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8월 29일 자원활동가로 이태원 아웃리치에 참여한 현지수입니다. 8월 아웃리치는 두 팀으로 나누어져 시작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에서 만든 손뜨개 수세미와 라이터, 별별신문을 들고 언니들을 만나러 갔어요. 비싸고 화려한 물건이라기 보다는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세미여서 언니들이 잘 받아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금방 동이 나서 마지막 업소에는 물품을 전달하지 못 했습니다. 정성은, 마음은 통하는 가봐요.

첫 아웃리치인 만큼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과 걱정으로 빠릿빠릿하게 별별신문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기고 신문부수를 세는데 여념이 없어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요. 그런 와중에도 선명하게 보였던 것은 이루머들이 똑똑 노크를 했을 때 ‘누가 문을 열 수 있는지’ 입니다. 문을 연 사람의 옷차림과 매너. 노출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급진 롱 드레스를 입고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 혹은 손짓을 하는 사람과. 그리고 그 안에는 미니 기장의 원피스를 입고 몸을 둥글게 말아 어둠 속 쇼파에 기대있거나 목을 길게 빼고 눈이 마주쳤을 때 어색하게 웃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마 내 앞에 살갑게 서있는 저 긴 옷을 입은 분이 관리자격인 사람인 거겠지? 그리고 저 안에 자신을 숨겨야 하는지 혹은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고용인 격인 사람인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이루머들에게 반갑게 웃으면서 고생한다고 물 챙겨가라고 하는 사람이 문서에서만 보아왔던 ‘마담’인 걸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 걸까. 이 사람은 자신의 아가씨를 책임지기 위해, 성판매자에 대한 낙인이 있는 사회에서 외부와 접촉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방어하기 위해 이 공간의 책임자로 나온 걸까. 아니면 외부와의 연결을 끊기 위해 나온 걸까. 여성단체가 아가씨들을 빼앗아가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의도건 간에, 그 사람의 인품과 별개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 역할의 사람은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 이 역할의 구분 혹은 위치의 구분이 업소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 이 권력관계를 봐야하는 거겠죠.

아가씨 일을 하다가 나이 들며 마담이 된다지만 알선하는 사람이 나를 환대할 때 이 부대낌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나. 이 별별신문은 전달되는 걸까. 전달된다 하더라도 어떤 맥락으로 어떤 언어로 전달될까.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나를 환대해도 문제. 환대하지 않아도 문제. 이 물품들이 전달되어도, 되지 않아도 문제가 아닐 수는 없겠다. 현장과 관계맺는다는 건 이런 모순과 막막함을 끌어안겠다는 걸까. 내가 머리 싸매도 소용없는 질문들로 전문가 선생님들, 이루머들을 옆에 두고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졌었네요.

그런데도 아웃리치를 나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어떤 결의였을까. 질문이 생깁니다.

아웃리치란 단순히 가진 게 없는 사람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적선, 시혜의 구호 활동도 아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적 관계도 아니다. 삶의 자리에 파고들어 연루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데 친구나 동료,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울고 싶지 않고 울리고 싶지 않은데 울릴 수 있을만큼 그 사람에게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개입의 여지가 생긴다.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 같은데 이태원으로 찾아가는 사람들도 찾아짐을 당하는 사람들도 그런데도 놓지 않겠다. 찾아가겠다. 말을 걸겠다. 문을 열겠다. 응답하겠다. 는 어떤 결의일까.

아웃리치 생각없이 갔는데 갑자기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아웃리치, 아웃리치 그런데도 왜 해야하지? 스스로한테 질문을 던져보면.. “그렇다고 안 할 건가?” 에 “네” 라고 할 수도 없다…

집결지라는 공간은 규제해봤자 소용없다고 국가가 개입하기를 포기하고 혹은 눈감아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윤을 위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등 돌린 맥락이 있잖아요.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한다고 법이 닿지 않는 공간에 법 외에 지배 주체들과 규칙이 만들어져 다방면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옭아매었던 공간에 더 이상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 공간이 그대로 닫혀 매듭지어지지 않도록 찾아가 틈을 만들어야 하는 거겠죠? 이전에 그 공간을 지배했던 질서를 깨고 다른 가치로 공간을, 관계를 다시 짜기 위해서.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잘할 자신, 똑똑하고 싶고 올바르고 싶은 마음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면 잘 망하고 잘 상처받아보고 싶은 밤입니다.

