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여성부, 그리고 업주...

어떻게 진행되는 지 처음 시위때부터 관심갖고 봐왔다.
문턱 높던 여성단체나 성매매종사여성이나 표면적으로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내고 있는데 어쩐지 정치적인 느낌이 든다.
솔직히 여성부의 정책 시행을 보면 정보수집력도 떨어지고, 사후 대책에 대한 숙고도 없던 듯하고, 시작 후 추진력에도 구멍이 많아 보였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더욱 강한 단속만을 외치던 여성부가 그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업주의 횡포, 선불금 문제에 대해 재차 그 타당성을 끌어낼 만한 내용을 건의문에서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오히려 종사여성측에서 여성부의 약점을 알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는 국장이나 이하 간부들의 돌변한 태도로 보아 수개월전에 12살 여아를 이용, 미성년 성매매 함정수사를 의뢰했던 것, 수주전 시위 현장에 파견했던 가짜 성매매여성 인터뷰 등을 미루어 회견 이전에 은밀히 접촉 후 사전에 준비된 것일 수도 있다.
(소설을 쓴다고 욕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현대 정치는 정보의 조작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속는 대중이 있어야 그들의 존재 가치가 성립되는 것이니까.
가능성을 말하는 것 뿐이다.)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한 대중과의 접촉이 한터에서는 없던 시기에도 해어화에서는 업주 이름이 아닌 개인 이름의 호소문이 관련 게시판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한터에서는 그보다 늦게 대 대중 홍보가 시작.
한터 자격으로는 여전히 높던 여성단체 문턱이 해어화, 옐로우 하우스에는 자발적으로 낮췄다.
(오히려 한터보다 빠르고, 전체 성매매여성 상대하기 보다 효율면에서 더 나은 그쪽을 우선 공략한 건 아닌지...
또는 초기부터 업주를 사악한 범죄자로 규정했기에 그 모임인 한터측은 악이었고, 상대로 인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이 여성부에게도 불리하게 돌아가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다 죽어도 눈 하나 깜빡 안한다고 했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인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단다.
건의문 내의 업주 이익의 환원과 선불금 문제 제기는 여성부 주장이 일부 타당했음을 뒷받침 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여성부측에도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거나 그걸 인정하는 듯함으로 해어화측에 불리함에도 그 지역 업주들의 합의가 있었음은 서로 사전에 맞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작은 목소리지만 한터에서는 그들과 어떤 합의도 없는 해어화와 옐로우 하우스만의 주장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그런 성명을(거의 들리지 않지만) 발표하는 건 위의 저 부분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선불금 문제를 거론함으로 여성부에서 가장 문제시했던
민감한 사안을 스스로 인정해버린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종사여성이 탈성매매를 원한다는 건 이 법 이전에도 직접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들었었다.
(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군산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였고, 그 곳은 알고 싶은 게 많은 곳이었다. 최근엔 내게 돈을 빌려간 여성도 있다.
난 사채업자도 아니고, 그 여성에게서 어떤 증명도 받지 않았다.
그곳의 소리를 듣고 싶은 것 뿐이었고, 힘든 상황이라 해서 소액을 빌려줬는데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여튼.)
단,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한시적으로 필요에 의해, 또는 어쩔 수 없는 처지에서 생존과 경제적인 문제로 와서 그 문제만 해결되면. 물론 여기서는 그들의 희망과 현실은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분명히 그들은 그 수입으로 원하던 걸 어느정도 이루었다.
아닌 곳도 있지만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랬다.
(빚은 다 갚았고,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작은 숍 하나 가질거라는 사람,
가장이 되어 집으로 돈을 부치고 있는 사람 등등)
돈을 모아 숍을 가진다고 해서 이후에 원하던 대로 산다는 보장은 없다.
누구나 그러듯 실패를 할 수도 있다. 그때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러려고, 평생 그 곳에 남으려고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성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그리고 아래 고집스럽게 자기 생각만 주장하던 어떤 님 말처럼 감금당해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아니고, 자유를 저당잡힌 사람들도 아니다. 낮 시간에 활동이 적어 정상적인 사회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 뿐이지, 출퇴근자들도 있고, 극장에도 간다.
1%의 집창촌을 없앤다고 전체 성매매가 사라지진 않지만 수년 내에 집창촌은 사라질 것이다. (음성형은 별반 달라지지 않겠지만.)
요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들의 주장의 골자는 다르지 않다는 것.
초기에 한쪽은 다른 한쪽을 동등한 입장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상을 들으려고, 공개하려고도 안하는 강압적 태도만을 견지했고, 다른 한쪽은 궁지에 몰려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 (차라리 돕는다고 하자.) 상부상조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부의 주장과 그들의 주장은 달라진 게 별반 없다.
여성부에게 그들은 악덕포주의 피해자임과 범죄자이고, 사회에서 근절해야 하는 것이고,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지금껏 생존이 문제였다.
한터측은 업주들이 결성한 단체라 성매매여성들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다.
가불 형식이라 해도 분명히 선불금은 존재했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선불금을 성매매여성이 요구하게 되기도 했지만 태생부터 문제 있던 것이었고, 업주들이 일부는 사채업까지도 병행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강압이나 폭행같은 구시대 산물이 많이 사라지고 정화되었다 해도 작거나 크거나 종사여성들이 만든 돈으로 고리의 사채를 했다는 자체는 악덕임이 틀림없다. (애초에 사채 자체가 악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업주들도 죽게 생겼단다.
그들이 갖은 악덕을 일삼았다면 죽을 일이 뭐있나?
얼마전 자살한 여성도 최근에 업주가 된 여성이었다.
그렇게 종사여성들의 고혈을 빨아 축재했다면 지금 죽을 지경일 이유가 뭐 있나?
그들에게도 생존이 문제다.
내가 만나본 업주들은 그렇게 사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약자들일 뿐이었다.

