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2024년 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작성자 노랑조아

오랜만에 나선 이태원 아웃리치. 2023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하고 새해 들어 한 달 쉬었을 뿐인데 무척 오랜만이라고 느껴졌다. 만나야 할 사람을 오래 못 만나고 있다가 마침내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 아웃리치라는 제한된 조건이지만 반복된 만남이 관계성을 형성해서 이룸과 이태원 여성들이 일종의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게 좋다. 반복은 어쩌면 마음이라는 게 이어지도록 인내심 있게 쌓아 올리는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구정 설도 다 지난 시점이지만 이룸으로서는 2024년 첫 아웃리치이니 그에 걸맞은 물품을 준비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고민 고민하다 고른 물품이 바로 포춘쿠키. 누군가 한 차례 먹어봤던 포춘쿠키가 맛이 아주 좋았다고 하여 곧바로 150개를 주문했다. 2024년 한 해 운을 점쳐보는 느낌으로, 쿠키를 열어 볼 여성들이 좋은 문장을 만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별별신문에는 작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생식 능력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만 성별정정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법률 조항에 위헌판단을 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영국, 독일, 그리고 미국 내 20여 개 주가 성별변경의 요건으로 생식기관 제거나 외부성기 성형 수술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데,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여전히 성기 성형 수술 등의 요건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 판결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국내에서 생긴 희소식을 더 많이 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룸 활동가 3명 외에도 자원활동가 2명이 더 있어서, 우리는 3명과 2명으로 조를 나눠 아랫동네와 윗동네를 돌았다. 두 조로 편성하면 한 업소에서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니 인원이 가능한 때에는 이렇게 나누어 돌기로 했다. 이번엔 특히 이태원 현장 사업을 위한 설문조사를 준비했기에 시간 확보가 필요하기도 했고. 스케치북에 문항을 적어 넣고 스티커를 붙여가며 설문조사를 했는데, 모두들 귀찮아하지 않고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룸이 이태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좀 더 참여하고 싶겠느냐는 문항에 ‘등산’이 인기가 많아 놀라웠지!!(등산이라니..! 어째서!) 

즉석에서 포춘쿠키를 부숴 먹으며 2024년의 점괘를 맞춰보기도 했다. 계획하던 일이 잘 될 거라는 문장을 만난 사람, 행운 지수 100%라는 문장을 만난 사람, 주위를 감싸는 행복을 만들게 될 거라는 문장을 만난 사람 등 다양했는데, 좋은 문장만큼 쿠키도 맛이 좋아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이 맛있는 쿠키를 좀 더 많은 여성들과 나눠 먹으면 좋았을 텐데, 문이 닫혀 들리지 못한 가게가 여럿 있어 아쉬웠다. 길에도 사람이 적고 한산한 분위기였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올 때마다 듣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조금씩 계속 낙후되고 있는 이태원 일대에서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아웃리치 회의까지 마친 시간, 환승 할 지하철이 끊겨 광역버스를 기다리면서 찬바람을 많이 맞았다. 3월 아웃리치 때는 완연한 봄이겠구나 기대하며, 그 때에는 또 어떤 물품을 준비해서 어떤 소식을 별별실문에 실어 가지고 갈까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달에는 더 많은 여성들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기를. 다들 몸 건강하시기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