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 이유있는 이룸> 1탄- 이예지 회원 ‘내가 이룸을 좋아하는 이유’

 

<격월, 이유있는 이룸> 1탄_이예지님 숏터뷰 

‘내가 이룸을 좋아하는 이유’

 

0. 간단한 자기소개 

예지라고 합니다. 진보정당 활동 및 지인들과의 세미나 등을 통해 여기저기 기웃대면서 살아오다가 2017년 이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이룸의 팬이 되어 쫓아다닌지 어언 5년이 흘렀습니다. 얼레벌레 덕질하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옆나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1이룸을 인식하게 된 계기 또는 이룸회원 가입동기

2017년 당시 이룸 활동가분이 페이스북에서 반성매매/성노동론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신 것을 우연히 본 것이 이룸을 알게된 계기였습니다. 그간 저는 성매매 패러다임에서 성노동론을 유흥종사자나 성매매 여성들이 수행하는 일들을 노동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너머는 상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그 글을 읽으면서 큰 그림으로서 연간 추산으로만 6조 규모의 성산업의 외연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성산업은 누구의 배를 불리는 지, 유흥업소, 성매매업소 안에서의 성별화된 노동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이 흥미로운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반성매매 진영, 특히 이룸이라고 하는 집단이 말하는 대안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궁금해 졌던 것 같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반성매매’ 운동은 어떻게 지속되었는지역사를 만들어 왔는 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그 글을 읽고 감동받았던 친구들과 함께 이룸에 가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2. 이룸을 좋아하는 이유

이룸은 늘 언제나 복작복작 바쁘다는 점이 매력 아닐까요제가 그간 참석한 이룸 총회에서는 늘 언제나 회원분들이 이루머들에게 일이 많지 않나요?” 라고 여쭤보시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이루머들이 무엇 하나 놓치기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출 추심, 성형산업트랜스젠더 이슈 등 성매매와 관련된 현안에서 늘 앞장서서 공론장을 만들고 싶어하고사회의 다른 쟁점들과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제, 출판, 회원 모임… 작고 크게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왔으니까요. 우리가 이룸을 사랑하는 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이유 중에서 성실함은 빠지지 않을거라고 자부합니다. 이루머분들은 종종 이룸을 왜 좋아하세요? 하고 여쭤보시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짝사랑은 오래 되어서 이젠 이유를 잘 모를 때도 많긴 합니다. (저만 그런거 아니죠?)

 

3예지 님이 바라보는 이룸의 선명한 입장

이룸의 선명함은, 우선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종다양한 문제를 인권의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합의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찾아보니 2008년에 이룸에서 성매매여성 신원노출을 염려해 여성들의 주민등록번호 제출을 거부하고 현장사업을 반납하셨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성산업 종사자는 그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낙인, 개인정보노출, 위협에 노출되어있지요. 시혜적인 관점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개인정보노출은 감수해야한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한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성매매 여성들의 신원이 사회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악용되는 지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서 고민했다는 증거이니까요.                                     두 번째로는 성산업 내부에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다고,이들도 “여성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은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즉 생물학적 성차sex‘만이’ 과학이고 객관이라는 일련의 혐오적인 흐름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룸은 혐오에 휘말리지 않고 단호하게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합니다.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를 혐오할 때 이태원 아웃리치를 통해 마주하는 여성들과 늘 만나고자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죠. 어쩌면 매달 만나서 그런걸까요? ㅎㅎ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모르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마주하고 정말로 이해하기 때문에 나오는 선명함이 있다고 믿어요.                                         마지막으로는 이 지긋지긋한 차별의 역사, 사회 내부에서 여성들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로써 존중받지 못 하고 소외되거나 무시되어왔던 역사를 더 이상 거부한다는 점이에요. 성별화된 노동과 거대한 성산업이 배를 불리는 자본을 문제로 삼고그 어떤 여성도, 그 어떤 누구도 이렇게 착취적이고 폭력적인 산업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죠그래서 저는 이룸의 입장이 가장 급진적이고 선명하다고 생각해요. 성산업 내부에서 여성들이 수행하는 일을 어떤 노동으로 바라볼 것인가? 노동이라는 단어를 쓸 때 취할 수 있는 의미나 전략은? 등의 고민도 있겠죠어쩌면 노동이 아니라 착취 아니냐는 의도치 않은 논쟁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룸이 바로 그 지점에서 정면돌파하고 있다는거예요. 반성매매 진영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이 산업 내부에서 수행하는 것들을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요.

