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4월 21일 진행한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입니다.

이번 후기는 아웃리치에 함께하신 백소윤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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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태원 아웃리치 활동소식  전합니다.

 

봄이 온 듯 만 듯. 유난히 바람이 찬 밤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의 상황도 좋지 않고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얼굴 마주하고도 괜히 소곤소곤 얘기하게 되는 분위기였었는데,

4월에는 대다수 곳이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영업 중이셨어요.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 다른 한 편으로는 괜찮으실까 걱정.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아도 대수롭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들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3월에는 코로나19 키트를 준비해 손세정제와 함께 핸드크림과 비누 등이 담긴 꾸러미를 건네 드렸는데

이번 방문 때 손세정제가 좋았다며 잘 쓰고 있다고 인사 건네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4월에는 면역력 키트를 기획해 상쾌환과 발포비타민, 화애락 등을 담아 준비해봤는데

맘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키트 포장과정을 첨 봤는데 다들 꼼꼼히 준비하시더라구요).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가게 문을 두드리며 이룸활동가가 인사겸 인기척을 합니다.

“똑똑똑. 계세요~? 상담소에요~”

지난 달 첫(저에게 첫) 동행 때는 암호 같은 이 말에

안에 계신 분들이 문을 열어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룸에서 왔음을 알리면, 문이 열립니다.

준비한 소식지가 담긴 키트를 인원 수에 맞게 전달하는 동안  오고가는 대화.

길지 않지만 짧은 인사, 짧은 반김, 금방 문을 빠져나옵니다.

가끔 서로 누군가의 생김새를 묘사하며 부재나 안부를 확인합니다.

언니들이 활동가의 생김새를 묘사하기도 하고

활동가들이 얼굴을 익힌 이들의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이룸이 지난 몇년 동안 꾸준히 이태원 곳곳의 문을 두드려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번 방문 때 문 밖을 기웃거렸던 새로 문 연 가게 앞에선

잠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들어가볼 수 있을까? 했던 곳에서 오늘은 흔쾌히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면역력 키트를 받아 보고는 이걸 다 주는 거냐며 고맙다며

활동가를 한 번 안아주셨습니다.

그러다 밖에 서 있는 다른 활동가들을 발견하시고는

“평등하게 다 한 번 씩 안아줄게요~ 이리와~” 하셔서 얼떨결에 인사 나눈 분이 기억납니다.

이룸을 오늘 알게 되셨으니, 다음 아웃리치 때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맡은 구역을 돌아보고 활동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어요.

돌아보고 온 곳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달에는 5월에 어울리는 따뜻한 밤공기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벗고 다닐 날이  빨리 와야

서로의 생김새를 묘사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될텐데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이렇게 진심을 담아 해 본적이 있나 싶은 요즘입니다.

 

“건강하세요~”

 

 

활동이야기

2020년 3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3월 24일, 이루머+이룸의 든든한 울타리인 고래 님과 백소윤 님이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했습니다. 사실상 올해 첫 아웃리치였는데요. 2월을 지나며 격화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번 아웃리치 물품은 손세정제와 핸드크림, 비누, 서울시의 긴급지원정책 안내물을 담은 ‘코로나19 키트’로 준비해 갔습니다. 사회적 재난 국면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상황도 살펴보고자 했어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문을 연 업소는 많지 않았습니다. 한 업소 문에 붙여져 있는 시 당국의 영업중지 권고문도 눈에 띄었고요. 대부분의 업소 문이 닫혀 있어 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준비해간 물품의 반절 정도는 전달하지 못했지만, 문을 연 소수 업소의 언니들은 반갑게 물품을 받아주셨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각 부문별 어려움과 소상공인들이 겪는 타격이 주목받는 한편으로, 성산업 내의 여성들이 겪는 타격과 어려움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거나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성차별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빈곤한 여성들의 상황을 이용하고 활용하여 성산업을 지속, 팽창시켜온 한국 사회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뒤틀린 태도를 다시금 발견하게 됩니다.

