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 불처벌 릴레이 인터뷰 5탄_“성매매는 성통제의 최종심급이라고 생각해요” 사회학 연구자 유현미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실을 참을 수 없다! 뭐라도 해보자!” 는 마음으로 2020년 4월, 성매매 여성 불처벌 팀은 만났습니다. 불처벌팀은 3개의 팀으로 나누어 팀마다 논의를 발전시켜나갔고, 팀에서 발굴한 쟁점은 다시 전체 토론으로 풍성해졌습니다. 1팀은 <여성 처벌의 역사>를, 2팀은 <성판매 여성이 사법적/사회적으로 처벌받는 현실>을, 3팀은 <국내 논의 정리 및 해외 사례 비교분석>을 주제로 자료를 읽고,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매매 여성 불처벌은 무척 많은 쟁점을 안고 있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법에 대해 고민하되, 사유의 범위를 법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룸은 최대한 넓게 펼친 문제의식을 정리하는 과정 중에 <불처벌: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10월부터 매달 1편씩 발행되는 <불처벌: 릴레이 인터뷰>는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고민할 때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들을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 더 많은 분과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읽은 후, 또는 읽기 전 <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휴머니스트, 2022)책을 같이 읽는다면 인터뷰와 책의 내용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향한 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성매매여성 불처벌 릴레이 인터뷰 5탄_ “성매매는 성통제의 최종심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이: 유현미(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사)

인터뷰어: 이룸

유현미님은 운동과 학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 연구자입니다. 반성폭력 단체 상근 활동, 대학 내 성폭력 사건 대책위 활동, 대학원생 노동조합 활동, 건강과 젠더를 엮어 고민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이룸과 만났고, 이룸 공부방 세미나를 했고, 성매매 여성 불처벌 세미나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릴레이 인터뷰에 참여하며 혹시 이 질문들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뽑는 질문인 것이냐고 되묻던 유현미님… 성매매에서 뻗어나가는 문제의식을 샅샅이 질문하다보니 그랬던 것일까요? 여러 영역에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는 분을 인터뷰하다보니 이룸에서도 묻고 싶은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법’은 법조인, 법학계에서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질문은 법조인 혹인 법 전문가가 아닌 불처벌 세미나 팀원들이 공통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졌던 의혹이기도 했는데요. 유현미님의 인터뷰를 통해 ‘법’을 바꾸는 과정에서 ‘법’ 자체를 질문할 수 밖에 없었던 불처벌 팀원들과 이룸의 고민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순서]

1. 지식생산과 몸의 문제

2. 법제화 과정에 대한 고민: “ 개인이 될 필요는 있지만, 개인으로만 남아선 안 되죠.”

3. 코리안 모델을 찾아서: 자영업자 문제로서의 성매매 산업

4. 불처벌 세미나: ‘자유’와 ‘계약’을 반문하는 시간

5. 코로나19와 성매매: 여성과 빈곤

6. 성매매를 여성운동의 핵심 의제로!

1.지식생산과 몸의 문제

이룸: 반성폭력 단체에서의 활동, 대학 내 교수 성폭력 사건 대응과 같은 활동을 활발하게 하셨잖아요. 현미님의 주요한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요?

유현미: 기본적으로 저는 젠더 연구자이고, 특히 지식 생산과 몸, 이렇게 큰 키워드 두 개에 관심이 있어요. 첫째는 지식을 생산하고 이것이 유통되는 방식, 둘째는 몸의 경험과 체험을 사회구조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성폭력이나 성매매 문제라든지, 의료와 보건쪽 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 있던 분야들은 의료사회학에서부터 조직사회학, 지식사회학까지 다 걸쳐 있어요. 대학이라는 공간은 가장 제도화된  고등교육 기관으로  지식생산을 하는 공간이에요. 여기에서 젠더/섹슈얼리티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경로를 따라가게 되는지에 대해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법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지 않고 법이 주된 관심사는 아닙니다만, 제가 관심 있는 지식 생산이라든지 몸의 문제라는 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법적 담론과 실천으로 연결돼요. 그렇기 때문에 법을 안볼 수가 없고, 또 연결이 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불처벌 세미나를 하면서도 계속 그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갔었던 것 같아요.

