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들 보세요.(장안동 성매매 여성과 지원체계에 대한 의견)

최근 장안동 성매매 여성의 자활대책과 관련하여 각종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과 왜곡된 보도 에 대응하느라 현재 [이룸]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요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의견 몇 가지를 정리 요약하였으니 이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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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소는 ‘관할’이 없습니다.

성매매피해상담소는 경찰서가 아닙니다. 상담소는 법원이나 검찰도, 보건소나 동사무소도 아닙니다. 상담소는 지역의 성매매피해여성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기관이 아닙니다. 장안동에서 집중적인 경찰 단속이 있었다 하여 장안동 인근의 상담소에 상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계적이고 몰상식한 관점으로는 성매매피해여성의 상담지원과정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서울에 5개소의 성매매피해상담소가 운영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20여개소가 넘는 상담소가 있으며 ‘장안동’ 여성들은 이중 원하는 어느 지역, 어느 상담소에서든 법률,의료등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근 상담소의 실적만으로 성매매피해여성지원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관점입니다.

▣ 상담소의 홍보활동, 경찰의 단속은 상담건수의 증감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상담소가 진행하는 현장방문상담(out-reach)형태의 홍보활동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집니다. 성매매업소들 중에 홍보물품을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는 업소는 극히 드물며, 특히 장안동 안마시술소 집결지의 경우 여성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형 성매매집결지를 제외하고 성매매여성을 대상으로한 직접 홍보가 가능한 지역은 서울시내에서 몇몇 맥주?양주집 밀집지역에 불과합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상담소의 홍보내용을 전달하였다고 할 지라도 여성이 정보를 얻은 그 즉시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에 걸쳐 고민하고 의심하고, 고민한 끝에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찰의 단속도 상담건수의 증감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지 않습니다. 경찰단속이라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경험한 여성이, 자신을 붙잡으러 온 경찰관에게 ‘상담소가 있으니 상담을 받아봐라’는 안내를 듣고, 너무나 기뻐하며 당장 상담소로 연락하여 탈성매매를 꿈꾸는 일은 동화책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개별 성매매여성이 처한 현실은 동화처럼 낭만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업소안에서 수없이 들었던 각족 왜곡된 정보들, 성매매 일을 하면서 늘 ‘적’이었던 경찰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에 대한 분노, 당장 내일이라도 갚아야 하는 빚/일수, 업주/사채 등으로 부터의 협박 등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여성들에게 ‘왜 상담을 받지 않는가?’ 라고 단순무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성매매의 피해구조, 알선자들의 존재, 구매자들의 끊임없는 수요등의 다른 요인은 삭제한 채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편협한 시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탈업소/탈성매매/상담의뢰가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 여성이 탈업소를 결심하고, 탈성매매를 시도하고, 상담을 의뢰하는 것은 개별 여성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를 수 있어도 분명히 ‘시간’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이룸의 2007년 상담 현황 중 ‘상담의뢰계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7년 상담현황 중 상담의뢰계기>
빚독촉, 협박 58건
사기 피고소 42건
탈성매매 25건
빚 22건
단속, 구조, 조사동석 17건
민사 소송 11건
의료 10건
혼인신고 9건
2차강요 6건
고소문의 5건
구매자 4건
임금체불 4건
금전피해 4건
불안 4건
성구매자 처벌문의 3건
경제적 어려움 3건
폭행 3건
성판매 처벌문의 2건
명의도용 2건
쉼터 2건
기타 14건

위에 나타나듯이 상담을 의뢰하는 동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빚독촉, 협박’을 비롯하여 ‘사기피고소/빚/민사소송’ 등은 모두 탈업소, 탈성매매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로 길게는 업소를 그만 둔지 10년 이상 지난 후에 상담을 의뢰하기도 합니다. 상담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성매매피해는 단순히 성매매 업소에서 빠져나오기만 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한 여성에게 달라붙는 알선자들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성매매업소를 단속했으니, 여성들이 모두 성매매를 그만둬야 되는데, 상담소를 찾지 않는다 하니 풍선효과!”라는 식의 유치한 관점은 성매매피해여성의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엉뚱한 소리에 불과합니다.

▣ 성매매여성의 자활, 성매매업소의 단속, 성매매피해의 상담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노력해야 할 문제입니다.

단 한번의 홍보, 단 기간의 단속, 단 한지역에 대한 관심이 성매매의 현실을 모두 바꿔놓지 못합니다. 성매매는 성매매피해여성과 동의어가 아니며, 성매매는 장안동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단기간의 수치화된 단속, 상담등의 실적으로 모든 성매매의 현실을 파악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성구매자, 알선업소 운영과 실질적으로 성매매피해여성의 목을 조이고 있는 사채, 선불금 등의 문제에 장기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