 

 

이태원 소방서 근처로는 ‘꿀밤포차’라는 가게에 젊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길게 입장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꿀밤포차 옆으로 같은 대로변에 접해있는 다른 건물의 업소들은 모두 퇴거된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얼마 전까지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 웹툰 작가가 운영하는 술집이라고 하네요.

웹툰, 그리고 방송 등의 파급력과 이를 둘러싼 문화자본이라고 해야 할지, 그러한 것들이 부동산 자본과 맞물려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빚어내는 풍경이 씁쓸함으로 다가왔어요. 이 공간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살고 일해 왔던 이들, 불균등하고 차별적인 사회시스템 속에서 활용가능한 자원이 많지 않았던 이들은 다른 삶의 기회, 자리 혹은 공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개인화되는 사회적 모순을 감내한 채 계속해서 사회의 주변부로, 빈곤한 상황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말이죠. 한국의 역사적, 정치경제적인 단면이 상호 교차하며 응축돼 있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성찰할 것인지 화두를 던지고 공론의 장으로 논의를 넓혀 나가는 일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동이야기

2019년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12월 20일, 2019년도 마지막 이태원 아웃리치를 진행했습니다. 이 날은 항공담요와 치과 과잉진료를 피하는 팁을 별별신문에 담아 언니들을 뵙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별별신문에 치과과잉 진료를 피하는 팁을 정리하게 된 연유는 최근 치과 지원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 비교견적을 내면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눈뜨고 코베이지 않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팁을 함께 알고 있어야 겠다는 결심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언니들의 상황,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치과병원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매번 쉽지 않지만 이제는 다년간 지원을 하면서 데이터들이 점차 쌓여나가고 있어 좀 더 안정적으로 치과치료 지원을 해보려 합니다. 야간에 장시간 종사 시 근골격계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지고, 술이나 당분이 있는 음료를 계속 먹으면서 치아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상담지원 영역에서 치과 지원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기에 좋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별별신문 42호, 48호 참조) 그래서인지 언니들은 건강 관련한 이슈를 담은 별별신문 내용에 관심을 즉각 드러내실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 아웃리치는 연말에 진행되어서인지 언니들을 많이 뵐 수 있었지만, 양키바 언니들은 경기가 좋지 않다며 늦게 영업을 하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더불어 업소에는 외국인 구매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티지바에서도 많은 언니들이 불량언니작업장 비누가 좋다, 레몬청을 잘 먹고 있다는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배포한 담요를 보여주시고 이번 담요를 비교하면서 고급스럽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주시기도 했고요. 아이샵과의 동반 아웃리치 덕에 티지바 언니들과 이전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끼면서, 군사정책과 군사자본, 부동산 자본의 이동에 의해 변화하는 이태원의 지형을 보면서 앞으로 아웃리치의 내용이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언니들의 욕구가 어떤 것인지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지부터 계획을 세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0년에도 진행될 이태원 아웃리치 소식을 가지고 또 뵙겠습니다.

 

고급진 이룸상담소 항공담요 촤라락~

 

어느새 카트는 아웃리치의 보물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오늘은 손이 없어서 음료주신다고 해도 못 받았다. 그런데 얼결에 간식을 받아왔다.

이태원 언니들의 마음 잘 받을게요 ♡

활동이야기

2019년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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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6일,
이번달에도 이룸은 이태원 아웃리치에 나섰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에 나선 이루머들의 뒷모습

기지촌으로 형성되어, 미군(/관광객/내국인/이주남성노동자 등등을 위한)클럽과 트랜스젠더 바, 게이바가 공존하는 이태원 후커힐. 미군기지 이전 그리고 유흥의 혼종성이 동반하는 재개발 논리 속에 놓인 이곳. 그 안에서 여성들이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곳.

이태원 아웃리치 역사상, 아니 성매매 방지법 제정 이래 업소 밀집지역 아웃리치 역사상  전무후무할 물품을 들고 나섰습니다.

그건 바로……

레몬청 한마리 들여가세욥    

레몬청!!!

