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동네한바퀴, 여기 사람이 산다.

588에 아파트라굽쇼?


청량리에서 래미안이나 이편한세상 따위의 음메~기죽는 이름이 아니어도 아파트라 불리며 언니들이 일도 하고 쉬는 곳을 아시나요?
롯데백화점과 청량리역, 은행, 맛으로 소문난 설렁탕집인 청량리옥을 끼고 있는 완전 박생활권에 덧붙여서 파출소가 훤히 보여서 경찰이 단속 할 낌새도 샤샤삭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서, 지어진 지는 벌써 40년이나 되었답니다.
경사진 구조로 아래쪽으로는 1호집부터 8호집까지의 가게를 끼고 있고, 1층의 식당들, 2층의 당구장과 수선집, 다닥다닥 붙어있는 많은 방들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살면서 청량리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
언니들이 정붙이고 일하면서 쉬었던 청량리 구석구석의 공간에서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은사연들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 이번호에는 **아파트를 돌았습니다.


 




언니들의 방


이룸 사무실이 청량리에 있을 때 사무실을 방문한 언니들 중에 **아파트에서 사신다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우리는 도무지 거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답니다. 번듯한 건물이나 아파트라고 생각되어지는 건물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파출소 앞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이 **아파트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엥?’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1층짜리 유리방 사이에서 유독 높은 건물은 성바오로병원이나 롯데백화점인 588에서 제법 아파트 같은 느낌도 들었고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는 지저분해 보이는 건물 밖과 다르게 정갈하게 꾸며진 언니들 방 안의 살림들이 여느 집과 다르지 않았어요.
중앙계단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쭈욱 늘어선 복도로 방들이 있는데 사람 한명이 누울 수 있는 한 평짜리가 방 한 칸이었던 곳을 보통 2,3개를 터서 2~3평이 조금 넘는 곳이 각자의 방으로 주어졌습니다. 이처럼 제각각인 방주인들의 사연만큼이나 방의 수가 많답니다. 제가 찾아간 언니는 **아파트에서 8년 정도 살고 계시고 햇빛 좋은날 찾아간 방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창문은 열어 놓고 올망졸망 늘어선 화분들도 햇빛을 듬뿍 받고 있었어요. 허름해 보이고 아파트라 생각하기엔 2% 부족한 것 같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언니들
과 언니들의 방, 따뜻하고 생기 있지 않나요?


 


‘내 성격은 내성적이야’


지방에 살다가 청량리에 들어온 언니는 처음부터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그때 생각하기에 이 우범지역에서‘나도 곧 죽어나가겠구나’하는 겁이 덜컥 났었다는군요. 청량리588의 이미지와 함께 허름한 아파트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벌써 8년째 살면서, 무서울 것도 없고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고 계셨습니다.
밖에서 588을 보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복닥거리면서 속을 보이고 살아가면서 위로도 받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가 봅니다. 사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지친 삶을 술로 달래는 사람도 많아서 언성을 높여 신세한탄을 하거나 싸움이 끊이지 않지만, 언니는 꽥! 소리 한번 지르고 조용히 하라고 맞불을 놓는 방법을 쓴다고 하네요.
원래 본인은 내성적인 성격인데, 사람에 따라 성질을 부려야 한다면서 소녀 같은 웃음을 보이시는데 세상사는 요령을 배운 것 같
아, 듣는 제가 다 든든했습니다.


 


나도 늙고 집도 늙어간다. 그래도 개발은 대책없어!


청량리 곳곳에 붙은 현수막을 보셨나요?
2010년 2월에 답십리길을 만든다고 깔레길과 비디오골목이 쫘악 헐리더니‘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지정된 나머지 구역도 속도를 붙여서 진행될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언니들이 하루하루 웃고 쉬고 일도 하는 **아파트도 헐리고, 언니들도 뿔뿔이 흩어지겠죠?
40년이나 된 오래된 건물, 아파트라 부르기도 웃긴 건물이어서‘거 참 잘됐네!’하고 마냥 좋아만 해야 하는 걸까요?
청량리에서의 삶이 오래되고 늙어가는 모습처럼 아파트도 늙어가지만, 가진 사람들만 좋아 죽는 개발이 아니라 언니들의 삶에 스며있는 청량리 동네를 기억해 주는 개발은 어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