 

활동이야기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5월 30일 장안동 라운딩을 마치고 이태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보통 아웃리치를 시작하는 9시보다 늦은 9시 30분 즈음부터 가게를 방문했어요.

그래서인가? 더 많은 분들과 인사하고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아웃리치 물품은 에니멀프린트(호피와 얼룩말!)가 되어있는 가벼운 파우치와 피로한 발을 달래주는 ‘휴족시간’, 그리고 최근 별별신문이었습니다.

별별신문 49호의 주제는 JTBC의 “‘외국인 고용’성매매 현장… 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 보도의 반인권성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담았어요. 어휴.. 또 열이 오른다.

 

휴족시간이 무엇인지 묻는 분들께 왜인지 휴족시간 영업사원이 된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고..

언니들은 호피무늬 넘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달 아웃리치는 좀 마음이 따뜻해지고 신이 나고 이해받은 느낌이고 그랬습니다.  에피소드 몇 개를 소개하자면,

#1. “이룸은 계열이 뭐예요? ” 성노동인가 싶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반성매매’라고 적혀있고 대체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언니는 원래 sex positive  였던 스스로가 이 일을 하면서 가부장제와 성매매의 연결성을 확인하게 되며 적잖이 고민이 되셨다고 해요.

성매매를 둘러 싼 고민, 이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가게 밖에서 수다수다 하다가 다음달에 보자며 인사 나누었습니다.

이룸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질문해주셔서 힘 받았어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의 관계맺기를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만들어나가고자 이룸은 아웃리치의 형태와 유지에 고민이 있었는데요,

고민을 확장하고 붙들 단초를 쥐어주셨다고 할까요?

 

#2. “신문은요?” 이번 달에는 신문을 파우치 포장지 안에 넣어서 드렸어요. 만날 물품과 함께 건내며 “꼭 읽어보셔요~”당부하던 신문이

안 보이자 등장한 질문입니다. 체감 상 이태원은 청량리 보다 별별신문 구독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청량리는 유리방의 경우 전면 유리로 비쳐지기도 하고, 의자도 불편했다면 쪽방은 조명이 엄청 어두워서 글 읽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이태원은 청량리에 비해 의자가 소파 형태가 많고 조도도 적당해서 상대적으로 실내에서 신문을 편히 펼쳐 읽을 수 있는 환경이어서 일까요?

별별신문 받자마자 펼치는 분들을 종종 봐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신문의 존재를 찾아주시니, 매 달 별별신문 주제를 고심하고 발행하는 이루머들은 참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루머 차차와 혜진이 별별신문을 주로 만드는데요,  내용이 참 조크든요!)

 

#3. “이룸이에요?” 가게 한 군데가 리모델링 중이더라고요. 오픈 일자가 6월로 되어 있어서 계단을 내려갈까 말까 우짜까 하던 중, 가게의 불이 켜지고 물어오셨습니다.

네! 이룸이에요! 가게 새로 하시는 거예요? 신나게 여쭤보았더랬지요. 물품과 가게 안부, 원래 이 가게에 계셨던 언니들의 안부를 나누고 다음 달에 만나요 했습니다.

괜히 서로 화이팅을 외쳤어요.

 

이 외에도 작고 소중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를 한지 벌써 5년. 기지촌이자 트랜스젠더 성매매 산업의 중심에 위치한 ‘이태원’이라는 공간과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지원체계를 통한 만남에 더해 어떻게 이 공간을 기록하고 여성주의적으로 재조망할 수 있을지 작년부터 이룸 안에서는 복닥복닥 이야기를 하는 중이에요.

6월, 7월, 8월… 앞으로 예정된 만남들이 또 어떤 계기와 전환을 만들지 기대감을 상승시킨 5월의 이태원 아웃리치였습니다.

 

활동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신입이었던… 활동가 혜진이 쓴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번 아웃리치도 함께해주신 강유가람님 감사합니다!

