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추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인터뷰)

추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명절이다. 많은 승용차와 대중교통이 사람들을 고향으로 실어 나른다. 손에는 과일바구니와 선물꾸러미가 그득하다. 오랜 시간 끝에 도착한 집, 그곳에서는 전 부치는 냄새와 TV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명절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명절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


 


새벽까지 빡세게 일하고 나면 입맛이 떨어져서  명절음식 먹지도 못했어.”


멍2



예전에 집결지에서 일했을 때는 집에 갈 수가 없었어. 업주가 안 보내줬으니까.


빚갚을 돈도 없으면서 무슨 집에 가냐고 혼내는 업주도 있었고.


그리고 명절 때는 손님이 많이 와서 죽어라 일을 했지.


이모들이 명절 음식을 가져다주긴 했는데 새벽까지 빡세게 일하고 나면 입맛 떨어져서 먹지도 못했어.


제주도에서 일했을 때는 명절날 집에 가고 싶어서 저 넓은 바다를 헤엄쳐서 갈수만 있다면하면서


바닷가 방파제 앞에서 깡소주 마시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 이봄날(43, 부산)


 


이런 경험, 다들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그리운 집에 가지 못하고 돈만 부칠 수밖에 없었던 혹은 돈도 부칠 수 없었던 경험. 이럴 때 그 외로움은 더욱 깊어만 간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선물 꾸러미가 나를 더 쓸쓸하게 하는 명절 시즌,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맛있는 음식? 어쩌면 나 혼자만 이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나눌 그 누군가를 찾기엔 이 세상이 차갑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개의 소주잔보다는 두 개의 소주잔이 사무치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번 명절을 외롭게 보내야 한다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누군가를 찾아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듯. 물론 외로운 시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사기 조심, 두 번 조심!!!


 




 


 


 



 

 

조상님이 아닌, 내가 추모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나만의 차례상 차리기


생각중

 

전 명절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차례상을 차려요. 몇 년 전에 친한 동생이 자살을 했거든요.


그 사람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차려놓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요.


편히 들어오라고 문도 열어놓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정말 그 애가 오는 것 같이 느껴져요.


일부러 제사음식을 마련하지는 않고, 그냥 집에 있는 것 중에 맛있게 먹을 만한 걸 차려놓아요.” 김송현 (38, 서울)



송현씨는 재작년 추석부터 시작해, 벌써 4번의 차례상을 차렸다. 처음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친한 동생을 위한 것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 대상이 늘어났다. 영화를 보고 좋아하게 된 여배우가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여배우도 차례상에 모셔오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총 3명을 위한 차례상이 되었다. 조상님이 아닌 내가 추모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나만의 차례상을 차리기. 복잡한 상차림 예법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음식 종류도 차리는 법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큰 품 들이지 않고도 의미 있는 명절을 보낼 수 있는 팁이다. 누군가가 내가 죽은 후에도 나를 기억하며 알뜰살뜰 소박한 차례상을 차려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 한 켠이 훈훈해져 오기도 한다.                                             


 


                                            

<사진> 작년 추석에 송현씨가 차린 차례상,  짜이(인도식 밀크티)감자전, 깎지 않은 밤과  정성스레 잘라놓은 멜론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