별별신문 38호라든가 (“들어는 봤나 “불량언니 작업장””)
별별신문 41호라든가 (“이룸X불량언니작업장이 퀴어문화축제로 간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별별신문을 바로보실수 있는 최첨단 이룸 홈페이지)
에서 이태원 언니들께 불량언니 작업장의 소식을 전해왔었지만요,
레몬청은 처음이셨을 거에요.
지난달 8월에 작업장 손뜨개 수세미가 예상과 달리 인기가 좋았고, (이건 뭐예요? 샤워타올인가? 와 같은 참신한 사용법도 등장)
이번달에는 레몬청을 가져간 것이지요. 다년간의 아웃리치로 단련된 이루머들에게 레몬청 147병 정도는 거뜬했습니다. (휘청휘청)

이룸과 얼굴 익힌 언니들께서는 레몬차를 타서 한발 앞서 골목을 돌며 빨리 저집 갖다주라고 홍보해주시고,
“어머 이거 살빠지는 거잖아, 건강한 거잖아. 좋은거야 좋은거~” 하시며 뗀뗀한 대기실 분위기를 풀어주시기도 하고
“요새는 타로 안하나요?” 아는척도 해주시고 (자연스럽게 이룸 어필)
짐을 이렇게 바리바리 싸서 왔다며 갸륵하게 여겨주셨지요.

개중에는 “어디 개업했나요?” 물으시는 분도…^^
이룸 카페 개업했습니다. 쌀쌀한 10월엔 따뜻한 레몬차지요.

“근데 이거 어디서 쏘는거에요?” 물으시는 분께는 “상담소구요, 나라에서 하는거에요~” 잽싸게 알려드렸고요.
많은 언니들이 “좋은일 하시네요” “수고 많으시네요” 감사 인사를 해주시는데 환대에 안심하면서도 미묘한 불편함은 있지요. “아유 월급받고 하는거에요” 말하고 싶어진달까? 자선이 아닌, 공간을 목격하고 관계맺는 시간을  쌓는  페미니스트 활동으로, 꼭 필요한 상담 연결로 이어지기 위해 저희는 그곳에 가니까요. 하지만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만남을 받아들이고 다음의 만남을 준비할 따름입니다.

별별신문에 대한 반응도 빼놓을 수 없죠. 최근에는 건강보험체납가이드, 이주 성산업 종사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언론의 차별적 보도행태, 페미시국광장 이야기, 잊을만하면 다시 상기시켜드리는 이룸 소개 등을 기사로 다뤘고 9월에는 늘 화제에 오르는 부정의한 ‘단속’을 주제로 했어요. (하단 엮인글에 링크가 있습니다) 언니들 체감에는 버닝썬 이후로 단속, 여기서 단속이라 함은 함정단속 (샵샤발) 이 늘어났다고 하시는데.. 뉴스가 시끌했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시나 싶기도 하긴 한데요, 아니 경검찰-연예기획사-클럽/유흥업소-성매매/성폭력 가해자를 조져야지 왜 이태원 언니들을 괴롭힙니까? (울분)

하아. 아무튼 “매번 잘 읽고 있어요” “나 이거 열심히 읽잖아~” 해주시는 언니들이 계셔서 이번달도 별별신문은 순항입니다. (내용을 말씀 안하시는건 굳이 언급하지 않을게요..^^)
한 언니께서는 별별신문을 꼼꼼 읽으시고 포털 기사며 이룸 홈페이지까지 보셨대요!  레몬청 받으시더니 “나 봤어 레몬청 만드는거. 너네 네이버에 떴더라?” 바로 알아보시더라고요. 홈페이지상 상담안내 (병원, 변호사 등등) 를 보시고 건강보험 체납 관련 상담을 의뢰해주셨어요. 최근 이태원 상담이 늘고 있는데 아웃리치의 이유와 상담소의 존재를 이태원 언니들에게 번역해주시는 많은 조력자 언니들이 계시기 때문이리라 짐작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려봅니다.

이번달은 강유가람 감독님이 자원활동가로 함께해주신 달이었습니다. 감독님은 이제 개봉할 다큐 <이태원>의 언니들을 꼭꼭 찾아뵈세요- 이번에도 나키언니께 전화드리고 얼굴을 뵈었는데요. 스크린을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간과 사람의 역사를 증언하시는 나키언니가 이태원에 서계신 모습, 그곁에 함께 서있는 감독님과 이루머들의 모습은 또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네요.

