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코 치즈코 만남 후기1] 이루머들과 우에노 치즈코, 우린 연결되어있다_고진달래


 
이루머들과 우에노 치즈코,  우린 연결되어있다.
_고진달래
 

                                                                  
 


 

이룸 안에서 첨예하고 끈질기게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논의를 하던 중에, 우에노 치즈코의 한국방문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것도 이룸의 회원인 승짱이 통역을 맡았다고 하여, 승짱에게 현장단체인 이룸과 이론가인 우에노 치즈코와 만남을 제안했다. 성노동과 반성매매의 논쟁 구도 안에서 늘 반쯤은 비켜서있는 이룸은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포지션으로 서 있어야하는가. 우에노 치즈코에게  어떤 단서를 얻을수 있지 않을까란 절박함들이 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의 활동 방향이 맞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거 같다.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1.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 과정에서 가난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여성들의 사례들을 만나게 된다. 성매매의 수요가 많아지고 성매매산업이 다양화되다보니 자본주의에서 돈이 필요한 성판매자들은 성매매 산업에 자발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성매매가 일이라고 말하는 성판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긍정하면서도 성매매가 구조적으로 ‘노동’이 될 수 없음을 동시에 말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우에노 치즈코에게 묻고 싶었다. 성매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우에노 치즈코는  성매매는 여성 혐오에 기반을 둔 성의 상품화라고 했다. 성매매는 사는 자와 파는 자가 있는데, 파는 여자와 사는 남자 두 행위, 이것은 두 행위 주체에게 굉장히 다른 행위라고 보았다. 명백하게 젠더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을 남자가 사는 것은 범죄화하되 여자는 처벌하지 않는 모델을 제안하였다. 놀랍고 반가웠다. 우에노 치즈코가 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 이룸이 주장하고 있는 성판매자들의 비범죄화 즉 노르딕모델인 것이다. 성매매는 젠더비대칭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을 사는 사람과 성을 파는 사람을 같은 행위자로  같은 조건의 매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성을 대가를 받고  파느냐 안 파느냐의 장벽이 굉장히 낮아져 있고 성매매 산업에 들어가는것은 굉장히 쉽다. 섹스 자체에 대한 장벽도 낮아졌기 때문에 쉽게 성산업에도 들어갈 수가 있다. 성판매가 쉬웠졌기 때문에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을 자발성으로 해석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강제성은 사라지게 된다.

2.

이룸의 ‘몹시’ 세미나 시간에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에서 성노동 논의는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일본의 성인 비디오는 전세계 남성들의 성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SWASH (sex work and  sexual health) 란 일본 성노동자들의 권리와 건강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성매매 논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일본은 이런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사정 산업(우에노 치즈코는 성산업을 남성들의 사정산업이라고 칭함)은 발달했지만 실제로 삽입을 하지만 밖으로는 삽입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교묘하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리에 나갔다가 성인 비디오나 포르노를 제작하여 여성들의 영상이 유출되는 경우가 있지만 본인이 동의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합법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나는 평소, 일본의 여성주의자들은 일본의 성인 비디오와 포르노 산업이 세계 남성들의 성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하고 있으며 반대 운동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3.

근래 게이 성노동 당사자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성매매 논의 안에서 성노동의 목소리에 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섹슈얼리티의 실천으로 보는 관점도 있는데 이룸에서 말하는 성매매의 논의와는 결이 조금은 다른 측면도 있다. 성소수자의 성매매를 볼 때 무엇을 더 들여다봐야하는가. 우에노 치즈코는 게이 성매매에서는 판매하는 사람도 고객도 남성들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는 젠더비대칭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같은 성판매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남성의 성판매 행위와 여성의 성판매 행위는 명백하게 다른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힘의 위계도 다르고,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도 다르고, 언어적 비하의 빈도, 성추행/ 성폭력의 경험 등등의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4.

현장에 있다보면 어떠한 대안이 없어서 안마나 룸, 다방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 전에 어떤 일도 해보지 못하고 자원과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있다. 실제 돈이 필요해서 술접대로 발을 들여놓다보면 돈을 더 많이 주는 성매매는 너무나 쉬운 선택지가 된다. 한국 남성들의 인식은 돈을 주면 여성의 몸에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의 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술을 부어 마시거나, 회접시로 쓰거나 집단적으로 성희롱을 하거나, 성행위를 한다. 이렇듯 남성들의 집단 성문화로 자리잡았다. 돈을 줬으니 성희롱은 성희롱이 아니게 된다. 남성과 술이 있는 어느 곳이든 접대부가 필요하고 넘쳐난다. 접대부의 역할이 왜 필요한가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런 주장들은 곧 성판매 당사자들을 향한 공격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이 활동을 하면서 성매매를 일으키는 거대구조와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성판매 개인을 균형있게 보기 위해 늘 검열을 하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이런 딜레마를 안고 있는 우리들에게 우에노 치즈코는  전략을 세울 때 장기, 중기, 단기로 세워야하고, 지금 당장의 해결해야하는 현실의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페미니즘의 이상주의는 버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우린 짧은 시간동안 성매매현장과 여성주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주고 받았다.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에 대해서 단서도 얻었지만 또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장기 목표를 무엇으로 둬야하는지에 대한 숙제도 받았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정리하면서 우에노 치즈코에게 이룸이 만나자고 제안을 했을 때 어떤 기대를 했었는지, 왜 흔쾌히 만나겠다고 했는지를 물었다. 이룸으로서는 충분히 힘을 받고, 이론을 얻을수 있는 자리였는데 우에노 치즈코에게는 이 시간이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했다.

우에노 치즈코는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고 한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무엇으로 보람을 보상을 얻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했다. 실제로 우에노 치즈코는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로 활동가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 쳐다보면서 깊은 관심을 표현했다. 어떻게 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적은 월급을 받고 어떤 동기로 남아있게 되었는지, 이 일을 통해서 어떤 보상을 받는지, 지금 삶은 어떤지 등등의 활동가들에 대한 관심을 먼저 표현했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이룸은 위안을 받았다.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의미가 있구나, 그런 인정과 칭찬이 필요했었나싶다. 활동가들은 이상하게 자신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박한거 같다. 어디에서도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만한 꺼리는 적고, 사건 해결이 잘못되면 자책하고, 늘 반성해야하는 일은 더 많다. "이 일을 통해서 어떤 보상을 받습니까," 란 질문도 참 생소하면서도 의미있게 들렸다. 그래, 왜 우린 이런 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이루머 별의 대답이 콧 끝 찡하니  우리의 가슴을 울렸다.  

“페미니즘은 자기를 구하는 윤리라는 말이 뭉클했습니다. 저의 보람은 지원을 할 때 그 타자를 만나면서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고 이렇게 사는 게 치열한데  우리 같이 살자, 죽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왜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현장 여성들을 만날 때 그런 것을 주고받게 됩니다. 이 경험이 되게 중요한 사랑으로서의 경험인데, 저에게 그런 경험이 사소하지 않다,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신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같이 살자, 살아보자”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기꺼이 연결해준 승짱과 부깽,

뜨겁고 진지하게 함께 해준 전/현직 이루머와 현직 이루머의 가족들!!

이 자리에서 난 확인했다. 우리의 활동이 결코 외롭지 않음을… 12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이룸의 활동이 지조있게 별나지만 빛났음을 알았다. 모두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