<대학 내 교수 성폭력 사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유현미님의 논문>

2.법제화 과정에 대한 고민: “ 개인이 될 필요는 있지만, 개인으로만 남아선 안 되죠.”

이룸: 성매매와 성폭력 이슈의 연결지점이 다각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텐데요.

유현미: 법제정 논의를 보자면, 성폭력의 법적 정의를 개정하고자 하는 비동의 간음죄/강간죄 운동이 있죠. 비동의 강간죄의 경우 다양한 버전의 입법안들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비동의 강간죄 입법운동의 맥락은 반성폭력 운동이나 여성 폭력, 젠더 폭력 이슈에 있어서 오랫동안 법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던, 흔히 말하는 최협의설, 폭행 협박을 동반한 엄격한 기준으로 적용되는 최협의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최협의설은 결국 입증 책임이라는 것을 피해자에게 묻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피해자화와 연결된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요. 미투 운동 이후에 특히 위력 성폭력을 다루는 데 있어서 동의나 자발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 했을 때, 아직까지 법이라는 건 성폭력을 폭행과 협박을 동반한 정도로만 너무 좁게 정의하고 있죠.  그걸 돌파하고자 하는 시도로 비동의 강간죄 입법운동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취지에 동의 하고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피해자성 강조, 보호주의라고 하는 담론에 갇히지 않겠다는 여성 운동이나 여성주의의 오래된 문제 의식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고요.

입증 책임을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로 전환하는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은 낙태죄 폐지 운동에서부터도 드러났었죠. 허용 사유나 예외 사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폐지를 주장함으로써 더 이상 허락받지 않는다, 어떤 예외 사유에 따라서 되고 말고를 따지지 말자는 흐름인데요. 그런 흐름 속에 비동의 강간죄 개정 운동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일테고, 젠더 폭력/여성 문제 전반에 걸쳐서 여성을 피해자로 고정시키는  문제를 바꿔나가겠다는 시도라는 의미에서 매우 동의합니다.

‘더 이상 보호받거나 증명하는 존재가 되지 않고 권리를 가진 존재가 되겠다’는 주장은 여성은 권리를 가진 개인이라는 선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동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개인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죠.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사회운동, 다른 담론들과 같이 논의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법적인 패러다임 안에서 권리를 이야기하는 건 결국 끊임없이 개인화 시키는 논리로 남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이 될 필요는 있지만, 개인으로만 남아선 안 되죠. 여성이 ‘개인’이 됐을 때 여성을 둘러싼 구조적인 압력이나 불평등, 모순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편한 논리로 작동할 수도 있으니까요. 안희정 사건에서도 목격했듯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무기가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것이잖아요. 성적자기결정권이 피해자의 무기가 될 수 있게 하고 판결을 바꾼 것은 사회 운동과 대중의 힘이었고, 그 권리의 내용 자체는 사실 비어 있는 것이죠.

다시 말해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권리 자체가 독보적인 권리여서 판결이 바뀌고 무기가 될 수 있던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 간의 엄청난 대중적인 여성 운동을 통해 변화했다고 봐요. 저에게도  성적자기결정권은 참 어려운 개념입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 무엇인지 수업을 할 때에도 참 설명하기 어려워요. ‘자기가 결정하면 다 되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성매매 문제에 있어서 성폭력, 동의, 자발성이라는 개념을 다룰 때 자유주의적인 개인의 개념을 넘어야만 하죠. 동등한 개인 사이에 가능한 권리 투쟁도 중요하지만, 사회라는 건 양자만의 관계, 둘 만의 관계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것이 핵심이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3자 관계인거예요. 너랑 내가 섹스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다른 주변의 존재라든지 제도라고 하는 게 있는 것인데, 성매매 이슈에서 당사자라 인식되는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사람을 넘어서 구매와 판매를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사회를 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오히려 사회가 그것을 조장했으면서도 ‘너네 책임이야’ 하고 떠넘길 수 있는 논리가 되어버린달까요. 그런 의미에서 자발성이나 동의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면 성매매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피해로 포섭하기 어려워져요.

