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언니네]연쇄살인-여성은 인간이 아닌가/페이퍼문

연쇄살인 - 여성은 인간이 아닌가

글. 페이퍼문(sidestory101@empal.com) / 언니네 편집팀

여성은 인간이 아닌가 - 연쇄살인관련보도에 분노한다.

연쇄살인범의 팬까페가 만들어졌다. 희대의 엽기살인미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열기가 뜨겁다. 살해동기와 살해방법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이 잇따른다. 이 연쇄살인범의 변에 따르면, 살해동기는 부자와 자신을 버린 여성들에 대한 증오였다고 한다. 어디에도 살해당한 이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해당한 부유층이라고 보도된 노인과 출장마사지사 여성들은 계급증오와 여성에 대한 증오의 희생자이기는 하나 오직 돈과 성이라는 범주에만 묶이면서 철저하게 타자화된 존재로, 동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을 육체에 지니고 있었던 대상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에서 캐슬린 베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살인에 대한 사회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미국의 경찰통계에 다르면, 뉴욕 시에서 1975년 한 해에만 71건의 매춘 살인 사건이 보고되었고, 이 중 54건은 포주나 남성 구매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거의 표면화되지 않지만, 반대로 매춘 여성들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는 미국사회는 크게 분노했다. 성구매 남성들 6명을 죽인 아일린 우오르노스는 법정의 분노를 일으켰고, 5차례에 걸쳐 사형선고를 받았다. 한편 뉴욕에서 1988년과 1989년 사이에 11명의 매춘 여성을 살해한 아서 쇼크로스는 사형선고가 아니라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사회에서는 분노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때 사형선고가 내려지지 않은 이유는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죽음을 결정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이 상반된 상황은 성매매 여성들은 죽음에서조차 시민권 없는 존재,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이번 총 19명을 죽였다고 지금까지 밝혀졌으며 아마도 더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해서 네이버는 사형제도 도입에 대한 사이버 폴을 개설하였으며, 문화일보에서는 19일 “가정파탄이 극단적 사회증오로”, 부산일보에서는 “출구없는 소외'가 극단적 증오로”라는 헤드라인을 통해 연쇄살인범의 살해동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연합뉴스는 19일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표적은 `아담한 미인'”이라는 표제의 기사를 통해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확산시키는 보도를 가감없이 내보내고 있다. 이 연쇄살인의 현장에서 놀랍게도 “오열하는 가족들”에 대한 기사는 한 노점상의 아내에 대한 기사뿐이다.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보호할 만한 가치를 정조에 두고 구분한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지만, 이렇게 명백하게 성매매 여성들에게 대해 어떠한 감정이입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적도 없다. 오열하는 가족들조차 드러날 수 없는 그야말로 소외되고 분리되고 이탈된 성매매 여성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는 어떤 분노와 슬픔도 표명하지 않는다. 이 연쇄살인범의 살해동기에 초점을 맞추어 이것을 계급적 울분으로 묘사하는데 바쁘고, 출장마사지사가 어째서 성매매 여성인지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잠재적 성구매 시장을 넓히는데 일조하고 있을 뿐이다. 이 여성들의 죽음을 대하는 이 한없는 가벼운 경박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고통스럽게도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여성은 인간이 아닌가?

증오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때문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손해배상과 반성과 슬픔, 전국적인 애도와 우리 안의 차별의식에 대한 대대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 연쇄살인범이 아이들을 납치해서 죽인 이였다면 과연 동정론과 살해동기에 대한 보도가 이렇게 쇄도했을까? 오열하는 부모들의 얼굴로 신문은 가득 찼을 것이다. 이런 다른 경우를 상상하면서 나는 이 사회 모두가 여성에 대한 연쇄살인범의 얼굴로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이 아닌 것은 너희들이다. 라고, 소리를 지르고 비명을 질러 보지만 어디에서도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이 참혹한 느낌들.. 가부장제의 공포정치는 지금도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