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상담 남자라서 2배 노력했죠 ”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 남자라서 2배 노력했죠 ”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7-07-22 19:21

국민일보와 삼성전자,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41회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 배명섭(31·대구시 재활복지팀·사진)씨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전국 최초의 남자 상담원이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가 군복무 후 사회복지학과로 진로를 바꾼 그는 2002년 7월 대구 수성구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임용됐다가 2005년 4월 대구시 여성회관으로 옮기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여성회관 내 성매매피해상담소 사상 초유의 남자 상담원으로 근무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설렘도 잠시, 처음 몇 개월 동안 그는 책상만 지켰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하루 종일 상담전화 한 통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앉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자”는 것이었다. 생각을 바꾼 그는 바로 대구 지역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내 50여개 업소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업주들의 욕설과 호객행위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문전박대, 직업 여성들의 싸늘한 눈빛뿐이었다. 같은 일은 하고 있는 여성단체까지 “남자 상담원이 어떻게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비아냥거렸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진심이면 통한다’는 좌우명을 되뇌며 지속적인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피해 여성들이 내 여동생이거나 누나라면 어떻게 할까’하는 마음으로 그들과 만났고 병원, 경찰서, 법원 등을 함께 정신없이 뛰어다녔지요. 그 결과 인신매매를 당해 남편과 아이로부터 떨어져 2년 동안 성매매 업소에 감금돼 있던 정신지체장애인을 구출하고 업주를 구속시키는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 분야에 정성을 쏟았다. 성매매 피해자 의료지원기관 지정협약서 체결, 성매매피해상담소 법률지원단 구성, 성매매 방지 자원봉사단 구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제시대부터 100년 동안이나 이어져 오던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에 피해 여성들을 위한 현장지원센터인 ‘동그라미’를 지난해 3월 개소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동그라미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상담한 120여명 가운데 47명의 피해 여성들에게 생계비, 의료비, 직업훈련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탈 성매매와 자활의 꿈을 심어줬다. 올해는 60명의 자활을 지원하는 것이 배씨의 목표다.

주경야독 끝에 다음달 영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는 배씨는 “다른 지역의 성매매피해상담소는 시가 직접 운영하는 대구와 달리 사회단체 등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상담원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