성판매 여성에게 성매매 과정은 돈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내가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스스로’ 움직여야 되고, 서비스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잖아요. “너무 좋아 오빠 괜찮아 더 해 줘 괜찮아” 라고 말해야 되는 건데, 그건 굉장히 적극적인 동의로 읽히기 쉬운 것이죠. 그래서 적극적 동의로 폭력이나 피해의 의미를 판단해도 충분한가, 사회적으로 적절하다고 봐야할 것인가, 그것이 정말 여성 개인과 집단에게 좋은 것인가는 또 다르게 질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3.코리안 모델을 찾아서: 자영업자 문제로서의 성매매 산업

이룸: 법제화라는 과정 중에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하다보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누락하거나 반동의 논리로 사용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이를 조심하면서도, 어쨌든 현재의 법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미님이 보기에 성매매 법정책을 고민하면서 고려해야 할 한국 성매매 산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형 성매매 산업을 규율할 수 있는 코리안 모델의 핵심적인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유현미: 불처벌 세미나를 하면서 세미나 구성원들이 합의하게 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성산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그리고 형법, 처벌법 위주로 사유하는 게 아니라,  성산업을 축소시킬 수 있는 규제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지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성매매 산업의 축소와 형법을 넘어선 다양한 규제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게 대두된 이유는 한국식 성매매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봐요. 코리안 성매매 모델의 특수성이랄까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성산업이 대규모이고 복합적이고 디지털 기술화, 국제화 돼 있기도 하잖아요. 그 중에서도 저는 한국은 자영업의 비중이 큰 나라이고, 사실은 성판매 여성도 자영업자로 취급을 받지만,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은 다 자영업자라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어요.

알선업자들, 브로커들, 결국 모두 자영업자인 거예요. 그러면 일종의 프리랜서라고 했을 때 누구의 프리함 즉 유연함을 제한하고, 누구의 유연함을 조금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냐는 문제를 살펴봐야 해요. 지금은 그 프리함을 여성을 쥐 잡듯 잡는 데 쓰고 있죠. 알선업자들이나 그 주변 사람들의  프리랜서적인 특성은 그냥 풀어놨고,  덕분에 이들이 큰 돈을 벌죠. 알선업자와 브로커들이 얼마나 여자들을 쥐잡듯 하냐에 따라 자유롭고 유연한 수익 창출 구조를 통해 엄청난 이윤들을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성매매 후기 사이트였던 밤의 전쟁1도 마찬가지에요. 이들도 자영업자거든요. 자영업자의 위치에서, 어떤 법의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유연하고 자유롭게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되는 그 구조를 규제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한국의 성매매 문제를 군대와 자영업 문제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군대 문제는 지금 조금 변화하고 있죠. 분단 국가로서 군대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기지촌이 있고, 일본한테 점령당한 역사와 일본군 위안부와 미군 위안부의 운영은 결국 군대의 문제인 것이죠. 군대 문제라고 하는 것은 식민지 문제와 더불어 영토 수호와 주권 형성을 통한 근대 국가의 건설 문제이기도 했고요. 다시 말해 한국의 성매매 산업은 군대 문제로 시작됐고, 자영업의 문제로 확장되었다고 봅니다. <한국 성매매 정책에 관한연구: ‘묵인-관리 체제’의 변동과 성판매여성의 역사적 구성, 1945~2005년> 이라는 박정미 선생님의 논문에 따르면 70~80년대 국내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 유흥산업의 활황이 일조해 왔죠.  국가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관광산업, 주류 산업에 종사한 사람들이 유흥산업으로 먹고 살게 되었다는 것. 저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벌고, 먹고 살게 하는 방식은 문제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다르게 먹고 살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렇게 큰 이득이 나게 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래서 불처벌 세미나에서도 줄곧 성산업 특별 규제, 이런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룸: 프리랜서, 자영업자의 위치에 있는 성매매 알선자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요?

