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쪽방 반상회 소식 : 강원도 양양 여름여행 후기 _ 고진달래

청량리 쪽방 반상회 소식 : 강원도 여행 후기

고진달래

 

청량리 집결지 쪽방 여성들과의 반상회는 여전히, 더 잘 되고 있답니다. 8월 달에는 바다여행을 함께 했지요. 여행 마지막 날, 우리들의 평가를 어떻게 남기면 좋을지 이야기를 하던 중에 언니들의 평가를 담기로 했지요. 글을 잘 못 쓰는 언니에게 짧은 인터뷰를 따서 언니의 목소리를 전달하면 되겠다 싶어, 언니 옆에 딱 붙어 앉아 어땠는지 물었답니다. 두런두런 여기저기서 언니들이 모여들었고 다 함께 만들어진 평가 시간. 다시 듣고 있는 녹음기 속 목소리들. 작고 소박한 우리들의 추억. 불과 2주전 그 시간으로 돌아가니, 여전히 그 시간은 아름답네요. 시간이 지나면 이리 추억이 되나봅니다.

 

Q 우리의 여행이 오늘 끝이 났어요. 어땠어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너무 좋았어요. 구경도 잘하고 잘 먹고 행복했어요
*소녀 춤을 추는 언니: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지.
*꽃을 좋아하는 언니: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몸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머리도 확 스트레스도 풀어졌고 날린 기분.

 

Q 어떤게 그런 영향을 준거 같아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절에서도 그렇고 산도 그렇고 물도 그렇고 그런 면에서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이 언니는 새로운 것이 많았을거야. 우리보다. 소나무보고도 그렇게 좋대잖아. 마음이 항상 소녀같은데 나오기가 힘드니까.
*꽃을 좋아하는 언니: 나는 울타리에서만 살았지 생전 이렇게 해봤겠어요. 저로서는 굉장히 행복했어. 나는 건강이 안 좋으니까 갑자기 다리가 아파지면 부담을 주기 싫어서 내가 내 몸 상태를 알기 때문에. 근데 여행을 통해서 가보니까 어머 그게 아니였어.

 

Q 여행을 해보니까 뭐가 좋았어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경치도 좋고 인간관계 대화를 나눠보니까 좋았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그걸 느꼈어. 새로 태어난 기분 같았어. 그렇게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내가 생애 살면서 10대때가 가장 즐거웠던 과정이야. 20대부터는 내가 행복한 적이 없었어. 여행을 통해서 여기 언니, 친구들, 선생님들이 있구나. 내가 인간관계를 사귀지를 못 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 주변이 없어요. 말도 할 줄을 모르고 사람한테 다가가기가 그런 저기가 있어. 여행을 통해서 사람에게 다가갈수가 있었고 즐거웠고 행복했어.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잖아. 이런 추억은 다시는 못 만들거 같아.

*소녀 춤을 추는 언니: 나는 여행을 다녔어도 내가 가면 가는가보다 하고 돌아다녔고 이렇게 나를 필요로 해서 기다려준 데는 없었다 이거지. 상대방이 나를 기다려준데는 없었어. 이 단체 생활에서 한다는게 좋은거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하고 누군가가 있다는 게 좋아. 여기는 한쪽 눈 감고도 올 수 있고 편하다는 것. 내가 못 났어도 기다려주고 내가 올수 있다는 거. 내 약점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거. 얼마든지 뭐 있어도 나 이거뿐이요 해도 받아주고. 그래서 좋아.

 

Q 저희는 어리고 그러면 세대갈등이 있을수 있잖아요. 애네들이 이해를 못한다 이런건 없어요?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오면은 된다는 것. 동생인데도 창피한지도 모르고 세대도 잊고. 나이로는 우리가 따라가도 머리는 못 따라가니까. 힘들고 그런 것은 알지만은 우리를 위해서 하고 있으니까. 우리 동생이 힘들면 안되는데.. 동생으로 보이다가 노인정에 어른들 모시는 사람으로도 보이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여기 오니까 이 사람도 만나게 해주고 저 사람도 만나게 해주고 와서 손해나는 것도 없고. 도움을 주든 안주든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거. 나를 필요로한다는거. 내가 저 사람이 좋다는 거. 여기에 온 그 시간에는 집이고 절이고 가정이고 생각이 안 나서 좋아.

