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부패의 지팡이?

경찰을 믿고 고통을 호소하기는커녕 성상납까지 해야 했던 게 우리의 현실이었어요.”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유흥업소에 발을 들여놓은 이정민씨(24·가명·여)에게 경찰은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여러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전남 H섬에까지 흘러 들어간 이씨는 자신을 폭행하던 손님을 112에 고발한 뒤 오히려 업주한테 핀잔을 들어야 했다. 경찰이 폭행 사실을 조사하는 대신 업주의 무허가 영업을 문제 삼아 돈만 받아갔기 때문이다.

밤낮으로 성매매에 시달린 이씨가 육지로 탈출을 감행할 때면 경찰관은 금세 눈치를 채고 붙잡아 섬으로 돌려보냈다. 경찰관들은 때때로 자신의 친인척까지 데려와 유흥업소 여성들에게 ‘2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1월 H섬을 탈출한 이씨 등 성매매 피해 여성 14명은 5월 중순 업주와 해당 경찰관,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각각 1억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민중의 지팡이’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성매매 업주와 경찰관의 유착 문제가 속속 드러난 것은 물론 경찰관의 일탈 수준이 일반인의 범죄 영역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일선 경찰관들의 비리와 범죄 사실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경찰관들은 “도둑이 도둑을 잡느냐”는 비아냥거림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경찰관이 연루된 범죄는 올해 들어서만 3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죄목도 음주운전부터 살인까지 ‘범죄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