유현미: 그들의 이익은 여성들에게 부과한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수료, 고리대금, 세금에서의 차익 같은 것일텐데요. 세금을 안 내도 되거나,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을 여성들에게 전가하거나 브로커로서 수수료를 많이 착복하는 구조가 안착되어 있죠. 이미 이룸이나 다른 반성매매 단체에서 계속 문제제기하는 부동산 임대업, 대부업, 성형 산업이 공모하는 지점에 대한 규제가 약해요. 주류 즉 술값, 식품과 위생 산업과 유흥산업의 연결고리, 수수료를 할당하는 구조 등을 타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미 있잖아요. 이러한 논의를 종합한다거나, 효과가 확실한 한 가지를 밀고 나가서 확실히 때려잡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아, 성매매 업소나 유흥업소를 운영 해도 어차피 돈을 못 버는구나’ 라고 확실히 생각하게끔 해야죠. 브로커, 알선업자가 돈을 못 벌어야지 성산업이 축소될테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다른 경로로 생활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뒷받침 되어야겠죠.

<각종 산업과 유흥산업의 공모를 고발한다!>

이룸: 말씀해주신 한국형 성매매 산업에 특화된 법정책이 필요하다는 발상을 하면서 이룸에서는 노르딕 모델이 아닌 ‘코리안 모델’ 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는데요. 듣고 어떠셨어요?

유현미: “코리안모델을 찾아서”는 잘 지었단 생각이 들었죠. 모든 거에 K를 붙이는 세태 아닙니까(웃음). 항상 우리가 정책을 구상할 때 해외 정책은 어떠한가를 살펴보잖아요. 미국과 캐나다, 스웨덴, 일본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찾아보는 해외 정책의 근거지일텐데 그 중에서도 노르딕, 북유럽은 일종의 ‘꿈의 나라’이기도 하죠. 한국에는 사회 진보를 추구하시는 분들에게 노르딕이 선진 국가이죠.

그런데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거든요. 일종의 선진국 계열에 들어간 중진국 이상의 나라이기도 하고, 그래서 흔히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바뀌었다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K팝 같이 K자 들어가는 거 생각해 보면, 문화적인 요소라든지, K방역처럼 의료 이런 기술에 있어서는 한국이 이제 다른 나라가  보고 배우는 나라라는 자부심이 있잖아요. 그 두 개가 다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노르딕, 북유럽 국가 더 좋아 보여’ 와 ‘우리 K가 할 수 있다.’  이룸은 자부심으로서 K를 선도한다기 보다는 지금 여기, K의 현실에 구체적으로 집중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해석해보았어요.

4.불처벌 세미나: ‘자유’와 ‘계약’을 반문하는 시간

이룸: 불처벌 세미나 과정에서 현미에게 특히 듣고 싶었던 내용이 있어요. 불처벌 세미나 1팀에서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동의, 계약, 이걸 어떻게 다뤄야 되느냐? 결국에는 노예 계약이 임금 노동이라는 세련된 계약 형태 또는 임금 노동계약 형태로 전환이 되었고, 이것이 사실 굉장히 합리적인 것처럼 포장 되기도 한다는 문제의식을 말씀해주셨었어요. 착취가 사라지고 소비가 합리화되는 문제랄까요.

