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발언문]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평등한끼> 국회 앞 집회 발언문

🌈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있는 [평등한끼] | 국회앞 집회
📣4/4(월) [평등한끼] 국회앞집회에 함께한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이룸 회원 예지님과 이가현님이 함께해주셨어요!👏
📣 첫번째 발언, 혜진
사람 4명, 서 있는 사람, 야외의 이미지일 수 있음

안녕하세요. 저는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에서 활동하는 혜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별과 혐오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성, 빈민, 성적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수많은 소수자들이 사회적 배제 속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로, 폭력으로, 빈곤으로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로 성매매산업에 유입되어, 형사 처벌 대상, 맹렬한 비난 대상이 되는 성매매여성들 또한 그렇습니다. 현재 사회의 노동 조직, 자원 분배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빈곤한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존재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성매매산업에 인입되기도, 경계에 있기도 한 많은 빈곤 여성들이 성매매산업 안밖에서 생계와 안전 위협을 겪으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매매여성’이 드러나기만 하면, 맹렬한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성매매여성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여성들의 입을 막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행법은 성매매여성들을 형사 처벌함으로써, 강력하게 성매매여성들의 입을 막고 있습니다.

성매매여성 처벌로 인해,
성매매여성들은 단속에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고,
악덕업주를 고소하고 싶어도 나도 처벌받을 수 있음을 감수해야 하고,
업주와 구매자로부터 폭력피해를 입었어도 신고하기 위해서는 나도 처벌받을 수 있음을 감수해야 하고,
성매매산업에서 겪는 많은 부당한 일들을, 참고 견디게 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빈곤 여성을 처벌하는 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성매매여성들의 입을 막음으로써 성매매산업을 유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 처벌을 무기삼아 성매매산업은 비대한 규모로 자라나고, 남성들은 성매매산업 안에서 정당화된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열악한 조건의 노동마저도 종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성, 이주민, 노년, 청소년, 장애인, 퀴어 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 위협 속에서 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치는, 차별과 혐오로, 폭력으로,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의 삶이 나아지게끔, 고통받는 사람이 없을 없게끔 하는 것이 제 역할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의 입을 차별과 혐오로 막고 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얘기하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비난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차별과 혐오로 입을 막고자 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 배제되어 온 우리들도 사람이다, 혐오하고 차별하지 말고 같이 살아가자라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것임에도, 아직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삶을 지켜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에, 지금처럼 혐오로 화답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몸부림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정치는, 차별과 혐오로 이들의 입을 가로막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자원을 모두에게 나누는 길로, 같이 살아가는 상식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그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두번째 발언, 예지
사람 6명, 서 있는 사람, 야외의 이미지일 수 있음

<배 주린 자들에게도 평등한 식사를>

지나가는 시민 여러분,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의원 분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차별금지법 꼭 좀 제정해달라고 부탁드리려고 나온 시민들입니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서로 분담해 가며 하루 한 끼 ‘식사’를 끊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밥이 삶을 유지하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면, 차별금지법과 식사는 결론적으로는 같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배 주린 자의 고통을 단 한 명만이 겪고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분담합니다. 우리 사회가 우리 소수자의 고통을 나누어서 져야할 책무가 있다는 것을 요구하기에 앞서서 우리 공동체 내부의 고통을 나누어 지는 방식으로 상호 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사회에서 밥이 어떤 의미인지 아십니까? 우리 사회에는 식사에 관련된 다양한 관용구가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는 안부를 물을 때 식사는 하셨는지고 물어보고 적당한 호의를 드러낼 때 다음에 밥 한끼 하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얄짤 없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때에는 국물도 없다는 관용구를 쓰기도 하지요. 밥 먹을때 개도 안건드린다,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은 또 어떻습니까? 이런 관용구들로 미루어보았을 때 한국 사회에서 밥이란 상호 돌봄과 호혜적인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식사의 의미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조건이라면, 우리의 삶의 면면들이 너무나도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회의 식사라는건 결코 공평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식탁이 탐욕스럽게 채워질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주린 배를 그저 안고만 있습니다. 인건비 절감을 하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자본가들은 그들의 허리띠가 아닌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5시간 노동에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화장실도 못 한 공간에서 부랴부랴 식사를 마쳐야만 하는 현실이 어떻게 차별적이지 않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습니까? 9시부터 3시, 그 이후에는 무급 노동을 하고 있다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는 어떻습니까? 사회가 여성을 굶길 때 이 가난한 여성은 다른 방식의 생존회로를 찾습니다. 연 추산 6조의 거대한 성산업과 막대한 이윤을 내는 성산업이 그 증거입니다. 성산업은 ‘덜 일해도 되는’ ‘고소득’의 ‘쉬운’ 일이라고 여성들에게 손짓합니다. 이렇게 유입된 유흥업소 종사자와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일들은 또 어떻습니까? 정말로 평등합니까?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운 식사 대신 업소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술을 강제로 따르고 마셔야 하지 않습니까? 이 여성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 술을 소비할 때 수많은 남성들은 술, 여자, 유흥을 ‘질펀하게’ 즐기러 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남성들이 술을 물처럼, 유흥을 자신의 성적 쾌락으로서만 소비하고 있을 때에도 어떤 트랜스젠더는 두 개의 화장실 앞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워 물을 적게 마십니다. 이런 상황들속에서 우리가 구조적 차별없이 대한민국에서 평등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건가요?