12월 19일, 2018년의 마지막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별별신문에는 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아갔고, 물품으로는 목베개를 준비해갔어요. 언니들이 목베개를 많이 좋아해주셔서 이룸도 기분이 좋았어요. 언니들의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길, 그렇게 언니들의 생활 속에서 이룸의 이름이 언뜻언뜻 보이길, 그래서 언니들에게 필요한 순간에 이룸이 생각나길 바라요:)

3월 신입활동가로 처음 이태원 집결지를 목격하고, 금새 한 해의 마지막 아웃리치까지 끝났네요. 글자로만 알면서 안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주는 현장감에, 그 새로움과 적나라함에, 그 안에 담겨 있을 짐작할 수도 없는 수많은 삶의 무게에서 오는 무거운 마음을 첫 아웃리치에서 남기고 몇차례의 아웃리치가 지났습니다. 이 무거운 마음이 동력이 되어, 이 복잡한 공간에 대해 사유하고 개입하기 위해서, 공간 속 여성들을 만나러 매달 아웃리치를 향하는 거구나 생각이 듭니다.

5년의 꾸준함이 쌓인 덕에, 처음엔 막막하고 긴장되었을 그 공간에서, 많은 언니들이 이룸을 반가워해주시고 우리의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올 한해에는 이룸과 오래 연을 맺어온 한 언니가 다른 언니들을 여럿 소개시켜주었어요. 덕분에 이룸이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만나는 언니가 늘었어요. 열심히 챙겨가는 타로는 이번달엔 한 언니가 두 번째로 타로를 보았어요. 이렇게 조금씩, 점점, 이룸이 언니들과 그 공간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겠죠?

올해에는 더 가까워지고, 더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개입해보고자, 이태원에 대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군기지의 ‘기지촌’으로 형성되었던 성매매의 공간, 퀴어한 공간, 트랜스젠더의 퀴어함이 구매자의 욕망에 맞춰 판매되는 성매매의 공간, 외국인들이 많은 이국적이고 힙한 놀이공간, 그러다보니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 이국적인, 이주여성 성매매의 공간. 이 복잡한 공간에서 오는 어려움을, 무거운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고자 열심히 해보려합니다:)

최근에 새로운 클럽이 생겼는지 전단지가 곳곳에 뿌려져있었어요. ‘죽기전에 한번 가보자. 다국적 룸클럽. 다국적 미녀들 무한 초이스~’라는 전단지를 보면서 착잡함을 느끼며, ‘아마 사진은 도용이겠지…’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네요. 전단지를 보면 이 공간이, 많은 여성과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 성욕충족의 의미가 아닌 여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지배욕구 충족이라는 의미에서의 욕망, 많은 여성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국적의 여성을 향한 지배 욕망, 이런 욕망에 기반하여 구성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활동

9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아웃리치 활동은 직접 성산업 현장으로 찾아가 언니들과 만나는 과정이기에 언니들이 느낄 낯섦과 불편감을 최소화하도록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계속 접점과 신뢰를 만들기 위하여 매번 신문에 어떤 소식을 담을지, 물품은 어떤 것이 좋을지, 가서 인사는 어떻게 드리면 좋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다.

9월 이태원 아웃리치에서는 별별신문에 ‘성산업 망해라’강강술래를 담고, 3단으로 분리되는 신박한 텀블러를 갖고 언니들을 뵙고 돌아왔다. 강유가람 감독님도 함께해주셨다.(늘 감사드려요!) 진행 당일 비가 내려 갠다는 예보를 듣고 갔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려 우산을 들고 아웃리치를 진행했다. 비가 와서 문닫는 가게다 더 적을까 싶었는데 지난 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기지촌 업소 언니들의 자취는 찾을 수 없었고, 무언가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 이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지원이 되는지 질문을 받거나, ‘자기야 오늘은 뭐야’라며 먼저 우리에게 인사해주시는 언니들의 모습, 환대의 눈빛을 보면서 이룸이 어떤 곳으로 언니들에게 인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웃리치 뿐 아니라 올해 4월부터 별별타로를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웃리치 물품과 별별신문과 함께 ‘용’하게 봐드린다는 명함을 드리며 홍보를 하고 있다. 바로바로 직접 방문하며 진행해서인지 꾸준하게 참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타로로 언니들을 만나면서 현재 삶에서의 고민을 나누며 임파워링을 도모하고, 상호간의 소식과 궁금함도 나누며 접점과 신뢰를 천천히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도 꼭 뵐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번 달에도 골목의 길냥님을 영접하였다.
*아웃리치에 함께해주신 강유가람 감독님이 사진촬영을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활동

2018년 5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룸과 많은 활동을 같이 하는 예지님이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를 적어주셨습니다. 현장을 접할 수록, 복잡다단한 현장을 따라 고민의 타래들도 부쩍 그 부피가 늘어난다지요.

