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성매매과정에서의 “에이즈”감염 사건보도에 대한 입장

성매매과정에서의 “에이즈”감염 사건보도에 대한 입장

10월 10일 조건만남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십대 여성의 뉴스가 보도되었다. 11일에는 십대 여성이 다니는 학교가 성매매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학교 감사에 들어간다는 내용, 에이즈를 감염시킨 구매자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내용 등이 알려졌다. 채팅앱이 에이즈 감염의 사각지대라는 기사제목까지 등장했다. 성매매과정에서는 HIV/에이즈 뿐 아니라 각종 성병이 성구매자에 의해 감염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매매과정에서의 성병감염에 대해 관심 없던 언론은 왜 유난히 에이즈 감염에만 이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나? 구매자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에 관심 갖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거나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병 감염이 왜 만연한지 원인을 살피고 이에 대한 대안을 탐구하는 언론을 찾기는 힘들었다.

언론은 성매매 과정에서의 무수한 성병/임신에 대해선 조용하다 에이즈 감염에 대해서만 화들짝 놀라 단독취재 운운하며 기사화하고,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보다 강력한 통제와 관리만을 주장한다. 아마 여성이 십대가 아니었거나 알선책이 없었더라면 본 사건에 대한 기사 역시 근래 있었던 또 다른 에이즈 관련 기사처럼 여성을 비난하고 여성에게 책임을 물으며 여성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논조였을 것이다.

성매매 과정에서 성구매자로 인한 성병 감염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성매매 현장에서는 성구매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병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들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구매자들 대부분은 조건만남이라 불리는 성매매 현장에서는 더더욱 콘돔착용을 거부한다. 조건만남은 대체로 일대일 만남이고 안전장치가 없다. 이룸이 만난 십대 여성들은 대부분 피임기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요구할 수 없는 분위기이거나 매번 거절당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몸을 보호할 장치 없이 진행되는 성매매에서 통제권은 성구매자가 쥔다. 보다 간편하게 통제권을 쥐기 위해 나이가 어리고 자원이 없는 여성들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이번 사건처럼 알선자가 있는 조건만남일 경우 알선자는 더 많은 성구매자를 모집하기 위해 더 많은 통제권을 구매자에게 제공할 것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 역시 알선자는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다는 점을 구매자들에게 홍보하였다.

한국은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안전한 피임기구를 사용한 성적 행위가 보편적이지 않다. 여성주의적인 성교육이 전무하고 성별이중규범이 강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콘돔사용을 거부하고 피임도구 사용을 통한 성병예방 및 임신출산과정은 오롯이 여성 개인만의 책임으로 여겨진다. 성병 감염은 반여성주의적이고 성별이중규범에 기반을 둔 성교육과 피임 없는 성관계를 문제 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만연하다. 성매매 과정에서의 성병 감염은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피임의 통제권을 가질 수 없는 성매매의 권력관계차이 때문에 만연하다. 성매매과정에서의 성병감염의 책임을 개개인에게 물어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이 사건은 HIV/에이즈에 대한 혐오와 차별 뿐 아니라 성매매라는 현장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여 다뤄져야 한다. 성매매는 여러 권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며 아무리 여성주의적인 성교육을 받더라도 성판매자가 자신의 앎대로 성관계를 진행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성병감염과 물리적 정신적 폭력, 원치 않는 성관계와 임신을 감당해야 하는 성판매자의 현실이 에이즈에 대한 혐오적 선동을 위해 도구적으로 다뤄지는 것에 문제제기한다.채팅앱을 통한 십대 성매매는 인권의 사각지대이지 “에이즈 감염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이런 방식의 선동을 중단하라. 또한 학교가 피해 여성의 상황에 적절한 개입을 하지 못했다면 시정해 마땅하겠으나 십대 성매매의 경우 성구매의 대상이 되어도 ‘피해자’의 권리 없이 ‘대상자’로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이를 신고하지 않은 바를 문책하는 것을 넘어 과연 신고의무제 법안을 지금처럼 유지한 채 성매매 사실을 신고하는 일이 당사자를 위한 ‘보호조치’로 기능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당 사건과 언론보도로 인해 원치 않는 성병에 감염되고 한국사회의 온갖 혐오를 마주하고 겪어내고 있을 피해여성에게 위로와 힘을 전하고 싶다.

2017.10.12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