늘 그렇듯 아웃리치의 마무리는 평가회의 입니다.  강유가람 님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라며 트랜스젠더 바 들의 분위기 변화를 짚어주셨어요. 초반 문전박대 분위기에서 지금은 이전에 들어갈 수 없었던 곳들까지 방문하고 있으니까요. 그 배경에는 아이샵과의 합동 아웃리치가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성판매 여성들이 경계심을 확실히 누그러뜨린 순간은 이룸과 아이샵이 연결되어 있다는 확인이었어요. 여성들이 성판매 그리고 트랜스젠더 차별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역동속에 서 있음을 명확히 체감할 수 있었지요.

이룸의 이태원 아웃리치, 군사주의 식민 질서를 정당화하는 성산업, 빈곤한 여성들 – 당연히 노년/트랜스/이주여성들을 끌어들이는 기지촌의 논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죽음들, 패닉방어나 피해자유발론 등이 대표하는, 사건을 왜곡하는 가해자들의 논리까지 촘촘히 짚어낸 2019 이룸 영화제 <혐오의 시대> 프로그램 원고와 후기도 온라인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후기는 조만간 업로드 예정이고 SNS 공지드릴거에요)

마찬가지로 기지촌에서 재개발, 빈곤과 노년까지 복합적인 시간성을 살고있는 여성들의 삶에서 출발해 이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공간을 재구성하고자 염두했던 2019 이룸 영화제 <이태원> 프로그램의 기록도 온라인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귀한 글들이 귀한 분들께 읽히기를 바라요.

이번달도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읽어주시고 같이 호흡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활동이야기

2019년 8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8월 29일 자원활동가로 이태원 아웃리치에 참여한 현지수입니다. 8월 아웃리치는 두 팀으로 나누어져 시작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에서 만든 손뜨개 수세미와 라이터, 별별신문을 들고 언니들을 만나러 갔어요. 비싸고 화려한 물건이라기 보다는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세미여서 언니들이 잘 받아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금방 동이 나서 마지막 업소에는 물품을 전달하지 못 했습니다. 정성은, 마음은 통하는 가봐요.

첫 아웃리치인 만큼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과 걱정으로 빠릿빠릿하게 별별신문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기고 신문부수를 세는데 여념이 없어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와중에도 선명하게 보였던 것은 이루머들이 똑똑 노크를 했을 때 ‘누가 문을 열 수 있는지’ 입니다. 문을 연 사람의 옷차림과 매너. 노출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급진 롱 드레스를 입고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 혹은 손짓을 하는 사람과. 그리고 그 안에는 미니 기장의 원피스를 입고 몸을 둥글게 말아 어둠 속 쇼파에 기대있거나 목을 길게 빼고 눈이 마주쳤을 때 어색하게 웃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마 내 앞에 살갑게 서있는 저 긴 옷을 입은 분이 관리자격인 사람인 거겠지? 그리고 저 안에 자신을 숨겨야 하는지 혹은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고용인 격인 사람인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이루머들에게 반갑게 웃으면서 고생한다고 물 챙겨가라고 하는 사람이 문서에서만 보아왔던 ‘마담’인 걸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 걸까. 이 사람은 자신의 아가씨를 책임지기 위해, 성판매자에 대한 낙인이 있는 사회에서 외부와 접촉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방어하기 위해 이 공간의 책임자로 나온 걸까. 아니면 외부와의 연결을 끊기 위해 나온 걸까. 여성단체가 아가씨들을 빼앗아가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의도건 간에, 그 사람의 인품과 별개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 역할의 사람은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 이 역할의 구분 혹은 위치의 구분이 업소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 이 권력관계를 봐야하는 거겠죠.

