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6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작성자 : 이산

 

6월 29일에 다녀온 아웃리치 후기를 쓰고 있는 7월 16일 오늘, 며칠 째 이어지는 침수와 토사유출 사고 소식에 종일 마음을 졸였다. 어떤 사고는 분명 인재였고,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인재인지 뉴스만 보고서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주민의 제보도 관련 기관의 요청도 외면하고 출입통제를 하지 않은 사고발생지역 행정기관의 안일함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침수를 피해 집을 뛰쳐나온 주민들이 야유회에서나 쓸 법한 스티로폼 매트만 놓인 휑한 대피소에 앉아 있는 사진도 인터넷을 떠돈다.

 

아웃리치를 다니면서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없다, 손님이 안 온다고 말씀하시는 언니들이 여럿 있었다. 느지막히 집에 가려고 들어선 이태원역 플랫폼은 한산했고, 한국인으로 보이는 승객을 찾을 수 없었다. 재난과 사고는 발생일 이후에도 모래언덕을 깎는 바람처럼 주변의 삶을 한움큼씩 쓸어간다.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바람을 막고자 노력하리라 기대했던 국가 시스템에 연일 실망이 쌓여가는 요즘이다.

 

아웃리치날 걸었던 이태원 거리를 다시 떠올리며, 언니들의 안부를 묻는 시간을 오랫동안 지켜오는 이룸의 지구력이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안부를 묻는 시간은 짧고 서로의 마음에 머물다 지나간 분노, 슬픔, 기쁨은 채 나눌 수 없지만, 가게 안팎에서, 언니들의 말 끝과 손 끝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흔적을 알아채려고 애써본다. 나눠드리는 파우치 중 어떤 스타일이 더 인기가 있는지, 가게에 냉방은 하고 계신지, 어떤 장식이 새로 달렸는지, 언니의 건강은 어떤지, 식사는 무얼 하시는지, 궁금함이 꼬리를 문다. 궁금함이 만남의 다리가 되고, 만남은 빈틈이 많은 제도를 헤치며 알뜰히 쌓아가는 이룸의 지원을 전달하는 길을 넓혀준다.

 

별별신문에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사이클 경기에 출전한 나화린 선수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읽어봐달라고 하기도 전에 먼저 읽어보겠다고 말해주는 언니에게서, 답례를 받는 기분이 들어 기뻤던 기억이 떠오른다. 폭우로 더 썰렁할 이태원을 지키는 언니들의 안부가 다시금 궁금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