시범지역이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 지역만큼은 면죄부가 생기는 것이다.
업주들 이익에서 자활을 위해 투자하고, 자발적으로 탈성매매 할 수 있도록...
이 건의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그 지역만큼은 유예기간을 두게 되는 것이다.
당장 그만 두겠다는 것이 아닌 원할 때, 자활이 가능할 때 자유의사에 의해 탈성매매하겠다는 것인만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 지역은 한시적인 면죄부가 생긴다.

한터에서 요구했던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명시된 거의문 형식이 아니라 해도 자활이 가능할 때까지 유예기간 (이곳에서는 6개월의 유예기간 운운하지만 그 시행과 대책에 대한 홍보는 전무했다.)을 두고, 이후 유입은 막으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여성부에서는 듣는 척도 안했고, 초기에 성매매여성 대표 자격으로 토론에 참여하려했던 여성은 여성부의 압력으로 무산되었었다.

정치인들은 정치인일 뿐이다.
그들이 옳은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정치학 개론서에도 나오는
단순한 명제는 정치인은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추가) 선불금 문제는 미확인된 과거사를 통해 접근할 게 아니고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돈이 급한 성매매여성은 집창촌에 처음 유입되었을 때 자신에게 당장 큰 돈을 줄 수 있는 업소를 선택할 수 있다. 장사가 될 것 같은 여성이라면 업주는 큰 돈을 줘서라도 붙들고 싶을 것이다. 선불금이 업주의 강요에 의한 게 아니라 성매매여성의 요구로 바뀌었다는 점은 아무도 고려를 안하는 것 같다. 돈은 누구나 우선 삼키기는 좋다. 이후에 빚이 되어 갚아나가려면 처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달라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결국 선불금 문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미끼일 수도 있지만 성매매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한 올가미일 수도 있다. 지금은 업주들의 발목을 붙들고 목을 죄는 독이 되었지만... 성매매여성들이 고액을 요구하기에 업주들은 최대한 적게 주려고 한다고 들었다. 괴상한 전통이 되었지만 좀더 빨리 그 고리를 끊지 않은 업주들은 그 덕에 이래저래 피해를 입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