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칼럼]진짜 엄청 중요한 일_기용


진짜 엄청 중요한 일

(기용)

상담을 하는 게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내담자를 만나는 게 겁이 났고 사례회의를 통해 다른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들고 울컥 화가 나기도 했다. 괜찮은 줄 알았었다. 나는 상담원이니까 견딜 수 있고 힘이 있고 그게 그냥 당연한 거였다. 나보다는 내담자의 상황이 우선이었고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챌 여유가 없었다. 어느 날 밤, 내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져서 엉엉 소리 내 울던 그 순간 결코 이 상태는 괜찮지 않은 거라는 판단을 했다.
 
얼큰하게 취해있던 2014년 1월 1일 새벽. 작년에 만났다가 사건이 끝나고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진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덕분에 작년 한해 일이 잘 해결되어서 너무나 편한 시간이 되었다고. 그때 많이 고마웠다고.
 
가끔 좀 과하게 너무너무 고맙다고 말하거나 보답하는 마음으로 뭔가를 사주려고 하는 언니들을 만난다. 그럴 때면 좀 민망한 마음에 나 월급 받고 일하는 거라고, 내가 해준 게 뭐있어서 이러냐고 극구 말리게 된다. 진심이기도 했던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해결할 수 있는 영역보다는 한계가 더 많기도 하고, 그다지 멋지거나 전문성을 발휘한다기보다는 한없이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이렇게 문자를 보내온 게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전할 길이 없었다. 상담소를 찾을만한 다른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굳이 연락해오지 않아도 그만이었을 텐데 해가 바뀌는 시점에 나를 떠올렸다는 게 ‘괜찮지 않은’ 나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같았다. 고마운 사람은 나였다. 크게 고꾸라지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 맞고 또 그만큼 중요한 일이 맞다. 조금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