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여성가족부는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행보를 중단하라.


여성가족부는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행보를 중단하라.

 

성판매경험여성을 지원하고 이와 관련한 인권활동을 펼치는 여성단체인 우리는, 여성가족부가 8월 4일 대전광역시 성평등조례가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포함한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를 벗어났다는 입장을 밝히며 개정을 요청했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한다.
 
성소수자 여성은 자신의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을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일이 없도록 지방자치단체에서 보호 및 지원하겠다는 대전시 성평등조례의 항목은 “다. 성소수자(“성소수자”란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과 관련된 소수자를 말한다)보호 및 지원“이라는 내용으로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인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거니와, 여성 안의 차이와 위계를 섬세하게 고려한 결과물이다.
 
‘여성’은 단일하지 않다. 여성은 장애,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사회적 위치∙자원과 교차하며 각기 다른 삶을 경험한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여성 내부의 다름, 다양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오욕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무엇보다도 대전시 성평등 조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대응은 올해 4월 9일에 있었던 성매매처벌법 21조 1항과 위헌심판 공개변론에서 여성가족부 측 참고인 의견을 떠올리게 한다. 공개변론에서 여성가족부 측 참고인은 “인간”의 존엄성과 “성구매자와의 평등함”을 위해 보호받을 여성과 처벌할 여성을 구분하고 성판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재의 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여성이 성을 팔게 되는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성판매 여성의 피해와 자발을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을 간과한다.
 
성판매 여성은 성차별적인 문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 등의 사회∙문화∙구조적 이유들로 인해 성매매를 시작하고 지속한다. 그럼에도 현행 성매매 처벌법은 성판매 여성을 피해자와 행위자로 구분하여 자발적 행위자를 처벌함으로써 성판매 여성을 고립시키고 피해를 공고히 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이에 성판매 여성을 지원하고 이와 관련한 인권활동을 진행하는 여성단체 및 시민단체에서는 줄곧 성판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주장해왔다. 성판매 여성은 피해자/ 행위자, 성녀/ 창녀, 보호받아야 할/ 처벌받아야 할, 정숙한/ 문란한 등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가부장적 기준에 의해 차별받고 배제되어 왔다. 공개변론에서 드러난 여성가족부 측의 주장은 한국 사회가 ‘인간’의 영역에 성판매 여성을 기입하지 않아 온 지난 역사와 기계적인 평등이 평등인 양 여겨지는 한국 사회의 성평등에 대한 오독을 그대로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여성가족부의 성판매 여성을 자발적인 행위자와 피해자로 구분하여 처벌, 보호 할 수 있다는 인식, 그리고 대전시 성평등조례에서 성소수자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양성평등이라는 인식은 여성 안의 다양한 여성에 대한 몰인식의 결과이다. 여성가족부는 지금이라도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가부장적 풍토와 이에 기반을 두어 여성을 선별하고 배제, 차별하는 행태에 문제제기하고 이를 고쳐나가는 정책의 선봉에 서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그러한 여성운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여성가족부가 대전시 성평등조례에서 성소수자인 여성을 제외하려 한 차별적 행동이 비단 성소수자만을 향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자신들의 입장과 태도가 여성 안의 소수자(성소수자 여성, 성판매 여성, 장애여성, 비혼여성, 빈곤여성, 이주여성 등)를 배제, 차별하고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1. 여성가족부는 대전시 성평등 조례 성소수자 인권보호 조항을 삭제하라는 입장을 철회하라.
2. 여성가족부는 성판매 여성을 포함하여 ‘여성’안의 다름, 다양성, 위계를 인지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고려한 (양)성평등정책을 시행하라.
 
 
2015.9.3.
다시함께상담센터, (사)막달레나공동체,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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