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순결십자군운동(성매매반대)을 거부하라

[논문] 후지메 유키 "미국의 순결십자군운동과 반매춘법들"

후지메 유키는 “성의 역사학”(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의 저자로 성(性)에 관해서도 계급과 민족에 대한 관점을 분명하게 요구하는 학자다. 그는 대상의 전체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성, 생식통제와 사회운동”을 무산계급의 입장에서 파악하며, 국제비교 관계사적으로 정립하고자 한다.

그는 오늘 한 국가의 “성, 생식통제와 사회운동” 그리고 여성사가 일국적 틀 안에서 완결될 수 없고, 제국주의가 낳은 모순과 긴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신체의 미시정치학과 국민국가의 거시정치학을 연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다음은 ‘여/성이론’(2005 겨울)에 실린 후지메 유키의 논문 “미국의 순결십자군운동과 반매춘법들" 애서 발췌한 것이다. 후지메 유키는 현재 오사카 외국어대학 교원으로 일하고 있다.

◎ 여성운동가들은 부시의 인신매매 정책을 추종한다

후지메 유키는 자기소개에서 1980년 5월 당시 대학생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광주민중항쟁이 자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쳐 역사가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광주항쟁을 촉발시킨 계엄군과 이를 배후에서 지원한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책임을 인식하고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여성이다.

그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렸던 2005년 세계여성학대회에서 한국의 여성주의자인 정희진 등과 함께 참여해 ‘인신매매(trafficking)와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 패널 토의를 주관한 바 있다. 후지메 유키는 이런 논의가 광주항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유로 민중 특히 한국과 일본의 여성의 권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들고 있다.

이 점에서 후지메 유키는 급진적 페미니즘 관점에서 성매매 금지주의에 경도돼 성매매 특별법을 지원하고 있는 정희진과 확연하게 반대편에 서며, 성특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성담론을 주장하며 성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여성사(女性史)학자 이성숙과 닮은 동시에 성(性)을 넘어 ‘거시정치학’을 논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그는 미국 국방부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정부를 비난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여 한국에서 성매매금지법이 생겼다고 진단하고, 일본 또한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을 우려하며 성매매 금지주의 배경이 된 미국의 매춘 금지주의와 순결십자군운동에 대해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후지메 유키는 부시의 매춘 금지주의 문제점으로 ‘정의의 수호자’ 같은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TVPA, 즉 2000년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 of 2000) 실행과정에 주목하며 이런 현상 뒤에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테러와의 전쟁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본과 한국의 여권 운동가들이 부시의 ‘인신매매와의 전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며 주류 여성계의 친부시 행각을 꼬집고, 이 ‘전쟁’이 지닌 맹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로 “부시정부는 ‘인신매매와 전쟁’을 선언하고 있음에도 전 세계를 포괄하는 전쟁정책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추구함으로써 성매매의 원인을 만들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난민 여성들과 한국과 필리핀 기지촌의 예를 들어 부시 행정부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인신매매에 대한 미국무부 연례보고서는.. 친미인가 반미인가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 이런 반미 정부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구실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3등급 국가로 △쿠바 △베네수엘라 △북한을 거론하는 대신 오히려 심각한 나라에 해당하는 △인도 △태국 등은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작위적인 정치성 혐의가 많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부시의 매춘금지주의는 인신매매의 틀에서 성노동자들을 배제하며, 매춘여성들과 그들의 사회적 활동을 박해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우익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함께 동성애자들의 권리, 피임과 유산 같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공격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며, 결국 매춘금지주의로 매춘업 종사 여성들을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 후지메 유키의 판단이다.

◎ 여성운동지도자들은 성노동자의 함성을 외면한다

후지메 유키는 부시행정부가 국제적으로 벌이고 있는 이른바 ‘인신매매와의 전쟁’은 약 1백년전 미국에서 있었던 반인신매매 운동이었던 순결십자군운동(the Purity Crusade)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초 산업화와 도시화, 대량이민과 강화된 계급갈등 등은 미국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이 와중에서 지배계층인 백인 중산층의 사회적 불안이 ‘순결십자군운동’(일명 반백인노예운동)을 전개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산층은 ‘인신매매가 순수한 백인 소녀들의 순결을 더럽힌다’ 거나 ‘이민자들이 매춘과 성병이라는 추한 악을 퍼뜨리고 있다’며 매춘여성들을 추방하는 운동이야말로 순수한 백인들의 처녀성을 보호하고, 국가와 청년들을 성병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국을 지배해 온 매춘 금지주의(Prohibitionism)는 지난 1세기 동안 “국제적 군사주의 분위기와 반이민 정서를 타고, 젊은이들을 도덕적으로 훈육하고, 성병을 제거하고 매춘여성들을 배제할 목적으로 한 순결십자군운동”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한국전쟁이후 해외 미군의 매춘 수요는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미군 지휘관들은 지방정부에 매춘여성들을 체포하는 조례 제정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성병을 막기 위한 조처로 홍등가를 수립하라고 비밀리에 권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여성들의 매춘행위를 범죄화하고 통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에서의 반공산주의 미국전략의 ‘기지’라는 군사적 환경과 관련하여 미국의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테면 일본 여성운동이 수입된 강력한 기독교의 영향하에서 미국의 매춘금지주의를 지지하고 촉진한 것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후지메 유키는 “성노동자들은 매춘을 금지하는 법에 저항하여 조직적으로 항의했지만, 여성운동 지도자들은 매춘금지가 매춘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들의 함성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그 결과 성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불법적인 매춘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 부시 행정부의 순결십자군운동 동원을 거부하라

후지메 유키는 매춘금지법(Prostitution Prohibition Law) 체제 안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강요된 여성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권리 없는 대상으로서 “보호되어야 할” 피해자가 되는가 하면, 강요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되어야 할” 매춘부가 되어야 하는 두 가지 형태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매춘금지주의가 성매매문제를 다루는 일본과 한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 온 것을 주목한다. 한국의 1961년의 윤락행위방지법이 매춘을 부도덕한 여성들의 반사회적인행위로 간주하는 일본의 법과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즉 일본과 한국은 공적으로 규제된 매춘제도, 일본제국법하에서의 군대 성노예 제도, 성적 규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 그리고 일본제국, 미국의 점령, 미국과의 군사동맹 시절 내내 친미 정부들이 지녀온 반여성정책들이라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의 2004년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은 여전히 금지주의적 규율(Prohibitionist discipline)이 있다.

반면에 태국이나 필리핀 여성조직들은 오랫동안 매춘여성들과 조직적인 성노동자들에 대한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운동과 국가해방을 위한 민중투쟁을 연계시키고, 여성들을 매춘하게 하는 전쟁과 세계화에 반대하여 싸우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성노동자들의 참여를 보며, 성노동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의 연대활동의 실천과 시각을 본다.

경제적으로 진보하였고 이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서 우리는 제3세계의 페미니스트들의 노력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에 많은 이주여성들이 일본에 와서 성산업에 참여하였다.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90%이상이 필리핀여성과 같은 외국 이주여성이라는 점과 한국의 성산업이 몽골로 침투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일본과 한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부시행정부의 순결십자군운동에 동원되기를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아시아에서의 성인신매매와 성착취를 제거하기 위해 제3세계의 투쟁하는 여성들과 공통의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한국인권뉴스]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http://cafe.daum.net/gksdu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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