유현미: 그때 저희가 세미나 때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낙인찍힌 몸’(염운옥, 2019) 이랑 후지메 유키의 ‘성의 역사학'(후지메 유키, 2004)  두 권이었던 거 같아요. 두 책에서 기본적으로 말하고 있는 게 근대의 성매매 제도가 고대로부터 있었던 오래된 직업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군사주의 하에서 개발되고 발전한 제도이다. 근대 국가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데 있어서 빈곤 여성들의 몸을 착취하는 방식이었다. 어떤 일의 노예노동적인 부분이 자본주의랑 배치되는 게 아니라, 사실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이다. 이런 이야기가 두 책을 종합하면 나올 수 있었던 내용인 거 같아요.

제가 몸이나 지식에 관심있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성판매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신체에 관한 것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인종주의에서 핵심은 행위가 아니라 속성에 의해서 타인을 분류하고, 분류를 통해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논리인 건데, 이 속성이 대부분 몸에 관한 지식이나 담론을 통해서 몸에 대한 개입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게 인종주의에 대한 연구자들의 통찰입니다.

‘신체를 좋게 한다/낫게 한다’는 말을 하면서 몸의 안 좋은 습관들,  습성들을 치료하고, 안 좋은 몸을 보호하고 갱생시키자는 논리가 있죠. 결국 그런 몸을 분류함으로써 처벌하거나 보호하는 특정한 위치의 사람들의 권력을 높여주는 거지, 실제 그 몸을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아닌 거죠. 꼭 성판매 여성이 아니더라도 부랑자부터 군인의 몸도 마찬가지인 거고요. 누가 이 사회에 적합한 존재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실천들 중에서도 특히 몸에 관련된 걸 기준으로 삼아서 하는 거고, 성판매 여성이라는 낙인도 그 몸과 가장 긴밀하게 결부돼 있는, 특히 성애화된 몸에 대한 낙인이죠. 인간을 분류하고 부적격자로 규정하는 ‘몸’ 중에 성애화된 몸이야말로 제일 최하층의 존재로 치부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여성들의 가장 근본적인 불안과 구별 짓기의 기저에는, ‘창녀가 되면 안 돼, 창녀처럼 보이면 안 돼, 창녀 취급을 받을 수는 없어, 그러고 싶지 않아.’ 가 있지 않나 싶어요.

미투 운동 때 어떤 분이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면서 ‘가해자가 자신을 술집 여자처럼 대했다’고 묘사하신 적이 있어요. 무슨 맥락인지는 알아요.  그런데 저는 술집 여자는 아니라는 논리가 사실은 여성들의 행동이나 신체를 통제하는,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가장 최종 심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여자가 창녀다’ 라고 하는 것이 언제든지 여성을 사회의 부적격자로 범주화할 수 있고, 그럴 만하다고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여성이라면 누구나 잠재적으로 알고 있잖아요. 그 공포를 주는 것, 불안을 주는 것 자체가 사실은 전반적인 여성 통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보다 성매매하는 여자로 보여질까 두려운 부분이 좀 더 근본적인 두려움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왜냐하면 성폭력은 명확한 피해자라면 오히려 완벽히 보호받을 수 있는데 성매매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여겨지니까. 결국 성별 이중 규범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죠. 이중 규범이라고 말하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마냥 들리기도 하는데, 인종주의나 스테레오타입화를 경유해 본다면, 성별 이중 규범을 통해 신체에 가해지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집결지를 만들어서 신체를 격리시키는 거, 성병 검사를 통해서 성매매를 한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이 성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 이런 게 사실은 다 그 신체에 대한 개입을 통해서 이 사람을 부적격자로 분류하는 기술이라는 거죠.

<2021년 개정 전까지 1.과 3.의 종업원은”여성 종업원”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지금은 집결지 형태의 성매매가 많이 사라지고 있더라도, ‘쟤는 창녀처럼 입고 다닌다’, ‘사실 술집 여자다’라는 등 사람들이 판별하잖아요. 인종주의, 정형화를 연결짓게 된 건 그런 맥락이었어요.

