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생각이 나면서...

2004년 9월 23일 0시 서울 홍등가의 불은 꺼졌다. 그후 일주일. 일간스포츠(IS)가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서울 미아라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을 다시 찾았다. 그 곳은 칠흑 같은 어둠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스런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IS 기자가 잠입해 커튼을 열었다. 그 커튼 뒤에선 여전히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아가씨 있어요" "따라만 오세요" 은밀하게 안내"경찰에 걸리면 연애 안했다고 해라" 신신당부
"오빠 놀다 가세요."

서울 미아리 텍사스 촌에 들어가 채 열 발짝도 떼기 전 어둠 속에서 한 여성이 나타나 "술 한잔 하실래요"라고 물었다. 이 여성의 유혹을 뿌리치고 텍사스 촌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또 다시 한 여성이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술한잔 하시려면 따라오세요"라고 권했다.

"아가씨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 여성은 "따라만 오세요"라며 은밀한 곳으로 안내했다. 이 여성은 윤락행위를 하면 처벌받을 것을 의식,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얼음물 한잔 마시라"며 권했다.

이어 신원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는지 이 여성은 행동지침을 알려줬다. "문이 열리면 주변 살피지 말고 잽싸게 들어가세요" 그리고 "경찰에 걸리면 절대 연애는 안했다고 하세요."

덜컥 하고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을 열어젖히는 순간 아가씨들의 모습이 보였다. 화장도 하지 않고 잠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엉켜 잠든 모습이었다. 단속 때문에 그리고 줄어든 손님 때문에 '영업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여성의 안내로 5평 남짓한 방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라는 이 여성은 예쁜 아가씨를 소개해 줄테니 밖에 나가서 하룻밤 애인을 하라고 했다. 왠지 불안하다는 기자의 말에 "그게 더 안전하지. 여기 있는 것보다는… 술 한잔 하고 아가씨 집에서 같이 자."

■커튼이 열린 순간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아가씨가 들어왔다. 나이 21세. '세미'라는 이름을 가진 귀여운 인상의 아가씨였다. 결국 맥주를 좀 마시는 것으로 합의하고 먼저 돈을 지불했다. 업주는 "걱정 말고 재미있게 놀아. 누가 들어오면 내 동생이고 단속이 심한데 누나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놀러 왔다고 해"라고 당부하며 자리를 떴다.

맥주를 마시며 아가씨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청량리는 단속이 심하지만 여기는 단속이 심하지 않다. 커튼이 굳게 쳐져 있지만 다들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단속이 심해졌고 추석에도 집에 못 갔다, 따위의 말이 흘렀다.

결국 운명(?)의 시간. "오빠 (옷) 벗고 누워 있어"라고 말하며 아가씨가 나갔다. 잠시 후 그는 속옷차림으로 나타났다. 그제서야 기자임을 밝히며 협조를 요청했다. 놀란 아가씨는 "오죽하면 이 상황에서 영업을 하겠냐고" 울먹였다. "추석인데 다들 이렇게 여기에서 처박혀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나가지를 못한다"고 했다.

"영업을 하다가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아가씨는 "그냥 '우리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단속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상황이 너무나 어렵기도 하거니와 단속에 걸려도 빠져나올 구멍이 있기에 영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별의 시간. "문이 열리면 뒤돌아보지 말고 쭉 걸어가라" "누가 물으면 연애 안 했다고만 하라"는 건장한 '삼촌'들의 호위를 받으며 미아리 텍사스촌의 커튼 밖으로 나섰다.

■588 윤락녀의 하소연

앞서 기자는 청량리 588을 찾았다. 이곳에서도 술취한 손님을 가장 아가씨를 노크했지만 실패했다. 업주들은 단속이 워낙 심해 '007 영업'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에선 윤락녀들의 생생 인터뷰를 담을 수 있었다. 이 모, 최 모라고 밝힌 20대 중반의 이 여성들은 뒷모습만 찍히는 조건으로 사진촬영에도 임했다. 이들은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여긴 감금이나 미성년자가 없는 양지에 있는 집창촌이다. 인터넷이나 티켓다방 같은 문제 많은 업소를 집중 단속해야지 왜 여기에서 이러냐."

이어 이들은 "추석이면 집에 생활비도 보내고 조카들 선물 사들고 고향에 갔는데 지금은 차비도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너무 힘들어 벌써부터 일본.홍콩.미국 등지의 집창촌으로 아예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동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우리의 권리를 위해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개인적 입장에서 이는 생존권 침해다"며 "목돈이라도 좀 만들어서 앞으로의 생계방안을 마련할 기회라도 줘야지 앞길이 막막하다며"고 하소연했다.

박동준 기자

여성단체 "음성적 성매매까지 뿌리 뽑아야"

"성매매특별법은 여성 인권 보호에 기여할겁니다."

그동안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강력히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은 이 법이 100만 피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39)은 30일 일각에서 '성매매가 필요악'이라며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성매매는 인권을 유린하는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성매매 특별법은 업주와 성구매자는 가해자이고, 여성들은 피해자라는 개념을 도입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윤락업주들이 이 법에 대해 반발하는 것에 대해 김 국장은 "업주들은 범죄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범법자이므로 이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업주들은 더이상 이것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빨리 영업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국장은 음성적인 성매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단속으로 이를 뿌리 뽑아야 하며, 나아가 윤락 여성들의 전업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여성고용확대와 재활 프로그램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아직도 영업을 강요받고 있다는 피해 여성들의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오고 있다.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깊숙한 곳까지 홍보가 안 된 모양이다"며 "이번만큼은 철저한 법시행으로 법이 사문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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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룸 가족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