아가씨 일을 하다가 나이 들며 마담이 된다지만 알선하는 사람이 나를 환대할 때 이 부대낌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나. 이 별별신문은 전달되는 걸까. 전달된다 하더라도 어떤 맥락으로 어떤 언어로 전달될까.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나를 환대해도 문제. 환대하지 않아도 문제. 이 물품들이 전달되어도, 되지 않아도 문제가 아닐 수는 없겠다. 현장과 관계맺는다는 건 이런 모순과 막막함을 끌어안겠다는 걸까. 내가 머리 싸매도 소용없는 질문들로 전문가 선생님들, 이루머들을 옆에 두고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졌었네요.

그런데도 아웃리치를 나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어떤 결의였을까. 질문이 생깁니다.

아웃리치란 단순히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적선, 시혜의 구호 활동도 아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적 관계도 아니다. 삶의 자리에 파고들어 연루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데 친구나 동료,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울고 싶지 않고 울리고 싶지 않은데 울릴 수 있을만큼 그 사람에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개입의 여지가 생긴다.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 같은데 이태원으로 찾아가는 사람들도 찾아짐을 당하는 사람들도 그런데도 놓지 않겠다. 찾아가겠다. 말을 걸겠다. 문을 열겠다. 응답하겠다. 는 어떤 결의일까.

아웃리치 생각없이 갔는데 갑자기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아웃리치, 아웃리치 그런데도 왜 해야하지? 스스로한테 질문을 던져보면.. “그렇다고 안 할 건가?” 에 “네” 라고 할 수도 없다…

집결지라는 공간은 규제해봤자 소용없다고 국가가 개입하기를 포기하고 혹은 눈감아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윤을 위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등 돌린 맥락이 있잖아요.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한다고 법이 닿지 않는 공간에 법 외에 지배 주체들과 규칙이 만들어져 다방면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옭아매었던 공간에 더 이상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 공간이 그대로 닫혀 매듭지어지지 않도록 찾아가 틈을 만들어야 하는 거겠죠? 이전에 그 공간을 지배했던 질서를 깨고 다른 가치로 공간을, 관계를 다시 짜기 위해서.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잘할 자신, 똑똑하고 싶고 올바르고 싶은 마음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면 잘 망하고 잘 상처받아보고 싶은 밤입니다.

 

활동이야기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5월 30일 장안동 라운딩을 마치고 이태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보통 아웃리치를 시작하는 9시보다 늦은 9시 30분 즈음부터 가게를 방문했어요.

그래서인가? 더 많은 분들과 인사하고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아웃리치 물품은 에니멀프린트(호피와 얼룩말!)가 되어있는 가벼운 파우치와 피로한 발을 달래주는 ‘휴족시간’, 그리고 최근 별별신문이었습니다.

별별신문 49호의 주제는 JTBC의 “‘외국인 고용’성매매 현장… 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 보도의 반인권성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담았어요. 어휴.. 또 열이 오른다.

 

휴족시간이 무엇인지 묻는 분들께 왜인지 휴족시간 영업사원이 된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고..

언니들은 호피무늬 넘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달 아웃리치는 좀 마음이 따뜻해지고 신이 나고 이해받은 느낌이고 그랬습니다.  에피소드 몇 개를 소개하자면,

#1. “이룸은 계열이 뭐예요? ” 성노동인가 싶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반성매매’라고 적혀있고 대체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언니는 원래 sex positive  였던 스스로가 이 일을 하면서 가부장제와 성매매의 연결성을 확인하게 되며 적잖이 고민이 되셨다고 해요.

성매매를 둘러 싼 고민, 이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가게 밖에서 수다수다 하다가 다음달에 보자며 인사 나누었습니다.

이룸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질문해주셔서 힘 받았어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의 관계맺기를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만들어나가고자 이룸은 아웃리치의 형태와 유지에 고민이 있었는데요,

고민을 확장하고 붙들 단초를 쥐어주셨다고 할까요?

 

#2. “신문은요?” 이번 달에는 신문을 파우치 포장지 안에 넣어서 드렸어요. 만날 물품과 함께 건내며 “꼭 읽어보셔요~”당부하던 신문이

안 보이자 등장한 질문입니다. 체감 상 이태원은 청량리 보다 별별신문 구독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청량리는 유리방의 경우 전면 유리로 비쳐지기도 하고, 의자도 불편했다면 쪽방은 조명이 엄청 어두워서 글 읽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이태원은 청량리에 비해 의자가 소파 형태가 많고 조도도 적당해서 상대적으로 실내에서 신문을 편히 펼쳐 읽을 수 있는 환경이어서 일까요?