 

4대한민국에 ‘이룸’이라는 단체가 필요한 이유

다들 조용히 있을 때 이룸은 어떤 방식으로든 성매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성매매 이슈가 지금보다도 더 많이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간 추산으로만 6조라던데, 규모에 비해서는 덜 이야기 되는 것 같아요. 비즈니스 명목이든 남성의 쾌락을 목적으로 두든 사실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떤 여성은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이룸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진보적 진영에서는 과연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나오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라는 이유에서 이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성매매 ‘인권행동이잖아요? 진보적이네 뭐네 해도 사람들이 이따금씩 말하기를 꺼려한다고 느낄 때도 많아요. 막말로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여성들이 왜 술시중 들어줘야하냐, 그거 성차별 아니냐고 하면 다들 동의할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노동이나 산업의 영역으로 갔을 때, 수익 즉 생존의 문제로 치환해서 해석하기 때문에 더 이야기를 꺼려한다고도 느낄 때가 많아요. 이 때, 보편적 인권의 감각에서 ‘과연 이런 일을 일로써 두게하는 것이 옳냐고 질문하는 역할을 이룸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5예지님이 앞으로 공부하려고 하는 연구와 이룸과의 연결고리

저는 제도화된 행정이 를 어떻게 구성하고 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주민등록번호로 성별을 판별한다거나, 출신지를 판별하거나 하는 문제들이요. 그거 아세요? 여권은 프랑스 혁명때 만들어졌대요. 혁명군이냐 아니냐, 안전하게 우리의 영토를 지나가게 해도 되느냐 마느냐를 식별하는 도구로서 등장한 것이 여권이었다고 해요. 즉 내부와 외부를 확인하는 장치인거죠. 저는 이런 아이디어로부터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자 하면서도 또 동시에 신분이나 신원을 드러낼 때의 문제, 리스크를 지는 방식이나 까닭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어요. 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산업 회로 안에서 국제적으로 이동하는 여성들의 문제들을 같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열심히 현장을 보고 오겠습니다. 이룸의 해외 파견원? 같이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일본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꼭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6이룸이 세상의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반 정도는 농담이지만, 이룸에서 우선 하는 일이 정말 많기 때문에… 일당백의 이 여성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 후원도 늘 것이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활동을 더 지속가능하기 쉬운 환경과 동료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룸이 꼭 더 주목받았으면 해요. 이거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요. 사람들아 이 여자들을 주목해라….

 

7예지 님에게 ‘운동’이라는 건 무엇인지

저 약간 김연아 짤방같은 느낌인데. (김연아 짤방은 저작권 문제로 넣지 못했습니다. 해당 짤방은 김연아 선수가 스트레칭을 하는 중에 제작진이 “무슨 생각하면서(스트레칭을)하세요?” 라고 묻자 김연아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해….그냥 하는거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입니다.)
운동이나 급진과 같은 단어가 주는 울림이 있죠. 전진하고 나아가는 방향성, 속도감… 그러면 이방향이나 속도감은 무엇이 추동하는가? 했을 때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 사회적 약자들이 착취당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이 믿음을 가지고 세상을 더 낫게 하는 것. 이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상처받는다는걸 알면서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어쩌면 변태같지만 멋진 일이요!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어제 동료가 아니었던 사람도 오늘은 동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토론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페미니즘 운동과 정치를 넓혀가는 이룸과 이룸의 지지자 모두를 응원합니다. 저 역시도 늘 성매매에 대한 입장이나 관점이 바뀌어온 것 같아요. 왜 그럴까 하면 바보같은 이야기도 인내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양한 해석을 제시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자리를 빌어서 저를 견뎌준 모두에게 고맙다고 꼭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멋진 인내 덕분에 저 역시도 이룸의 친구(너무 건방진가요? 친구 시켜주세요)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룸의 동지가 지금보다 5배, 10배, 아니 100배 늘기를 바랍니다. 이룸 후원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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