<낙인찍힌 몸>에 사라 바트만의 사례가 등장해요. 사라 바트만이라는 여성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끌고 와서 유럽 백인들에게 신기한 몸으로 전시했죠. 당대 중산층인 젠틀맨들에게 유흥, 즐거움을 주는 프릭쇼에 출연시켜요. 사라 바트만이 유명해지니까 어떤 단체에서 이 사람은 사실 노예다, 인신매매된 것이라고 소송을 걸었고, 사라 바트만은 ‘아니다, 내가 원해서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응해요.

그런데 여기에서 노예 노동은 안된다고 말하면서 자유 계약을 옹호했던 사람들, 바트만을 해방시켜 주겠다는 사람들의 논리가 또 무엇이냐? 당시 노예 제도가  폐지되는 게 대세가 되면서 새롭게 자신들의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이 필요했던 거예요. 옛날처럼 무자비하게 끌고 올 순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는 계약을 했다. 그래서 얘네는 원해서 이주해 온 노동자다, 이주 노동자고 프리랜서다’라고 주장해요. 식민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목적 하에서 이윤을 발생시키기 위해 바트만을 노예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야 됐던 맥락을 같이 봐야해요.

그러니까 자유계약을 옹호하는 논리가 식민지 확장의 새로운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게 마냥 좋은 게 아닌 것이고, 누구에 의해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는가 라는 역사적인 맥락이나 사회구조적인 맥락을 봐야한다는 것이 의미 있었어요.

한편 후지메 유키의 책에는 성매매를 계약을 통했다면 강제적이지 않고, 특정 연령 이상이라면 괜찮다는 당시 일본 사회의 논리가 등장해요. 그런 식으로 계약 여부와 강제성 여부, 연령 여부를 통해서 ‘공창’을 규제한 결과가 결국은 성인 여성의 성판매에 대한 합법화인정이랑 다를 바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거든요. 그렇다면, 결국 그 기준을 정한 건 누구냐는 거죠. 그 기준이라는 게 누구에게 이익인가? 이런 걸 봤을 때 특히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자발성의 논리라든지 계약이라고 하는 논리가 외려 자유라는 이름의 감옥을 만들기도 하는 거죠. 그 감옥 안에서 끊임없는 자기 착취가 발생하는 일 중에 하나가 성노동인 것 같다는 논의를 세미나하면서 했었어요.

5.코로나19와 성매매: 여성과 빈곤

이룸: <마스크가 말해 주는 것들> 단행본에서 “K-방역과 두려움의 역설”이라는 글로 참여하기도 하셨죠. 동선 공개가 사회적 낙인의 효과를 가지고, 차별을 낳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동선 공개가 차별적으로 작동하고, 더 위협이 되는 현실을 짚어 주셨다고 읽었습니다. 한편, 어떤 캠페인에 참여하시면서 코로나 시국에 유흥업소 여성들의 어려운 점을 언급했다가 싣기 어렵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요.

유현미: 코로나 시국에 우리 모두 힘내자는 코멘트를 하는 라디오 공익광고 캠페인이었어요. 제가 책에 쓴 부분을 본 피디(PD)께서 타인의 곤경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자는 제안이 좋았다고, 그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셨는데요. 책에 쓴 예시 외의 사례를 언급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제가 코로나 시국에 프리랜서 지원금을 받았는데, 활동가 친구가 유흥업 종사자 여성들은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도 저어한다는 걸 들었다고 그랬더니 그 피디도 개방적이고 생각 있으신 분이라, 좋네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프리랜서로서 코로나 때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못 받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럴까. 타인의 곤경에 대한 상상을 가지자’. 라는 논조를 즉석에서 떠올리고 녹음했어요. 진짜 딱 이 내용이었고, 핵심은 프리랜서로서의 동질감이었어요. 이에 대해서 피디도 좋다고 했던 거고. 별다른 이야기 없이 진짜 프리랜서로서의 동질감으로서, 유흥업 종사자 여성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자, 그 정도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녹음한 이후에 성매매가 불법이어서 곤란하기도 하고, 성판매 여성이 프리랜서라는 걸 드러내기가 어렵다고 다시 녹음하자고 전화가 왔어요. 그 내용이 나쁘진 않았지만, 짧으니까 원래 취지가 잘 부각이 되지 못했다, 맥락이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도 그런 것도 있겠다 싶어서 알겠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청소 노동자가 대학에서 돌아가신 걸 가지고 여성들이 코로나 시기에 청소 양이 늘어나서 오는 과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그 코멘트는 방송됐어요. 같은 프리랜서이지만 성매매, 유흥업 종사자와 저는 다르다는 거죠.