고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상호 힘이 되길 바라며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_이예지

 

구성된 개별 공간에는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또 자신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어떤 장소에 개인이 진입할 수 있는 지 없는지가 나뉜다.

 

어떤 업소나 집결지이던지, 나는 아웃리치를 갈 때마다 이성애 남성 성구매자의 공간에 침입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며 구매자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안게 된다. 이태원은 그 느낌은 덜하지만 “언니”들을 마주하기 위해 문을 두드릴 때마다, “무슨 돈이 나서” 물품을 건네주냐고 물어오실 때마다 이 곳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는 성산업에서의 배치에 대해 고민한다.

 

이 사회에서 시민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정해진다. 개인들이 업소에 들어간 경로는 개인간의 차이만큼이나마 다양할터이다.

 

이태원 거리는 “트랜스젠더 빠” 라고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아니, 다른 지역 또한 그렇다. 이 공간 안에서 그들은 ‘트랜스젠더’임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사회 규범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 또는 2인 사람이 그/그녀의 지정된 성별과 젠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지 않길 원한다. 트랜스젠더들은 성기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주민등록번호 1 또는 2의 규범이 젠더표현의 자유와 충돌해도 ‘괜찮은’ 직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제적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되는 노동조건 중 하나로 성매매가 배치되어있다. 빚으로 성판매자를 묶어두는 성매매와 그 산업을 절대로 자유로운 개인간의 거래로만 볼 수 없듯이 역설적으로 트랜스젠더가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은 성산업 현장이다. 이러한 점들은 많은 성소수자 단체가 투쟁하듯 누구에게나 규범적인 젠더표현을 수행하기를 거부해야하는 운동과 성매매 운동이 같이 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트랜스젠더가 혹은 다른 성소수자가 성매매 산업으로 모이게 되는 여러 동인들에 대해 살펴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물론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에서 적힌 루인의 지적대로 MTF 트랜스젠더 성판매자가 성기전환수술을 받으면 오히려 업소에서 받아주지 않거나/성구매자의 ‘초이스’를 받지 못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젠더는 업소 안에서 완전한 자신의 뜻대로 트랜스젠더이기 어렵다. 업소에서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일 수 있는 점과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트랜스젠더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는 성매매 산업이 사회 규범과 생물학이라는 과학의 권위, 이성애-남성들이 빚어낸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성매매 산업으로 배치했는지 엿볼 수 있다.

 

국가나 자본 권력이 성매매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어떤 위치에 배치시키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왜 특정 공간에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을까. 배치라는 동학은 무엇이기에 이 이상한 현상을 당연하게 굳히고 있을까.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작년 11월쯤 맥양집 아웃리치했을 때가 떠올랐는데 당시 “법적인 지원체계 안에서 삼종, 게다가 맥양집 종사자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법제도는 적극적으로 ‘피해자 규범성’을 생산해낸다. 피해자 규범성으로 해석되지 않는 이들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범법자로 분류되어 처벌을 받는다. 피해자 지원체계는 행위자와 피해자를 구분해서 지원하지는 않으나 정해진 지원체계의 내용이 제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성판매를 경험하는 이들, 특히 맥양주집 종사자와 이태원의 성판매자들이 지원을 받는다면 현 지원체계에서 소화가 가능할까. MTF 트랜스젠더 성판매자는 또 어떤 상황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웃리치 하면서 머릿속으로 대체 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계란 흰자랑 노른자도 아니고 대체 어떻게 주체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을까. 자발/비자발 논쟁만큼 지겨운 것도 없지만 계속 회자되는 이 논쟁 속에서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활동이야기

2018년 3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 3월 16일 금요일, 3월의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참여한 신입활동가의 후기를 전합니다.

 

3월의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이룸에 출근하고 1주일이 지났던 날 다녀온 첫 아웃리치였어요.

