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이태원 아웃리치 기록

이태원 아웃리치 기록
-수달

 

표현은 일천하고 계절은 솔직한 날이었다. 나의 첫 이태원 아웃리치를 기록해 본다.

 

 

나는 무슬림 사원에서 매일 다섯 번 들을 수 있는 아잔을 좋아해 혼자 이태원을 찾는 일이 잦았다. 사원을 올라가다 지나칠 수 있는 밤 8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금지 푯말이 있는 골목길을 늘 한번 스윽 보고 가곤 했다. 대체 왜 8시 이후에는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하는지. 사람 사는 곳이 왜 8시 이후에는 어떤 존재들은 갈 수 없는 곳이 되는지. 좀처럼 상상이 되질 않았다. 호기심과 의문으로 궁금했던 곳을 이루머가 되어 아웃리치의 명목으로 방문하게 되는 것에 기분이 묘해졌다.

 

 

우리는 묵직한 물티슈 꾸러미를 들고 업소의 문을 조심히 열었다. “이룸에서 왔어요. 물품 좀 드리려고요. 언니 몇 분이 계신가요?” 우리의 조심스러운 방문을 언니들은 충분히 반가워해주었다. 음료를 한아름 주며 환대해 주는 분들도 있었고 가스렌지 위에 양은 주전자를 올려 커피를 끓여주는 분도 계셨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이걸 마셔야 하나, 거절해야 하나 어떤 것이 정말 눈치와 매너 있는 결정인지 어찌할 바를 몰라 서성이면 동행한 한 이루머가 “언니 우리 네 명이니까 음료수 네 개 주세요.”,“그럼 앉았다 갈게요. 쉬었다가 가면 좋지.” 라며 씩씩하게 구는 것을 보고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첫 아웃리치부터 반성이라는 말이 외려 자만일 수도 있으나 내가 속으로 이 여성들을 마치 이슬람 사원의 무에진(아잔을 외치는 사람)처럼 그저 대상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언니들이 준 음료들을 들고 수줍은 자랑하는 고래

 

사방에서 미러볼이 돌아가듯 화려한 이미지가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이태원의 밤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환하고 화려한 곳은 통유리창안에 펼쳐진 유명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카페의 광경 뿐 이었다. 그 외는 모든 업소 내부는 어두웠다. 한 업소는 우리의 방문도중 TV가 고장이 났다. 그러자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CCTV의 화면 뿐 이었다. TV가 고장 나자 망연자실해 하던 여성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사실 어떤 것을 느껴야 하지는 알지 못하겠다. 이태원의 첫 아웃리치는 강렬했으나 무엇이 그리 강렬했는지, 그날 밤 왜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는지, 어떤 이미지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의 이태원 첫 아웃리치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다음 이태원 아웃리치의 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