별별신문 받자마자 펼치는 분들을 종종 봐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신문의 존재를 찾아주시니, 매 달 별별신문 주제를 고심하고 발행하는 이루머들은 참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루머 차차와 혜진이 별별신문을 주로 만드는데요,  내용이 참 조크든요!)

 

#3. “이룸이에요?” 가게 한 군데가 리모델링 중이더라고요. 오픈 일자가 6월로 되어 있어서 계단을 내려갈까 말까 우짜까 하던 중, 가게의 불이 켜지고 물어오셨습니다.

네! 이룸이에요! 가게 새로 하시는 거예요? 신나게 여쭤보았더랬지요. 물품과 가게 안부, 원래 이 가게에 계셨던 언니들의 안부를 나누고 다음 달에 만나요 했습니다.

괜히 서로 화이팅을 외쳤어요.

 

이 외에도 작고 소중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를 한지 벌써 5년. 기지촌이자 트랜스젠더 성매매 산업의 중심에 위치한 ‘이태원’이라는 공간과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지원체계를 통한 만남에 더해 어떻게 이 공간을 기록하고 여성주의적으로 재조망할 수 있을지 작년부터 이룸 안에서는 복닥복닥 이야기를 하는 중이에요.

6월, 7월, 8월… 앞으로 예정된 만남들이 또 어떤 계기와 전환을 만들지 기대감을 상승시킨 5월의 이태원 아웃리치였습니다.

 

활동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신입이었던… 활동가 혜진이 쓴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번 아웃리치도 함께해주신 강유가람님 감사합니다!

12월 19일, 2018년의 마지막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별별신문에는 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아갔고, 물품으로는 목베개를 준비해갔어요. 언니들이 목베개를 많이 좋아해주셔서 이룸도 기분이 좋았어요. 언니들의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그렇게 언니들의 생활 속에서 이룸의 이름이 언뜻언뜻 보이길, 그래서 언니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이룸이 생각나길 바라요:)

3월 신입활동가로 처음 이태원 집결지를 목격하고, 금새 한 해의 마지막 아웃리치까지 끝났네요. 글자로만 알면서 안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주는 현장감에, 그 새로움과 적나라함에, 그 안에 담겨 있을 짐작할 수도 없는 수많은 삶의 무게에서 오는 무거운 마음을 첫 아웃리치에서 남기고 몇차례의 아웃리치가 지났습니다. 이 무거운 마음이 동력이 되어, 이 복잡한 공간에 대해 사유하고 개입하기 위해서, 공간 속 여성들을 만나러 매달 아웃리치를 향하는 거구나 생각이 듭니다.

5년의 꾸준함이 쌓인 덕에, 처음엔 막막하고 긴장되었을 그 공간에서, 많은 언니들이 이룸을 반가워해주시고 우리의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올 한해에는 이룸과 오래 연을 맺어온 한 언니가 다른 언니들을 여럿 소개시켜주었어요. 덕분에 이룸이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만나는 언니가 늘었어요. 열심히 챙겨가는 타로는 이번달엔 한 언니가 두 번째로 타로를 보았어요. 이렇게 조금씩, 점점, 이룸이 언니들과 그 공간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겠죠?

올해에는 더 가까워지고, 더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개입해보고자, 이태원에 대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군기지의 ‘기지촌’으로 형성되었던 성매매의 공간, 퀴어한 공간, 트랜스젠더의 퀴어함이 구매자의 욕망에 맞춰 판매되는 성매매의 공간, 외국인들이 많은 이국적이고 힙한 놀이공간, 그러다보니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 이국적인, 이주여성 성매매의 공간. 이 복잡한 공간에서 오는 어려움을, 무거운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고자 열심히 해보려합니다:)