 

이태원을 가기 며칠 전에는 철거가 진행 중인 청량리 집결지를 다녀왔었습니다. 처음 접한 공간이었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응어리지는 느낌이었어요. 이 기분이 무엇일까는 쉽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질감’에서 온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공간과는 분리되어 있는 듯한 공간이 주는 새로움과 놀라움이었던 것 같아요. 성매매라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오래된 현실의 현장이 새롭다는 것에 놀랐고, 그 새로운 것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놀라웠습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 그리고 노년 여성의 몸과 젊은 여성의 몸이 다뤄지는 차이, 노년 성판매 여성들의 열악한 환경, 그리고 자본과 국가의 이해에 의해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성매매 집결지 공간.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고 새로웠고 충격적이었고, 먹먹했습니다. 지식으로 머리에 넣어져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업소들이 몰려있는 이태원의 거리는, 맛있는 걸 먹으러 놀러 오던 이태원과는 길 하나 차이지만 마찬가지로 이질적이었습니다. 처음 발디뎌본 공간들을 돌아보며 여성들을 만났고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항상 좋은 물품 줘서 고맙다’, ‘차라도 마시고 가라’고 해 주시는 여성들도 있어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매일 술마시는데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여성들의 건강 얘기, 다짜고짜 ‘얼마냐’고 묻는다는 구매자들 얘기 등. 처음으로 발디뎌본 이질적인 공간에서 처음으로 듣는 생생한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어디서든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널려있고, 돈이 필요하고 자원이 없는 여성들이 너무나 쉽게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성판매가 널려있고, 이렇게나 성매매가 가까운데, 그 공간이 그렇게나 이질적으로, 놀랍고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 것. 이렇게나 가까운 공간이 이렇게나 멀어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 아웃리치였어요. 지식으로 알고 있어도 새롭고 놀라웠던 이 공간을 어떻게 전하고, 마음을 열어준 여성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고, 이 산업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지고 마음이 무거워진 시간이었습니다.

활동

2018년 2월 이태원 아웃리치

2월 8일, 2018년도 들어 첫 이태원 아웃리치가 진행되었습니다.

시작 전 이루머들은 3년 동안 이태원 아웃리치에 함께해주시고 계신 자원활동가 강유가람님과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올해 계획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날은 땅콩 마사지볼과 이룸의 시대한탄 1탄  ‘종로여관방화 사건에 부쳐’ 기사를 별별신문에 담아 언니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아웃리치가 시작되는 입구에 들어서자 온통 흰색으로 인테리어를 한 ‘힙’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고, 강유가람님은 모 연예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8군의 평택 이전과 재개발이라는 조건에 있는 이 공간의 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되새겨 보았습니다.

두 달여 만에 뵌 언니들은 이루머들과 강유가람님을 반갑게 맞아주셨고, 이런저런 음료를 두둑히 챙겨주셨습니다. 몇 개월 전에 처음 뵈었을 때 저희를 낯설어 하시던 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친근하게 인사를 나눠주셨습니다. 지금은 업소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며 작년 여름에 골목에서 인사를 나눴던 언니는 새로운 가게에서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언덕을 내려오며 건물주가 건물 입구를 막아 폐쇄된 업소들의 모습에 눈길이 더 머물렀습니다.  이 건물을 보며 작은 입구에서 계속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이태원의 오래된 건물의 특징을 궁금해하며 리서치를 더 진행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웃리치를 마친 뒤 이태원 역 근처 카페로 이동하자, 언니들을 만난 거리와 달리 어느새 많은 인파 속에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활동

다큐 <이태원>을 함께 보았습니다 & 청량리 집결지 반상회 사진전

지난 2017년 12월 20일에 이룸과 강유가람 감독이 함께 주최한 영화 ‘이태원’ 상영회가 이룸의 이웃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있었습니다.

또한 이날은 이태원과 청량리에서 찍은 사진들의 전시도 있었는데요, 영화 시작 전에 마련된 전시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감독x활동가와의 대화시간도 30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으시고 진지한 눈빛과 질문으로 하나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을 먼저 제안해주신 강유가람 감독님께 깊이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분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이룸 활동가의 영화 이태원을 보고 드는 생각과 고민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 이태원을 보고.

