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12월 아웃리치 후기 

 

강유가람

 


오랜만에 간 이태원은 많이도 추웠다.
먼저 밥을 먹으러 간 태국음식 식당마저 난방을 하는데도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음식은 정말 맛있는데, 연말임에도 테이블들이 비어 있어서
이 월세를 어떻게 감당하시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날 아웃리치는 대화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날이 워낙 추웠지만 문을 연 업소들이 있어서, 언니들과 이야기를 꽤 나눌 수 있었다.
살이 너무 많이 빠진 언니,
기운이 예전만 못한 언니,
아팠다가 다시 가게를 오픈한 언니,

이룸이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신이 나서 대답하던 언니.

반가운 언니들이 서서히 나이들고 있음을 느끼면서 동시에
언니들이 이곳에 여전히 있다는 사실은 이태원의 변화의 속도가
그렇게까지 급격하진 않다는 걸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여전히 골목에 건재한 그랜드올아프리클럽부터 폐허같은 상태로
몇 년째 문을 닫고 있는 소위 ‘양키’바들은
이전 시기를,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하지만,
새로 생긴 호텔, 새로 생길 건물들로 인한 공사터들은
이 공간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보광동에는 재개발이주센터가 자리잡았으니, 서서히 아랫마을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되면
이곳의 공기와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려나?

2015년 영화를 찍을때 감지되었던 변화가 이제서야 일어날 것 같기도 하다.
작년 10월29일 이후 이태원은 내게 또 다른 층위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1029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쓴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를 보면서 ‘산 사람’의 질문을 하며 살자고 생각했었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는 무기력이 엄습하는 걸 막아내기 쉽지 않다.

갑자기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언니가 떠오른다. <내겐 너무 예쁜 손님들>이라는 책도 출간한 주현언니.
한국 사회가 이제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미 바뀌고 있다고 여러번

긍정적으로 힘주어 말했던 언니의 말투에선 희망이 묻어나왔다.

언니처럼 내년에는 조금 더 희망을 가져봐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