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본> 항의서 : 성매매업소 업주의 증인 서정욱수사관에 대한 이룸의 입장

* 지난 1월 25일 처음 올렸던 항의서 내용에서 사건 담당 변호사의 의견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수정하였습니다.

항 의 서

– 성매매업소 업주의 증인 구리경찰서 서정욱수사관에 대한 [이룸]의 입장

1. 사회정의 구현과 시민들의 인권수호를 위해 애쓰시는 귀 기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이하 본회)은 성매매피해자의 인권보호와 탈성매매 지원을 위해 2004년 1월에 창립하였고 여성가족부의 인가를 받아 서울시와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 회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법률지원과 의료지원, 온·오프라인 상담, 긴급구조와 쉼터연계 등의 지원활동과 성매매 관련 교육 및 교안연구, 성매매 방지 홍보사업, 일상화된 성매매 문화를 바꾸기 위한 거리캠페인 등 대중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사건 경위

지난 2006년 11월 성매매피해여성 박OO, 이OO은 본회에 상담을 의뢰하였고, 본회는 피해여성들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성매매업소 업주 김경식 외 3인을 고소하였습니다. 2006년 12월부터 구리경찰서 폭력2팀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2007년 4월,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검찰의 약식명령이 결정되었으나 이에 불복한 피고소인들의 청구로 정식재판이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2008년 1월 17일, 본회는 박OO, 이OO의 증인심문을 위한 법원 출석을 동행하였고, 그곳에서 구리경찰서의 사건 담당자 서정욱 수사관이 성매매업주 측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4. 서정욱 수사관은 경찰조사 당시부터 성매매문제와 여성인권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007년 1월, 성매매매피해여성 박OO, 이OO과 피고소인 4인의 경찰 대질 심문이 진행되었고 본 회의 상담원과 자문 변호사가 그 자리에 함께 동석하였습니다. 일요일임에도 성매매 업소 업주, 사채업자등 4인과 장시간의 대질심문을 하면서 피해여성들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피고소인 4인은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소리 지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이에 피해자 박OO은 몸을 덜덜 떨고 손이 축축히 젖을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수사과정에서 동석했던 본 회의 상담원은 피해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서정욱 수사관에게 피고소인들에 대한 제재를 부탁하였으나 서정욱 수사관은 “때린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말을 하냐”며 방관하였고, 그 말을 들은 업주 등 피고소인 측은 더욱 의기양양한 태도였습니다. 이러한 서정욱 수사관의 무성의한 태도는 큰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어렵게 경찰에 신고한 성매매 피해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본 사건의 피고인들은 야간에 고소인의 집에 불쑥 찾아가기도 했고, 여럿이 박OO을 차에 태운 채 위협한 적도 있으며, 여러 차례 심한 욕설을 퍼붓는 등 고소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협박을 저지른 사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찰조사의 편의를 위하고 수사를 돕고자 고소인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피고소인 4인을 한꺼번에 만나 바로 곁에서 얼굴을 보며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전과 똑같은 태도로 피해여성들에게 윽박을 지르고 겁을 주었고, 담당 수사관은 그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경찰서 내 수사 환경의 안전함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수사 환경의 안전 보장은 담당 수사관에게 가장 기본적인 책무일 것입니다. 특히나, 성매매와 관련된 진술은 피해여성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고 민감한 사안일 수 있습니다. 사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풍부한 진술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과정에 모두 참석했던 본회는 서정욱 수사관의 성매매 사건에 대한 관점과 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에 몇 차례 항의해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검찰과 법원에서 이어질 조사와 판결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진 재판과정에서 다시 서정욱 수사관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은 상담원도, 변호사도, 피해여성들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5. 서정욱 수사관은 성매매 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형사 공판에 업주 측 증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2008년 1월 17일 오후 4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진행 된 본 사건의 공판에서 본회가 보호하고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어 [이룸]의 상담원이 동석해 재판에 출석한 바 있습니다. 수개월간 경찰 및 검찰 조사를 거치면서 과거의 상처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받았던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이제 겨우 안정을 유지하며 생활하던 중이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지에 피해여성들은 자신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성매매업소 업주 등 피고인들이 처벌되지 않을까봐 크게 두려워하였지만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비공개 재판을 청구하여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재판에 출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렵게 재판 참석을 결정한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서정욱 수사관이 업주 측 증인으로 출석한 것을 보고 매우 놀라고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또한, 서정욱 수사관이 재판정에 들어올 때 성매매 업소 업주이며 피고소인 4인중 한 명인 김경식의 누나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것을 동행한 본회의 상담원과 피해여성들이 목격하였고, 이 모습을 본 피해여성들은 상담원에게 불안과 실망을 호소하였습니다. 시민의 인권과 안전을 수호하는 수사관이 어떻게 불법적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는 범죄자들 측의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할 수가 있는지 수년간 성매매피해여성을 지원하며 다양한 고소사건을 접해본 본회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6. 서정욱 수사관의 법정 증언은 성매매업주 등을 옹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서정욱 수사관은 피고인 측 변호사의 “박OO이 진술을 번복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를 묻는 질문에 “수사초기에는 직접적으로 강요당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직접적으로 그런 게 아니고 분위기상 강요당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서정욱 수사관의 진술을 듣고 성매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의 성매매 문제에 대해 가지는 관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 박OO은 선불금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입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 2조 4항 라 목의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의 1호를 보면 ‘선불금 제공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의 동의를 얻은 때에도 그 의사에 반하여 이탈을 제지한 경우’에는 ‘대상자를 지배·관리 하에 둔 것’으로 판단하여 ‘성매매 강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선불금은 업주의 협박이나 위해만큼이나 족쇄처럼 작용하여 선불금을 갚기 위해 성매매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합니다. 이미 2004년 9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이래, 성매매피해여성을 보호하고 업주, 사채업자등 성매매알선자를 처벌하는 수많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욱 수사관은 현행 법률에도 나와 있는 ‘선불금에 의한 성매매 강요’를 ‘강요’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으며, 또한 직접적인 협박이나 위해, 폭력 등만을 ‘강요’라고 해석하는 것은 성매매문제, 여성인권의 문제를 바라보는 수사관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보여줍니다.