너네가 프리랜서니까 너네가 책임지라고 엄청 욕하면서, 동시에 같은 프리랜서로 취급해 주지 않는 현실을 한 번 더 실감했어요. 나도 강사로서 프리랜서인 거고, 유흥업 종사자도 합법이기에 합법적 프리랜서잖아요. 그런데 그 여성들이 “우리를 지원해라” 라고 이야기하면 어떤 반응이 올지 뻔히 보이잖아요. 그런 게 사회적 처벌이죠. 같은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같지 않아요. 알선업자는 자영업자라서 생존권 보장하라고 유흥업소 협회 어쩌고 해서 시위하고 그러잖아요2. 여성들은 편하게 할 수 없죠. 그리고 사실 여성 단체에서 그 여성들의 일상이나 생존을 생각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그 여성들이 어떻게든 지원을 받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

빈곤은 그게 무엇을 살 수 있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긴급할 때 손벌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긴급하게 빚을 내야 할 때 내가 얼마의 수수료를 무느냐, 내가 신용이 있으면 낮은 이율, 신용이 없으면 고리를 내야 하는 거잖아요. 성산업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로커나 여성들도 그렇고, 긴급한, 일종의 하루 벌고 하루 먹고 하는 사람들이라든지, 물려받은 자산이라든지 자기 자본이 없기 때문에 자기들이 그걸 마련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받은 게 없고 가진 게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 왜 이걸 그만두지 못하느냐고 묻는다면, 급할 때 가장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이 유일하게 성산업이기 때문이겠죠. 성산업이 아닌 다른 공간이나 경로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6.성매매를 여성운동의 핵심 의제로

이룸: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현미: 저는 이룸의 이런 고민들이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요. 사람들이 처벌 여부를 쉽게 이야기하는 건 처벌 대상에 자기는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거든요. 어떻게 이걸 내 문제로 가져갈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한번 씩은 고민을 해 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성 운동 차원에서는 계속 말하지만, 성통제의 측면에서 이제 좀 성매매를 공통 의제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매매는 성통제의 최종심급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여성폭력에 대한 법이 만들어진 시기도, 성폭력 특별법이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가정폭력이고, 그 다음이 성희롱, 가장 마지막이 성매매 특별법이거든요. 그만큼 관심의 영역 바깥이기도 했고 여성 운동 안에서도 주류가 아니기도 한 문제로 다뤄져 온 것이죠. 갈등이 많았던 문제이기도 하고요.

저는 전체적인 섹슈얼리티 통제, 여성 통제 문제로서 성매매 이슈를 주류화하는 것과 성매매를 성산업이나 여성들의 불안정 노동의 측면에서 집중해서 더 봐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 여성운동이 성매매와 여성 노동 문제, 노동 운동과도 다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보고요. 기존 노동조합운동 중심의 노동 운동에 국한되지 않는 여성의 노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로 알려져 있으며 사이트 회원은 7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2018년 다시함께상담센터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공동고발 이후 수사기관에서 해외로 도주한 운영자를 검거하였다. 성매매 업소 광고 대가로 170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아 2022년 11월 24일 징역 3년, 5억 800여만원의 추징 판결을 받았다.[]
  2.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2021년 1월, 집합금지조치가 불평등하고, 생계를 위협한다며 여의도에서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전국 각지의 유흥주점 업주들이 집합금지에 따른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