 

작성 : 성지윤(기용)

 

청량리588과 후커힐은

나키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병원 앞에서 만나기로 한 날 70대시라는 얘길 들었고 나는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 혹시?…라고 물었다. 그분은 아니었고, 멀리서 걸어오는 나키언니를 보자마자 한 눈에 알아보면서도 그전에 다른 분께 아는척 한게 괜히 머쓱해졌다. 난 너무 전형적인 70대 노인을 생각한거다. 영화에도 나오는, 공들여 손질한 앞머리와 쏟아질 것같이 빽빽한 속눈썹, 열손가락 파란 매니큐어까지. 청량리 언니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나키 언니가 워낙에 특별한 사람인 것도 있지만, 괜히 ‘역시 이태원인가!’ 그랬다. 칙칙한 청량리와는 다르게 힙하고 화려한 곳이었다. 이룸에서 처음 이태원 아웃리치를 가던 날도 조금은 그랬던 것 같다. 후커힐을 나와서 화려한 불빛을 보자 괜히 기분이 흥청망청해지는 것이 왠지 술을 마셔야할 것만 같은.

 

다양한 성매매 업종에 따른 여성들 사이에 선긋기, 혹은 위계가 존재한다. 룸살롱 여성들은 집결지 여성들에 대해 ‘거긴 진짜 막장’이라거나 반대로 집결지 여성들은 룸살롱 여성들에게 ‘나는 깔끔하게 연애만 하지 지저분하게 술 먹는 거 안 한다’라는 식이다. 이것의 이태원 버전이 ‘나는 드런 한국 놈들 상대 안 한다’ ‘미국은 한번 가봐야한다’일테다.

 

청량리588은 성매매를하는 것이 확실한 곳이고 이태원은 노골적으로 하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 차이가 있는데 그것이 어떤 분위기가 된다. 이태원이 덜 성매매적인 곳이라는 듯, 청량리의 청소년통행금지 푯말은 24시간인데 이태원의 통행금지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다. 이태원에 처음에 콘돔을 갖고 들어갔을 때, 마치 콘돔을 보며 키득거리는 중학생처럼 ‘어머 콘돔이야~’ 라며 웃으시는 통에 당황스러웠다. 왜 이런 걸 우리에게 주냐는 거다.

 

청량리든 이태원이든 집결지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밖을 나가지 않고 모든 일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 곳에 일하는 공간인 가게에서 숙식까지 모두 해결하거나 매우 가까운 곳에 주거를 두고 있다. 사는 동네와 직장이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것은 분명 특별한 상황이다. 집에서 자고 나와서 일하는 내내 가게에 있다가 지척거리의 집으로 돌아가고. 멀리 나가는 일 없이 안에서만 맴맴 도는 까닭에 여성들에게 이 동네가 주는 의미가 훨씬 더 특별해진다. ‘가정 동네’가 아닌, 일반적이지 않은 동네 안에서 살면서 ‘이태원이라면 택시기사도 드러운 소리만 하는’ 외부의 시선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척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입구에만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떤 착취를 견뎌야하는 곳이다. 이룸이 이태원 아웃리치를 3년째 나가면서 개별적으로 상담하는 여성이 있어도 가서도 여성들에게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사장의 눈치와 다른 아가씨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처음 상담이 연결될 때 절대 이태원 와서도 아는 척 하지 말 것을 몇 번이나 당부한다. 그리고 이태원에서 연결된 여성들의 많은 수가 정신과 약을 복용중이다. 그녀들의 일과 이 높은 유병률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부동산을 가진 자와 아닌 자

영화를 보고 나서 참 부적절하게도 ‘역시 한국에서는 집을 사야하나..’라는 생각을 한건 나뿐이었나. 나는 세 여성들의 공통점보다는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삼숙은 ‘웨이츄레스’가 아닌 사장님이고, ‘내가 양갈보가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해도 ‘내가 아니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만 외로울 뿐, 가게를 사두었던 덕에 가난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머지 두 여성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인터뷰의 배경이 되는 그녀들이 살고 있는 집은 각자의 경제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정부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기지촌을 적극적으로 관리·운영한 바 있다. 미군들에게 ‘깨끗한’ 여성들을 제공하기 위해 여성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성병검진을 실시했고 여성들에게는 당신들이 외화벌이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나키언니는 ‘엉덩이 국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또한 그 동안 당신이 이 나라에 외화를 벌어다 준 공로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받는 복지 지원에 대해서도 이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다.

