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매춘부라서 미안해 엄마

갑자기 이 편지가 눈에 다시 들어 와서리!!
잊혀져만 가는 죽은이들의 맘이..
다시 가슴을 져민당~~

▶ 딸이 매춘부라서 미안해 엄마

엄마 지금 이곳은 춥고 어두워요.

네온싸인 번쩍이던 군산 개복동 뒷골목에도

긴 긴 밤이 가고 나면 새벽빛이 스며들곤 했었는데...

지금 이곳은 춥고 어두워요...

그래도 밥 먹고 그 짓하고 밥 먹고 그 짓하고..

그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한번 갇히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같은 통로를 따라

일련번호 쫙 붙어있던 우리들 쪽방에도..

긴 긴 밤이 가고 나면 저마다 새벽꿈을 꾸는 소리가

한숨소리처럼 들렸는데 지금 이곳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래도 악덕포주, 폭력배, 건달패, 비리공무원, 부패경찰...

그런 놈들이 없어서 한결 좋아요..

엄마, 내가 어쩌다가 가족과 헤어져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쩌다가 현대판 노예각서에 인장을 찍고 인육시장에

팔리게 되었는지..

어쩌다가 선불금 빚만 잔뜩 걸머진 채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었는지..

또 어쩌다가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꺽였는지..

어쩌다가 어쩌다가 뜨거운 불구덩이 지옥에 갇혀

피울음을 울며 죽어가게 되었는지..

엄마 나는 몰라요. 정말 몰라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완월동

홍등가, 매춘굴, 창녀, 독버섯, 사회의 필요악이래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밥이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어요..

여기서 빠져나가려면..이 작은 몸뚱아리에..

치렁치렁 걸쳐있는 빚을 다 갚고 자유의 몸이 되려면,

이 밥을 먹고 오늘밤도 무거운 남자 밑에서 몸부림치며..

"살아남아야 한다...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이곳을 나가야 한다"

이를 악물고 각오해 보지만...

꾸역꾸역 밥을 넘기다 보면 "내가 이 밥을 먹어야 하나?"

꼭 우리에 갇혀 사육 당하는 짐승같이 느껴졌어요..

아니야. 나는 노예가 아니야!

나는 몸을 파는 기계가 아니야!

엄마, 그런 생각을 하며 밥을 먹을 때마다

자꾸 목에 걸렸어요..

그래도 저 더러운 인육시장 냄새나는 뒷골목

윤락녀 딱지 떼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그날을 위해..

피눈물을 삼켰어요. 굴욕을 삼켰어요...

바깥세상에선 월드컵에 열광하고, 주식에 몸 달고,

다이어트에 광분하는 동안,,,

감옥 아닌 감옥에 갇힌 우리들은,,,

밤마다 남자들을 받아내며 하루를 살기 위해

하루를 죽어갔어요,,

성병에 낙태에, 변태행위에 매일 매일 등골이 서늘해도..

몇 달만 지나면, 빚진 것만 다 갚고 나면,..

다시는... 죽어도! 이 짓 안한다!

손꼽아 그 날만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시린 등을 어루만져 주었어요...

엄마 이곳은 너무나 춥고 어두워요...

그래도 다시는 몸을 팔지않아도 돼..나는 행복해요..

그러니까 엄마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돈 많이 벌어서 호강도 시켜드리고..

착한 딸, 효녀 소리 한번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저 세상으로 먼저 가서 죄송해요..

딸의 이름도 더러운 매춘부, 창녀였다는 걸,.

알게 한 것도 몹쓸 짓인데...싸늘한 시신이 되어..

흉한 꼴로 나타나 엄마를 혼절 시켰으니...

살아서도,...죽어서도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마지막으로..

누구나..하고싶어서..이곳에 온 사람은 없다는 것..

나가고 싶지않아 못나가는 게 아니었다는 것...

그 두가지만은..진심이었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