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칼럼]이룸의 정원_허허

이룸 사무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라고 느끼고는 있지만, 후원금으로는 월세와 1년의 자동차 보험료 납부하면 끝인지라 다른 곳의 이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에 엘리베이터 설치는 늘 상상 속의 그것이지요. 

이 사무실에 이사온지도 1년 더하면 10년이네요.
10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기에, 사무실도 변하고 있기는 합니다. 벽에 금이 간다거나, 비가 샌다거나, 창틀이 뻑뻑해 창문이 잘 안열리고 안닫긴다거나, 마루 바닥의 장판이 들뜬다거나…… , 뭐든 시간이 흐르면 당연한 것이지요. 기계도 오래쓰면 고장나고, 사람도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도 생기잖아요.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10년 동안, 월세 값을 한 번도 올려 받지 않으시는 건물주님의 착한 마음!, 몇 년을 오르락 내리락 해도 매번 헥헥 거리며 숨차는 내 몸(이건 정말 적응이 안되요. 근데, 이러면 다행인가요? 더 숨차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리고, 이룸의 정원(이라고 저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정원을 둔 사무실이냐고요?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옥상 정원도 아니구요, 다름 아닌 5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앞 건물의 옥상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아래층 할머니께서 해마다 어김없이 상추, 고추, 생강, 배추, 부추 등 먹을 수 있는 것들과 총 천연색의 꽃들을 피우는 이름 모를 식물들을 키우고 계시지요. 그래서 이 옥상을 내다 보고 있으면 봄이 언제 왔는지, 새싹은 언제 돋았는지, 해가 있을 때만 피는 꽃은 뭔지 , 가을은 언제 오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할머니께서 조금 기운이 없으신가? 작년보다 농사규모가 줄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삼겹살 드셨을까? 월요일에 와보니 상추가 많이 홀쭉해져 있습니다.


이룸의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에 오면 다들 이 옥상을 보며 감탄을 하지요. 아래 그림보다 훨씬 풍성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너무 쎈 노동 강도로  지칠 때면, 작은 화분인데도 온몸을 지탱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서 마음을 가라 앉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할머니께서 핑크색 꽃을 핸드폰으로 찍고 계시더라구요. 머리가 거의 백발이신데, 참 귀여우십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쁜 일정에 쪼들리고, 칼럼 마감에 시달렸던 마음을 가라앉히게 해주어 좋더라구요.(요런 내용을 칼럼으로 쓰기로 결정해서겠죠?^^;;;)


정경이 확 트인 이룸 베란다에 놀러 한번 오세요~
시원한 물 한잔 마시며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어부지리로 맛보는 아름다운 도심정원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후원회원 가입서도 작성해 주시면 더 좋구요~ㅋㅋㅋ

 


 

_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