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집창촌 재개발 협조에 대한 민성노련 입장

[성명]한터전국연합의“집창촌 재개발 적극 협조" 의견에 대한 민성노련의 입장

우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는 최근 보도되고 있는 성산업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한터)의 서울 천호동ㆍ청량리ㆍ미아리ㆍ용산역전ㆍ영등포역전 등 5개 지역 집창촌 7만3천평의 조속한 재개발 촉구 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터는 “여종업원이 고의로 선불금을 떼어먹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다”며 “"대다수 업주들이 재개발을 추진한다면 성매매업에서 손을 털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선불금을 떼먹은 여종업원들도 있지만, 다수의 성노동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쌍방의 합의하에 빌려간 돈은 상환하는 현실에서 마치 모든 성노동자들이 선불금을 떼먹는듯한 한터의 표현은 전국의 성노동자들 인격을 모독하는 말입니다. 또한 선불금을 떼먹은 여성들도 원인을 분석해보면 성매매특별법상 선불금 무효화 조항이 그들을 유혹한 측면이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매매업에서 손을 털기로 했다는 결정에 현지 성노동자들의 견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노사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신의를 저버린 것입니다.

둘째, 한터는 “지난달 서울 5개 지역 집창촌 내 600개 성매매 업소 중 200곳의 업주들로부터 재개발에 적극 협조하고 개인의 과도한 욕심을 금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았다"며 "나머지 업주들도 대세를 좇아오게 돼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 5개지역 600개 업소 중 200곳이라면, 1/3 동의를 받았다는 말인데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다수의 결정이라면 최소한 2/3 이상은 동의를 받아야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동의를 받은 1/3에 지주(혹은 건물주)를 겸한 업주들이 중심이 돼있다면 이는 재산이 있는 업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재개발 촉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러한 결정은 안 그래도 성매매특별법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전국 집창촌 성노동자들의 생존과 관련하여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셋째, 한터는 “지난 10여년간 집창촌 재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어느 한 곳 제대로 추진되는 곳이 없다"며 "집창촌 부지에 아파트, 백화점 등이 들어선다면 주변지역까지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집창촌이 어느 한 곳 제대로 추진되는 곳이 없다거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건설업자들이 자신들의 장사(재개발 이익)를 위해 조속한 재개발을 하게 해달라고 당국을 향해 촉구할 말이지, 현재 성노동자들과 더불어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업주가 할 말이 될 수 없습니다.

넷째, 한터는 “성매매업주들은 업소를 직접 소유한 경우 합리적인 가격의 토지ㆍ건물 보상을, 업소를 임대한 경우 영업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상응한 보상금을 정부와 서울시 등 개발주체에 요구키로 했다.”고 합니다.

업주들이 보상금만 받으면 집창촌을 버리고 떠나겠다는 이러한 얘기는, 우리사회도 많은 서구사회와 같이 성산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므로 나름대로 정책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그동안의 논리를 스스로 뒤엎는 것이며, 성산업의 기반인 성노동자란 존재를 완전히 망각한 것입니다.

다섯째,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터는 “집창촌 재개발이 시행되려면 2∼3년이 필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여종업원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10%를 퇴직금으로 적립해 해당 여성이 일을 그만둘 때 여성단체 등 제3자를 통해 자활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비교적 단기간 근무하는 성노동자들의 노동행태로 볼 때 수입의 10%라는 퇴직금은 향후 대책으로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도 여성단체 등 제3자를 통해 지급하겠다는 말은 현재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노동자들의 삶을 앗아가고 있는 주류여성계와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상부상조 하겠다는 것입니다.

‘민성노련’은 평택에 소재한 집창촌 성노동자들의 노동조합입니다. 우리는 성산업인들의 모임으로 사측에 해당하는 ‘민주성산업인연대’와 단체협약을 통해 성노동자들의 권익을 도모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 내 재개발 움직임에 대하여도 성노동자들과 공존 관계인 사측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성노동자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공동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전국의 집창촌 성노동자들에게도 좋은 모델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재개발 바람은 오늘 성노동자들에게 삶의 터전인 집창촌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우리는 방글라데시의 경우, 공장부지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성노동자들이 집창촌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했을 때 법원이 사회적 약자인 성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든든한 방어막이 돼 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처럼 집창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재개발도 현지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이 가능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 1. 4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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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