은 세계 65개국에서 아동에 대한 상업적 목적의 성적착취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로, 이를 규제하기 위해 여행사와 행동강령을 체결하는 등 아동 성매매 반대 캠페인을 전세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외국에서 성착취 범죄 저지르는 한국남성들

심포지엄에선 ‘아동 성매매 관광’을 모국이나 자신의 거주지역을 벗어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18세 이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하는 상업적 목적의 성적착취를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관광 중 아동에 대해 행해지는 성적착취’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거주지역을 벗어난 여행이라는 의미는 국제여행뿐 아니라 아동 성매매 관광을 위해 하는 국내여행도 포함한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발제는 필리핀과 캄보디아에서 이루어지는 한국남성들의 아동 성매매 관광 실태였다. 발표자들은 동남아 국가 관광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포트 ECPAT 필리핀 사무국장은 한국 관광객이 쓰고 가는 돈과 한국인들의 문화가 필리핀의 경제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 내 한국인들이 저지르는 범죄행위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며, 이들은 대부분 한국 범죄집단이나 조직폭력단에 소속돼 필리핀 범죄집단들과 함께 살인, 사기, 절도, 마약, 불법 인원모집 등에 연루돼 있다고 한다. 2004년 한 해 필리핀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10명의 한국인이 필리핀 이민국에 의해 추방됐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 거주자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 술집과 유흥업소들이 성매매를 위해 여성과 아동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편을 이용해 신부감을 제공해주는 국제 범죄조직단들에서도 필리핀에 이름이 등록되어 있는 한국인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 성 산업으로 많은 필리핀 여성들이 밀매돼 유입되고 있는데, 이중 다수는 외국인들이나 필리핀 범죄집단과 협력하는 한국 범죄집단들이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포트 사무국장은 “(이 같은 일들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특성상 한국인들이 연루된 인신매매 및 아동 성학대에 대한 사건기록은 많지 않지만, 보고된 사례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물리적, 감정적, 경제적 폭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공항, 여행사 연계 캠페인 등 적극적 대응필요

이경은 청소년위원회 청소년 보호팀장은 한국인들의 해외아동 성 착취가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부터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한국의 성매매 관련 법과 제도는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있지만, 성매매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현실을 바꿔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외국의 경우 자국 내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에서조차 아동 성매매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아동 성매매 예방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국가들은 아동 성매매 관광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공항, 여행사, 여권발급사무소 등 여행 출발지에서부터 리플렛을 배부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도착 국가에 ‘아동 성매매 관광 방지법’이 있다는 사실을 기내 스크린을 통해 승객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한다.

호주는 호주경찰이 아시아 국가에 배치돼 성매매 관광을 적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 적발되는 성 구매자는 호주와 여행국가의 법에 의해 동시에 처벌을 받는 ‘이중처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정보도 소개됐다. 실제 2004년 호주 전직 외교관이 발리에서 아동 성을 구매한 이유로 발리교도소에서 13년 형을 선고 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의 제반 업체들과 더불어 해외 아동 성매매 관광이 집단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현지 거주 한국인들에 의한 기업적 성매매 산업의 사례들이 공공연히 거론되는데도, 문화관광부 등 관계 부처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무력한 태도를 보였다. 성 구매자들의 국가인 한국에선 정부가 아동 성매매 관광에 대해 조사한 자료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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