최근에 새로운 클럽이 생겼는지 전단지가 곳곳에 뿌려져있었어요. ‘죽기전에 한번 가보자. 다국적 룸클럽. 다국적 미녀들 무한 초이스~’라는 전단지를 보면서 착잡함을 느끼며, ‘아마 사진은 도용이겠지…’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네요. 전단지를 보면 이 공간이, 많은 여성과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 성욕충족의 의미가 아닌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지배욕구 충족이라는 의미에서의 욕망, 많은 여성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국적의 여성을 향한 지배 욕망, 이런 욕망에 기반하여 구성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활동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아웃리치 활동은 직접 성산업 현장으로 찾아가 언니들과 만나는 과정이기에 언니들이 느낄 낯섦과 불편감을 최소화하도록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계속 접점과 신뢰를 만들기 위하여 매번 신문에 어떤 소식을 담을지, 물품은 어떤 것이 좋을지, 가서 인사는 어떻게 드리면 좋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다.

9월 이태원 아웃리치에서는 별별신문에 ‘성산업 망해라’강강술래를 담고, 3단으로 분리되는 신박한 텀블러를 갖고 언니들을 뵙고 돌아왔다. 강유가람 감독님도 함께해주셨다.(늘 감사드려요!) 진행 당일 비가 내려 갠다는 예보를 듣고 갔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려 우산을 들고 아웃리치를 진행했다. 비가 와서 문닫는 가게다 더 적을까 싶었는데 지난 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기지촌 업소 언니들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고, 무언가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 이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지원이 되는지 질문을 받거나, ‘자기야 오늘은 뭐야’라며 먼저 우리에게 인사해주시는 언니들의 모습, 환대의 눈빛을 보면서 이룸이 어떤 곳으로 언니들에게 인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웃리치 뿐 아니라 올해 4월부터 별별타로를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웃리치 물품과 별별신문과 함께 ‘용’하게 봐드린다는 명함을 드리며 홍보를 하고 있다. 바로바로 직접 방문하며 진행해서인지 꾸준하게 참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타로로 언니들을 만나면서 현재 삶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임파워링을 도모하고, 상호간의 소식과 궁금함도 나누며 접점과 신뢰를 천천히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도 꼭 뵐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번 달에도 골목의 길냥님을 영접하였다.
*아웃리치에 함께해주신 강유가람 감독님이 사진촬영을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활동

2018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룸과 많은 활동을 같이 하는 예지님이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를 적어주셨습니다. 현장을 접할 수록, 복잡다단한 현장을 따라 고민의 타래들도 부쩍 그 부피가 늘어난다지요.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상호 힘이 되길 바라며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_이예지

 

구성된 개별 공간에는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또 자신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어떤 장소에 개인이 진입할 수 있는 지 없는지가 나뉜다.

 

어떤 업소나 집결지이던지, 나는 아웃리치를 갈 때마다 이성애 남성 성구매자의 공간에 침입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며 구매자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안게 된다. 이태원은 그 느낌은 덜하지만 “언니”들을 마주하기 위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무슨 돈이 나서” 물품을 건네주냐고 물어오실 때마다 이 곳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는 성산업에서의 배치에 대해 고민한다.

 

이 사회에서 시민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 개인들이 업소에 들어간 경로는 개인간의 차이만큼이나마 다양할터이다.

 

이태원 거리는 “트랜스젠더 빠” 라고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아니, 다른 지역 또한 그렇다. 이 공간 안에서 그들은 ‘트랜스젠더’임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사회 규범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 또는 2인 사람이 그/그녀의 지정된 성별과 젠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지 않길 원한다. 트랜스젠더들은 성기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주민등록번호 1 또는 2의 규범이 젠더표현의 자유와 충돌해도 ‘괜찮은’ 직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제적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되는 노동조건 중 하나로 성매매가 배치되어있다. 빚으로 성판매자를 묶어두는 성매매와 그 산업을 절대로 자유로운 개인간의 거래로만 볼 수 없듯이 역설적으로 트랜스젠더가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은 성산업 현장이다. 이러한 점들은 많은 성소수자 단체가 투쟁하듯 누구에게나 규범적인 젠더표현을 수행하기를 거부해야하는 운동과 성매매 운동이 같이 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트랜스젠더가 혹은 다른 성소수자가 성매매 산업으로 모이게 되는 여러 동인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물론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에서 적힌 루인의 지적대로 MTF 트랜스젠더 성판매자가 성기전환수술을 받으면 오히려 업소에서 받아주지 않거나/성구매자의 ‘초이스’를 받지 못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젠더는 업소 안에서 완전한 자신의 뜻대로 트랜스젠더이기 어렵다. 업소에서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일 수 있는 점과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트랜스젠더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는 성매매 산업이 사회 규범과 생물학이라는 과학의 권위, 이성애-남성들이 빚어낸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성매매 산업으로 배치했는지 엿볼 수 있다.

