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후기] 11월 18일의 기억 : 소수자 성매매에 대한 보고서

한 줄 포럼 후기

 

포럼은 아름다웠다. 빽빽한 사람들, 부족한 자료집, 뿌듯한 저녁밥, 훈훈한 뒤풀이, 예리한 질문들과 따뜻한 피드백. 모두모두 눈물겨웠음.

부족한 것 투성이(여기에 적지는 않음;;)였지만 그런 건 잊,,,

 

5년 동안의 긴 사업

 

이룸에서 소수자 성매매 사업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참 오래도 버텨 왔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이 주제 자체가 참 장하다.

절대강좌퀴어+성매매후속모임과 함께 인터뷰 사업을 기획했는데 덩치가 커서 다른 사업들도 못할 정도로 부담스러웠지만, 다들 이룸이 하기에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모든 이루머가 집중하는 거 참 쉬운 일이 아닌데, 팀별로 작업하면서 무게가 가벼워지고 훅훅 진행되기도 했다.(물론 기본적으로 이 사업이 무지 느리긴 하지만).

회원들과 함께 하는 사업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역시 회원 사업은 어렵다. 특히 연구 같은 사업을 어쩌다가 그리 했는지! 그래도 결합해준 회원들이 굉장히 든든했고, 느리고 띄엄띄엄 결합한 회원이라도 아쉽고 고마웠고, 다들 진지한 마음이어서 이 사업의 빈 곳들을 선명하게 해주기도 했다.

본격 연구물이 아니기에 또 본격 연구자가 없기에 부딪히는 한계들도 있었다. 전체 일정과 큰 줄기를 챙기는 담당을 했지만, 각 팀이 힘을 받도록 내용과 고민의 수위를 세세하게 잡아주고 추동하는 담당자가 못 된 것이 아쉽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사실 내용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 기대치가 너무 낮은 거라 해도 어쩔 수 없는 게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주제에다가 아무리 듬성듬성한 결과라 해도 우리로서는 진짜진짜진짜 최선이었으니까.

 

끝났다! 야호!! 정말 끝일까?

 

포럼 당일에는 일부 퀴어연구자의 기대와 이룸의 연구방향이 달라서 실망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대략 전체적으로 매우 우호적이고 감사하다는 치하를 받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속 사업을 연대하자는 러브콜을 받았고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요구 받기도 했다. 자료집을 수정해서 다시 찍으라는 제안도 받았다. 트랜스젠더 쪽으로 할 만한 활동도 무궁무진할 것 같다.

성매매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다만 성매매 현장에서의 지원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라는 스펙트럼 자체를 다시 조망하는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어려웠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접하지 않던 주제이기에 당연한 것 같다. 성매매의 담론을 새로 만드는 시발점이 되는 것 같다. 젠더 이분법으로 모든 성매매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과 섹슈얼리티를 열어두고 논의할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와 피드백이 있었다. 반면 주제 자체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퀴어와 성매매 두 분야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성 폭력에 대한 반대의 언어로서 성매매 용어를 구축해온 입장에서는 모든 성매매의 스펙트럼을 흔드는 이룸의 사업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소수자성매매 논의가 성노동론과의 접점도 있겠지만 반성매매담론과의 접점 또한 분명히 있기에 그렇게 불안하지 않으려 한다.

누가담론을 만들어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성젠더의 문제로서의 성매매에 대해 반대하는 실천적 활동을 하고 있는 이룸이 이 논의의 주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룸은 소수자성매매를 5년을 품고 있다가 이제야 세상에 말을 꺼낼 수 있었는데, 더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절실하지만 이 결과물이 함부로 어떤 주장의 근거가 되지 않길 바란다.

소수자성매매 사업은 성매매는 젠더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여성 젠더를 포함한 사회적 자원 없는 성정체성의 성매매는 더욱 문제적 상황이기도 하다라는 것을 반증한다.

내년을 기약하며… 😀 
함께 자리해준, 함께 논의를 해준, 함께 사업을 일군 모두에게 감사하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