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는 성매매여성들을 만나야 한다.(펌)

수능시험이 있던 17일 서울 여의도 옛 한나라당사 앞. 비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 중인 성매매여성들은 이날따라 더욱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수험생 대열에 끼어 대학생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에 부풀어야 할 상당수 ‘동지’들이 뜻을 꺾어야 했기 때문이라 했다.
전국에서 모인 15명의 집창촌 여성들이 지난 1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으나 하나 둘 병원에 실려가고 현재 9명이 남아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물과 소금으로 하루 하루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시체처럼 쓰러져 있었다. 기자와의 개별인터뷰는 하지 않는 대신 성매매여성단체인 한터의 집행부 부회장인 이모씨(31)가 대신 기자와 이야기했다.

이씨는 집창촌 여성들 중에는 대학생도 있고 심지어 현재 단식투쟁에 참가 중인 한 여성은 공인회계사 1차시험에 합격한 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가방끈’이 짧다. 기술도 없고 학력도 모자라니 이대로 눌러살겠다는 여성도 많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해 대학생이 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번 성매매특별법으로 수능시험을 준비해온 상당수 집창촌 수험생들이 시험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 마당에 대학생이 되겠다는 생각은 턱없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이야 내년에 보면 된다 하더라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인 가장들은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성매매로 어린 자식을 키워야 하는 여성들의 가슴은 더 타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수험생들이 고생하는 거야 다 알지만 그래도 그들 대부분 부모가 해준 따뜻한 밥 먹고 격려받아가며 시험 치르지 않느냐,그래서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가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라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 여성들을 더욱 좌절케 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데 있다. 농성이 시작된 뒤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등이 다녀갔으나 정작 자신들을 거리로 내몬 여성단체에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성매매여성들이 수차례 여성단체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한 토론회에서도 성매매여성들의 자리는 없었다. 이러저러한 성매매 관련 토론회 등도 마찬가지였다. 성매매여성들의 말대로 여성단체들은 성매매여성을 위하는 게 아니라 수치스러워하고 있다. 같은 여성으로서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서는 죽어도 같이 못 살겠다며 혐오하는 것이다. 몰래카메라로 고통을 겪은 가수 백지영이 공중목욕탕에 갔더니 같은 여성들이 더럽다며 피하더라고 눈물로 고백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매매문제를 논의하면서 당사자인 성매매여성들을 빼놓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빠트리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의 오만이다. 여성단체는 성매매여성들을 만나야 된다. 그리고 대화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