 

Q 여기서 사람을 만나고 같이 울타리가 되어준다는 것이 좋은가봐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는 그동안 배신 많이 당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 마음이 녹아지기도 해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많이 위로가 되요.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우리가 직업이 이렇잖아. 이러다보니까 부모 형제 자식 가까운 사람을 멀리하게 하고 옆에 있어도 거짓말 하고 이중생활을 하게 돼. 탄로 안 나기 위해서. 친구들도 동창들도 이래 만나 한번씩 만나도 ‘뭐하냐?’ 그러면 ‘나 놀아’ ‘뭐하고 노냐? 그 나이에?’ 그러면 ‘나 간간이 식당일 해.’ 라고 해. 어차피 솔직히 말하면 따돌림 당하니까 말 차라리 안 해. 가정에는 ‘간병인 한다’라고 말하고. ‘어디 병원에서 하니?’ 그럴까봐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여기 다니면 여기 거짓말, 저기 다니면 저 거짓말. 그러니까 머리가 아프지. 그런데 여기서는 터놓고 전화가 와도 편하고 잘못을 해도 편하고. 가정에서는 전화도 마음대로 못 해. 친구들이 놀러가자고 해도 ‘나 친정왔어 나 휴가 왔어’ 이렇게 말해. 자꾸 피하게 돼.

 

Q 너무 조마조마 하겠어요 마음들이

*소녀 춤을 추는 언니: 화장도 못해. 왜 그렇게 뭘 메이크업을 하냐. 욕을 안 먹을려고 정신 바짝 하고. 친정에 가도 전화 한 통화를 받아도 ‘잘 못 온거야 이거 모르는 사람이야’ 하룻밤 자는게 길어. 길어. 그러니까 가족들이 온다고 하면 좋으면서도 부담스러. 아프다고 오지 말라고 할 때도 있고. 이중생활을 하게 돼. 그래서 내가 언제고 뭐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내 스스로가 좋은 면도 있지만 최악을 생각해보는거지. 사는 거는 나라에서 해주고 어디에서 해주고 다 좋아 그런데 마음이 그게 아니야.

 

Q 저희는 1박 2일, 2박 3일 가면 너무 좋은데 언니들이 일을 못 하니까 피해를 주는게 아닐까 걱정도 했었어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이럴 때 머리 한번 식히지 언제 하겠어요.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우리가 돈이 안 되면 우리 돈을 내서라도 가자 그랬다니까. 한번씩 가면 어떨까 이렇게 우리끼리 이야기 했어. 이렇게 놀고 나면 마음이 풀어지고. 혼자 이렇게 안 나와지니까 놀아도 그 속에서 놀아야되니까 힐링이 되는거 같애.
꽃을 좋아하는 언니: 개인으로 가면 못 가요 쉽지가 않아요. 얼마나 좋아요.

 

Q 어제 (꽃을 좋아하는) 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이 많이 두근두근 거렸는데도 왜 그런거에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괜히 죄지은 것처럼 그래요. 한번씩 이상한 병이 있어요. 이런 병이 없었는데 병원만 가도 두근두근 거리고. 말을 할려고 하면 두근두근거려요.

 

Q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이 막상 말하면서는 어땠어요?

*꽃을 좋아하는 언니: 속이 확 트인 기분이야. 이걸 어디서 못하고 처음 한거고. 언니들 동생들 친구들 앞에서 처음으로 해본거야. 원래 나 이런 얘기 안했어. 마음이 트이고 속이 후련해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상담 받은 기분이지. 다 각자 이야기를

*꽃을 좋아하는 언니: 눈만 뜨면 일터만 가니까 잘 모르는거야. 내가 평생을 20대부터 눈이오나 비가 오나 그렇게 살았었어. 울타리에 갇혀서. 여행도 처음 해봤다니까. 이 인연 큰 인연이네.

