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추방 범국민운동 출범’에 대하여

지난 6월 2일 서울역광장에서 출범식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한 ‘성매매추방 범국민운동’은
제안문에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인 퇴폐적 성문화’를 지적하면서
‘집창촌이라 불리우는 성매매업소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반면에 안마시술소, 이발관, 노래방, 단란주점 등에서 자행되는 불법 성매매’가 확산되고 있으므로
‘단호한 행동’에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은 반성매매정책속에서 방치된 산업형성매매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성매매집결지’를 여성비하적 표현이 될 수 있어 폐기된 ‘집창촌’이란 단어로 표기해야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우리사회의 성매매문제의 원인을 ‘퇴폐적 성문화’에서 찾고 있는 보수적, 구시대적 시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반성매매, 성매매여성 인권운동은 보수도덕주의와 그 길을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성매매는 ‘퇴폐’문화이기 때문에 나쁜 것 이라는 발상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우리를 1960년대 윤락행위등 방지법이 제정되던 시절로 데려다 놓는 듯 합니다.
성매매를 추방하려는 보수도덕주의적 시각은 여성의 인권를 보장하기보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법적 처벌,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고
성매매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을 도리어 비난하는 작용을 해왔습니다.
또한 여성에게는 정절과 순결을 강조하고 남성들의 폭력적 성문화에는 한없이 관대한
가부장제적 성보수주의는 도리어 성매매 산업을 확산, 정당화시키고 여성인권을 침해해 왔습니다.

현 사회의 성매매문제를 ‘퇴폐적인 성문화’의 결과로 보고 성매매를 ‘추방’하려는 보수도덕주의의 입장으로 성매매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성매매여성의 인권과 생존을 크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의 문제는 남성중심사회의 남성권력, 여성의 빈곤, 노동의 문제입니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낙인,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 시각에 대한 비판과 거부에서 출발하지 않은 반성매매운동은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라면 대 환영이지만 순결과 정숙을 강조하는 성보수주의의 ‘도덕’이라면 노땡큐입니다.

? 성매매여성의 인권보호는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매매추방범국민운동이 산업형성매매 관련자들의 자성과 성매매문제에 무관심했던 우리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매매여성은 업주/구매자와의 관계에서 피해받고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약자/소수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성매매여성의 인권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없는 ‘성매매 추방운동’은
여성인권의 축소와 약자/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알선 구매행위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것이지만
무엇보다 알선 구매자와 같은 공간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생존권에 대한 고민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성매매여성들은 단속의 현장에서, 노동과 삶의 공간에서
법의 언어로는 설명 될 수 없는 수 많은 피해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추방’의 대상으로 바라보기전에 여성들의 인권과 생존에 대한
대안과 대책을 고민하고 요구하는 데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기울여지기를 바랍니다.

2009년 6월 17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