 

국가나 자본 권력이 성매매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어떤 위치에 배치시키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왜 특정 공간에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을까. 배치라는 동학은 무엇이기에 이 이상한 현상을 당연하게 굳히고 있을까.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작년 11월쯤 맥양집 아웃리치했을 때가 떠올랐는데 당시 “법적인 지원체계 안에서 삼종, 게다가 맥양집 종사자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법제도는 적극적으로 ‘피해자 규범성’을 생산해낸다. 피해자 규범성으로 해석되지 않는 이들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범법자로 분류되어 처벌을 받는다. 피해자 지원체계는 행위자와 피해자를 구분해서 지원하지는 않으나 정해진 지원체계의 내용이 제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성판매를 경험하는 이들, 특히 맥양주집 종사자와 이태원의 성판매자들이 지원을 받는다면 현 지원체계에서 소화가 가능할까. MTF 트랜스젠더 성판매자는 또 어떤 상황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웃리치 하면서 머릿속으로 대체 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계란 흰자랑 노른자도 아니고 대체 어떻게 주체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을까. 자발/비자발 논쟁만큼 지겨운 것도 없지만 계속 회자되는 이 논쟁 속에서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활동이야기

2018년 3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 3월 16일 금요일, 3월의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참여한 신입활동가의 후기를 전합니다.

 

3월의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이룸에 출근하고 1주일이 지났던 날 다녀온 첫 아웃리치였어요.

 

이태원을 가기 며칠 전에는 철거가 진행 중인 청량리 집결지를 다녀왔었습니다. 처음 접한 공간이었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응어리지는 느낌이었어요. 이 기분이 무엇일까는 쉽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질감’에서 온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공간과는 분리되어 있는 듯한 공간이 주는 새로움과 놀라움이었던 것 같아요. 성매매라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오래된 현실의 현장이 새롭다는 것에 놀랐고, 그 새로운 것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놀라웠습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 그리고 노년 여성의 몸과 젊은 여성의 몸이 다뤄지는 차이, 노년 성판매 여성들의 열악한 환경, 그리고 자본과 국가의 이해에 의해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성매매 집결지 공간.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고 새로웠고 충격적이었고, 먹먹했습니다. 지식으로 머리에 넣어져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업소들이 몰려있는 이태원의 거리는, 맛있는 걸 먹으러 놀러 오던 이태원과는 길 하나 차이지만 마찬가지로 이질적이었습니다. 처음 발디뎌본 공간들을 돌아보며 여성들을 만났고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항상 좋은 물품 줘서 고맙다’, ‘차라도 마시고 가라’고 해 주시는 여성들도 있어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매일 술마시는데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여성들의 건강 얘기, 다짜고짜 ‘얼마냐’고 묻는다는 구매자들 얘기 등. 처음으로 발디뎌본 이질적인 공간에서 처음으로 듣는 생생한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어디서든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널려있고, 돈이 필요하고 자원이 없는 여성들이 너무나 쉽게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성판매가 널려있고, 이렇게나 성매매가 가까운데, 그 공간이 그렇게나 이질적으로, 놀랍고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 것. 이렇게나 가까운 공간이 이렇게나 멀어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 아웃리치였어요. 지식으로 알고 있어도 새롭고 놀라웠던 이 공간을 어떻게 전하고, 마음을 열어준 여성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고, 이 산업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진 시간이었습니다.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