“나는 왜 ‘나’인가”라는 질문이, 자유에 대한 갈망이 아닌 한탄으로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차별금지법은 좌절하지 않고 우리의 조건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질문한다는 것입니다. ‘왜 우리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은 평등한 식탁에 오를 수 없는가?’ 이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보편적 인권이라는 가치가 한국 사회에서 정말 평등한 장에서 논의가 된 적이 있었는지 질문하자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인간으로 취급받는지 물어보고 대안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는 법이 바로 차별금지법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어쩌면 차별금지법 하나로는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엉켜버린 실뭉치처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대면 좋을 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게 대한민국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문제 해결의 시작을 열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별, 빈곤,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됩니다. 지금 당장 하십시오!

 

📣 세번째 발언, 이가현 

사람 4명, 서 있는 사람의 이미지일 수 있음

안녕하십니까.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이가현입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집결지의 대표적인 장소로 불리우는 청량리 근처에서 오랜시간 살았습니다. 소위 588이라고 불리는 번짓수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초등학생들에게조차 공포와 혐오의 숫자였습니다. 어른들이 588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588에 전화를 걸면 전화를 받았다가 아무 말도 없이 끊는다더라 하는 괴담같은 것이 돌았고, 저에게 성매매여성은 처녀 귀신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무서운 모습으로 상상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성매매여성을 만나보셨습니까?
여러분의 상상속 성매매 여성은 어떤 이미지였나요?
가정을 파괴하는 가정파괴범?
구매자에게 사기를 쳐서 큰 돈을 갖고 사라지는 사기꾼?
구매자에게 성병을 감염시키는 성병캐리어?
쉽게 돈 벌어서 쉽게 쓰는 사치스러운 여자?
범죄를 저지르고 약물을 복용하는 악마같은 여자?
무엇이든 나쁜 것들로만 가득차 있을 것입니다.

성매매여성들은 정말 가정파괴범이고 사기꾼이고 사치를 일삼는 성병캐리어일까요? 아니요. 성매매여성들에게도 가정이 있고, 약점이 잡혀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훨씬많고, 집이나 방이라고 볼 수 없는 쪽방에 살기도 하고, 구매자에게 콘돔을 끼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실과는 반대되는 편견을 조장해 성매매 여성을 혐오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그래야 성구매를 하는 남성들의 강간문화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여자들도 자발적으로 돈 쉽게 벌려고 몸팔았으니까 구매한 우리는 잘못이 없어 라고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함부로 특정한 이미지, 그것도 불결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상상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혐오이자 차별입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렵다고 합니다. 성매매여성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성매매 이력이 밝혀진 여성에게 다른 일을 시킬까요? 성매매가 쉽게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성매매여성이 구매자에게 맞거나 살해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겨레21의 성매매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성구매 남성들이 살해를 결심한 이유는 대개 사소합니다. 가해자들은 성매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의정부지법 2016고합○○○), 피해자가 30만원을 가져갔다가 안 돌려줬다는 이유로(의정부지법 2016고합○○○), “(상대를) 죽이라”는 환청을 들어서(부산지법 2016고합○○○), 돈을 지불했는데도 관계를 거부해서(수원지법 2016고합○○○), 성매매 대금 환불을 요구했는데 주인이 거절하자(광주지법 2019고합○○),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서(인천지법 2016고합○○○, 대전지법 2019고합○○○) 성매매 여성을 살해했다. 심지어 성매매 대가로 지불한 8만원을 다시 빼앗기 위해 “40만원을 주려고 뽑아놓았다”며 피해자를 재차 모텔로 유인한 뒤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인천지법 2019고합○○○)

지난 해 여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훼손하고 ‘노래방 도우미’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을 기억하십니까. 두 여성은 모두 강씨가 자수할 때까지 실종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성매매 여성이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는 여성은 언제든 강씨 같은 이를 마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삽니다. 실종되거나 살해당해도 이런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 ‘범죄’로 인식되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은 강력범죄의 위협 앞에서 가장 취약한 피해자가 됩니다. 살해당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시나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한국사회의 인권의식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대구의 홍준연 구의원은 성매매 여성을 위한 탈성매매 지원금을 두고 “세살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며 쉽게 돈 번 사람에게 혈세낭비를 할 수 없다는 망언을 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지역정치가 먹여살리고 돌봐야 하는 시민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봤다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일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이 이들은 차별해도 된다고 당당히 선언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성매매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성구매 의혹이 있었던 이재명 후보의 아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별 탈 없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너그럽게 넘어갔었습니다. 아들이 아니라니까 아버지는 믿어야겠답니다. 성매매여성에게는 우리 사회가 절대 허락하지 않는 신뢰죠. 

성매매는 나쁜 것인데, 성매매 여성을 차별하지 않으면 성매매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요? 대한민국이 여성들이 차별받고 욕을 먹어서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아마 성매매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성매매는 빈곤의 문제입니다. 돈을 벌어야 해서, 먹고 살아야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갑자기 많은 빚을 지게 되어서,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수많은 악조건들이 여성들을 성매매 현장으로 떠밉니다. 유흥업소에서, 모던바에서, 랜덤채팅어플에서, 생계를 위해 또는 당장의 잘 곳을 구하기 위해 성매매 외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여성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조건들을 보지않고 이미 차별과 억압속에 놓인 사람들을 더 못살게 군다고 해서 성매매가 사라질리 없습니다. 

저는 성구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을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해자가 폭력을 저지르지 않는 것, 그리고 피해자가 폭력에서 빠져나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남성들이 성구매를 멈추고, 빈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이라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보이지 않도록 배제하고 차별하고 혐오해왔던 그동안의 사회를 바꿔야만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성매매여성이 받는 차별을 없애고, 보이는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가진 존재로서, 생명권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서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합시다. 성매매여성, 빈곤여성이 받는 억압과 낙인의 세계를 끝내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한발짝 더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