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법 시행 2주년을 맞이하여, 이루머들의 불끈불끈 메시지!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 성매매 방지법 시행 2주년을 맞이하여, 이루머들의 불끈불끈 메시지!

국가 기념일은 아니지만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이룸에서는 이 흐름을 타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성매매 문제와 그간 이룸의 활동에 대해 짚어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룸은 올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는 ''인가 시설''이 되었고, 특히 올봄 상담소 이사와 더불어 청량리(전농동) 집결지에 현장지원센터가 따로 설립되면서 인력도 두 배로 늘어나는 등 꽤 큰 변화와 확장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무자본에 특별한 지원도 없이 의지와 열정만으로 시작했던 이룸 활동가들에게는 실로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이룸의 살림을 꾸리면서 더 많은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겨 났구요! (지금까지 이룸을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든든한 친구들과 후원자 여러분들의 힘이 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공식적으로" 감사…^^) 하지만 언론에서 이맘때에만 호들갑 떠는 성매매 방지법의 존재 자체에 기댄 성매매 문제의 해결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방지법의 목적과 내용이 이전의 윤방법의 체계와는 정치적으로 큰 차이를 갖고 있으며, 성매매 문제해결의 방법과 제도개혁에 있어 굉장한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 “방지법을 만들어주셔서 감사!” 하고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우선 우리 사회에서 성구매는 아직 ‘범죄’나 ‘잘못된 것’이라기보다 ‘내가 하는 걸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될 것’으로 조금씩 인식되는 수준인 것 같아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이해나 접근 또한 ‘성매매’라는 전체 거대 담론 속에서 주체성을 갖지 못한 피해자로 취급하는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요. 성매매 문제와 유기적이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보다는, 성매매 여성들의 불행한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 동정적 이해가 미디어에서 성매매를 다루고 대중에 알리는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죠.

성매매 현장에서 이루머들이 쌓아온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방지법 이후 성매매업소들의 운영방식이나 성매매의 형태가 법망을 피해 교묘히 변하고 지능적이 되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방지법 내용에서 성매매‘피해’의 직접적 증거가 되는 기존의 선불금 제공과 감금시설 등의 외형적 포박은 실제로 많이 거둬진 편이예요. 대신, 복잡한 경로로 사채나 일수를 쓰게 하여 성매매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억압하는 방식을 취해 사건화 되었을 때 수사를 교란시킵니다. 특히 인터넷으로도 쉽게 브로커와 연결할 수 있는 외국으로의 인신매매로 아예 자취를 감추게 하여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어요.

다양해지는 산업형 성매매의 모양새 또한 우리로 하여금 한국의 성매매 문제가 얼마나 골이 깊은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남성전용’ 안마시술소나 피부관리샵, 휴게텔, 성인PC방, 섹시바 등 간판만 봐서는 용도를 알기도 힘든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거든요. 이런 곳들은 집결지와 달리 젊은 층의 남성들이 더 애용한다고 하니 ‘성구매의 대를 이은 세대’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하여 성매매 문제의 직접적 원인이 바로 성매매 방지법의 한계만으로 귀결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방지법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수사기관이나 사법당국이 성산업의 변화에 조금 더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그리고 최소한 성매매 방지법의 당위성과 인권문제에 대해 공감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구매자와 알선업자들에게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성매매된 여성의 상황을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겠지요.

이루머들이 바라는 ‘성매매 없는 세상’이라는 직설적 문구는 단순히 ‘성매매 근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성매매가 용인되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또한 ‘그’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성매매된 여성(또는 남성, 모든 인간)의 존재가 사라짐’이라는 결론부터 나오기보단, 모든 여성들의 삶이 성매매 문제에 있어 자유롭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부터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성들에게 이 세상은 아직도 너무나 많은 장벽과 장애가 존재하기 때문에요. 남들에겐 불가능해 보이는 그 세상으로 나아갈 한 걸음 한 걸음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이루머들은 세상과 싸움을 겁니다. 함께 해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