고소인 박OO 또한 서정욱 수사관의 재판 증언에 대하여 몹시 억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당시 서정욱 수사관은 “피고소인들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박OO의 주장에 “하기 싫으면 거부할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피고소인들이 (고소인들을) 폭행, 감금이라도 했느냐”라고 반복적으로 답하며 주눅 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서정욱 수사관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성매매‘강요’의 일률적인 편견에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수사 과정에서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가치판단의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관이 사건에 대한 주관적 접근으로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면서 그것이 소극적인 진술이라 피해사실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한다면 피해자들의 아픔을 호소할 곳은 어디입니까.

증인 서정욱 수사관은 성구매 남성의 신상확보 등 증거자료 제출에 대하여 “결정적 상황일 때 제출되거나 중요한 증거자료를 검찰 송치 때까지 내지 않았다”고 하여 성매매 피해자들이 제출한 증거가 신빙성이 떨어지고, 피해자들이 태도가 의뭉스럽다는 맥락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의 조서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피해자들이 일했던 업소는 구리경찰서의 지구대나 경찰서 형사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경찰관을 더 신뢰할 수 없었고, 오히려 피해자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일했던 업소에 방문했던 경찰관을 만날까봐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성매매와 관련한 경찰의 범죄도 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본회에서 수임한 사건의 담당 변호사 또한 경찰 조사시 고소인들과 동석하여 조사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본 사건에 대한 서정욱 수사관의 수사 의지에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증거 제출 시기를 검찰 조사 시작된 이후로 늦추자는 제안을 먼저 해왔습니다. 따라서 피해자들과 상담원이 그에 동의하였고, 증거자료 제출 시점을 변호사에게 일임하여, 필요한 시점에 증거자료들을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사 진행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사건 당사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일인데, 그것을 문제 삼는 의도가 무엇인지 오히려 본회와 고소인들은 서정욱 수사관에게 묻고 싶습니다.

7. 본 회는 성매매피해여성들을 보호하고 인권수호를 위해 애써야 할 현직경찰관, 더군다나 고소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관이 성매매 업소 불법 운영한 업주, 사채업자 등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해 성매매 업주등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사실에 대하여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성매매 사건의 피해자들은 더 이상 경찰을 믿고 피해사실을 진술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수사관은 사건의 목격자나 관련자 등 일반 증인들과 그 위치가 전혀 다릅니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눈으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수사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도리어 범죄자로 취급하고, 재판에 피고소인 측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소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다면, 어떤 피해자가 경찰을 인권의 보호자로서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성매매피해여성과 같이 ‘특수한 여성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정확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사관에게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 요구되는데, 조사 과정부터 증인 출석에 이르기까지 서정욱 수사관이 보여준 일련의 언행들은 모두가 경찰이 지양해야할 최악의 사례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성매매 업소 업주 등의 편에서 증언하기 위해 법정에 증인 출석해서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을 왜곡되게 판단/증언한 서정욱 수사관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입니다. 또한, 성매매 사건을 바라보는 수사기관의 관점과 태도가 변화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이룸]에서는 반(反)성매매 운동을 전개하며 성매매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본 사건뿐 아니라 모든 성매매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입니다. 더불어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사회정의와 인권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2008. 2. 5.
성매매없는세상[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