*소녀 춤을 추는 언니: 일을 그렇게 해서 돈이라도 남아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없는데다가 집순이만 했잖아

*꽃을 좋아하는 언니: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았나.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요. (의리가 넘치는) 언니랑 오래 됐어도 친해지지가 않았어요. 쌀쌀맞고 그래서. 막상 다가가니까 편하고 좋더라고요. 작년도 내가 봄부터 내가 ‘야 너랑 나랑 비슷하니까 친구하면 어떻겠냐’ 내가 그랬어요 그래서 친구가 된거야. ‘야 한번 맺어지면 끝까지 가야지’ 그러더라고. ‘야 돈이 있고 없고 떠나서 평생 몸만 건강해라. 몸 좀 생각해라’고. 막상 다가가니까 너무너무 좋은거야 편하고. 성격도 맞고. 내가 성격이 급하다고 그랬잖아요. 재한테 내가 고민도 얘기하고 왜 내가 이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남은건 병밖에 없고. 진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진짜 악바리로. 내가 생활력이 강해요. 한 저기로 취직을 하면 거기밖에 몰라. 청량리 밖에 몰라. 외곬수라. 그래도 가게에서 쓰러질 만정 근무시간만큼은 그 시간을 지키는 사람이야. 죽어도 저기서 죽자하고 남한테 아효. 피해주지 말자고.

*우리를 웃게하는 언니: 나도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는데 서울에 살았어도 생전 놀러도 안 다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는 길만 가고 거기만 가고 집에만 가고. 여기도 생전 처음 온거라니까. 기분이 좋죠. 누가 나를 강원도로 놀러오게 생겼냐고. 제주도도 죽었다해도 못 오고. 내가 63세동안 처음이고. 진짜요. 내 평생 못한다니까. 속으로 항상 울고 다녀. 서로가 옛날에 청량리 있던 사람들이 못 볼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나고.

 

Q 우리 모임은 어떤 식으로 앞으로 가면 좋을까요?

*의리가 넘치는 언니: 지금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만났으면 좋겠고 그 날만 손꼽아. 우리 다섯명은. 그 날만 손 꼽고 밥을 먹든 커피를 마시든. 우리 만나는 것에 대해서 하루에 한번씩 얘기한다고 보면 돼. 전화 하면 ‘우리 언제지 어디서 보지?’ –웃음– 이번 왔다 가면은 ‘우릴 또 데리고 갈건가 안 데리고 갈건가. 안 데리고 갈건가.’ 우리끼리 얘기해. 하는 말이 가을에 단풍 구경 한번 가고 싶은데 나보고 얘기하라해. –웃음– 그런거지. 그것만 기다린다니까 진짜로. 한 달에 한번 잡히면 그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거야. 낙이 되어버린거야. 한 두시간 같이 앉아서 얘기한다 그것만 머릿 속으로 그 생각만 하는거야.
지금 언니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런 상상도 해봐요. 우리가 나중에 해외여행을 한번 같이 갈수 있을까요? 한번 가면 좋겠다. 이 멤버가. 가까운 데라도…

언니들은 ‘에이~ 설마..설마’ 하시겠지. 우리가 해외로 놀러 갈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시겠지. 나도 그 순간 왜 그런 장면들이 상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꽃보다 청춘’의 한 장면처럼 좌충우돌하면서 새로운 도시, 새로운 땅을 휘젓고 다니는 그런 우리들이 번뜩 떠올랐다.

마음으로 바라고 그것을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 그것이 꼭 이루어진다는 주문같은 믿음이 나에겐 있다. 때가 되면,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실히 기다리면 된다는 그런 자신이 있다. 그러기에 아마도, 우리의 여행도….해외 여행도 가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