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리더십 "카리스마에서 민주주의로..(시민의신문)

시민사회 리더십 "카리스마에서 민주주의로"
전문가, 이장형, 자수성가, 총학생회장 형태 다양
[창간11주년 특집] 시민운동 리더십 진단

작성날짜: 2004/05/31
장성순기자

청와대 비서실에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속 '리더십 비서관'이라는 직책이 신설되리만큼 '대통령 리더십' 문제는 그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을 계기로 각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갈등을 넘어 개혁과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정부·기업 비판을 통해 사회개혁을 해 나가는 주체들인 시민운동가들의 리더십은 내 외부적으로 '모순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시민사회 외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개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권위'를 지녀야하고, 동시에 시민사회 내적으로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수평적 민주성'을 요구받는 게 '모순된 기대'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서경석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사진 왼쪽 부터) 등 '1세대 시민운동가'들은 '창업형' 리더십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보고 입사했다가 상사를 보고 퇴사한다'는 말은 리더십을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된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한 신입간사가 "단체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가 대표를 보고 실망해서 운동을 그만두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시민단체 대표의 리더십을 고민할 때임을 시사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을 '리눅스형'이라고 지칭하며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조금씩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리더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민단체 한 간사는 "단체의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데, 간부들끼리만 고급정보가 공유되고, 심지어 우리단체가 그런 일을 결정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적어도 '리눅스형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

시민운동을 개척한 1세대인 서경석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지은희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들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창업형'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1세대 대표들은 시민운동의 개척자로서 사회운동의 연륜과 연령, 지식의 위계 등으로 인해 카리스마적 리더십 발휘가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단체 상근활동가 모두 전문가가 돼야한다'고 신입간사한테 항상 얘기했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자신이 강조하는 것처럼 '전문가형' 리더십을 갖추었고, 상근자들이 낸 운동기획안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라고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철저함을 요구하는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는 환경운동을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점과 단체의 자원동원능력 등을 그 근거로 '성취가형'.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갖췄다고들 한다.

경실련을 만들고, 얼마 전 '조선족 국적회복운동'을 주도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족 동포들을 만나게 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서경석 서울조선족 교회 목사는 '전략가형', '공격형' 리더십의 표상이다.

지은희 전 여성연합 대표는 여성운동의 주류화를 꾀한 '개혁자형', '카리스마적', '감성형' 리더십을 구비했다고 여성단체활동가들은 말한다.

2세대 시민단체 대표 격인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서주원 환경연합 사무총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은 각 단체의 성격에 맞도록 '아래로부터 민주적인 리더십'을 형성하면서 발휘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1세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만들어 놓은 조직의 후광이 있는 상태서 조직의 리더로 부상한 경우들이다.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서왕진 환경정의시민연대 전 사무처장, 정욱식 한반도평화네트워크 대표 등은 '자수성가형' 리더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1세대 후광보다는 단체를 새롭게 꾸리면서 1세대 '창업형'과 2세대 '민주적 리더십'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종성 경실련 전 사무총장은 '아래로부터 형성'된 2세대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었으나, 김현철 비디오 테이프 사건 때문에 '실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낙마한 경우다.

'또순이형'리더십으로 지칭되는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는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장시간 회의에서 핵심적인 정리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장형'리더십을 발휘하는 서주원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털털한 외모에다 평간사들과 밤늦께까지 술을 먹으면서 운동을 공유하고, 끝장토론을 하면서 잘 노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디지털형' 리더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함께하는시민행동이 정보사회운동을 하면서 내외부적으로 '디지털형' 의사소통구조와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형'리더십이라는 별칭이 붙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원순 사무처장이 물러나고 처음 간부회의를 주도했을 때 간부들이 '총학생회 회의를 한 것 같다'는 비평을 한 것에서 기인한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2세대 시민운동가들은 '민주적 리더십'을 만들어가야하는 과제가 있다"며 "이들은 1세대와 달리 연령, 연륜의 위계가 없기 때문에 '권위'로써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인데, 따라서 시민운동가들이 서로 비판하고 동시에 협력하면서 각 단체 성격에 맞는 리더십을 집단적으로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 교수는 이어 "2세대 시민운동가들의 리더십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각 단체에서 감싸안고 격려하고, 서로 안아줘야 '민주적 리더십'이 형성되는데,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잘못하면 단체 내 갈등이 발생해 아래로부터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이 실패할 위험도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양세진 시민리더십센터 소장은 "정치인과 경제인에게 요구되는 리더십과 시민사회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며 "성실함과 겸손함을 갖춘 내적 성품과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단체 상근자가 책임있게 일할 수 있도록 업무의 배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하는 외적 역량 등을 갖춰야한다"고 설명한다. 시민사회의 대표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한마디로 '신뢰의 리더십'이라는 것.

분명한 것은 시민사회 리더들한테 요구되는 리더십은 정치인과 경제인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강과 바다가 수백개의 산골짜기 물줄기의 복종을 받는 이유는 그것들이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보다 높은 곳에 있기를 바란다면 그들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그들보다 앞서기를 바란다면 그들 뒤에 위치하라. 이와 같이 뒤에 있을지라도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하며, 그들보다 앞에 있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던 노자의 말처럼.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