 

다양한 이방인들이 드나드는, 왠지 좀 무섭고 위험한 우범지역이던 이태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그 다양성 때문에 매력적인 곳이 되었고 그 매력은 예술가들, 트렌디한 가게들을 끌어들였다. ‘나키’가 낮게 읊조렸듯 이미 이태원은 땅이 꺼질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그리고 영화 속 젊은 예술가들은 이 동네가 더 유명해지질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는 재개발 안 된다는 소문이 돈다고, 재개발되면 갈데없는 못 사는 사람은 어딜 가냐고 말한다. 하지만 아마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건 그녀의 바람이고 당위일 뿐 개발은 사람의 사정을 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할 뿐이다.

 

청량리도 그랬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헐린다는 소문만 있고 그대로 유지되어 왔지만 어느 순간 정말로 다 헐려지는 때가 왔다. 업주들은 보상금의 액수를 두고 서로 싸우고 등을 돌렸고 여성들은 오늘 당장이라도 나가라면 나가야되는 상황을 하루하루 버텼다. 아마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의 문제일 뿐 갈 곳도 없는데 밀려나야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 외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그 고민의 단초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왜인지 ‘영화’님은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고 했다. 이룸에서 노년 성매매 인터뷰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순자 언니는 인터뷰가 끝나고 ‘그거 들춰보면 쓸만한 게 없을거다’라면서 자신의 인생이 한심하다 하셨다. 언니의 낮은 한탄에 내가 좋은 대답을 찾지 못했던 그 순간이, 나에게 너무나 인상적이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혹시 ‘영화’님도 순자언니와 비슷한 마음은 아니었을까. 이태원에 사는 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참 놀랐던 것이 모자이크가 없을 거라는 점이었다. 참 소중한 이 영화를 탄생하게 해준, 영화에 출연할 용기를 내준 여성 세분께 감사드린다.

불량언니 작업장

2017년 1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2017년 마지막 이태원 아웃리치가 12월 15일에 진행되었어요. 동행해주신 이예지님이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재개발, 뉴타운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유령이 서울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주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딘가로 밀려나서 제 자리를 찾고 있을테고 토건사업이든 자본이든 어디든지 ‘삽질’할 곳을 찾고 있겠죠.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던 용산, 청량리도 재개발 바람이 휙 휩쓸고 지나갔고, 현재도 집결지가 있는 미아리도 ‘서희 스타힐즈’나 ‘동일 하이빌’이 들어선 지 꽤 되었고,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네요. 이태원도 한남동의 일부가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고려하거나, 남아서 싸우거나 하는 선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재개발 하는 곳에 성매매 집결지가 우연치 않게 있었던건지, 아니면 성매매 집결지가 있어서 재개발을 하는건지 헷갈린다고요. 집결지와 기지촌이 적극적으로 기획되기 시작하던, 새마을 운동의 바람을 맞던 그 때와 토건산업과 자본의 이익에 맞물려 뉴타운들이 우르르 지어지는 지금은 무엇이 다를 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삶대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곳에 살 수 있는건가. 또 가끔은 이 모든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것들이 우리를 어느 상황에 배치해놓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삶들을 고르라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항할 지 타협할 지는 네 마음이야, 하고 조롱하는 기분도 듭니다.

 

 

 

 

조금은 더럽지만(?) 저는 “침을 뱉고 그 위에 선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그래요,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통제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깃발을 올린다거나 머리끈을 매는 거창한게 아니어도 좋아요. 그냥 개같이 구는 놈들한테 침을 뱉어요. 마음대로 입어도 좋고 내가 여자여도 좋고 남자여도 좋아요. 혹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아요. 저는 이상하게도 이번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면서 세상에 엿을 먹인다는게 무엇인지 고민해본 것 같습니다. 물품을 전하러 간 업소에서 성구매 남성을 마주쳤고 언니들이 들어오라고 했던 그 찰나, 조금은 규범적이지 않은 모습을 한 언니들을 마주했던 때들, 그리고 성산업 안에서의 트랜스젠더 언니들과 만났을 때. 어떤 누군가는 성 산업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상황은 분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크지는 않지만 계속 침을 뱉읍시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너무 ‘당연하게’ 자리잡은 성구매 현장에 비집고 들어가서 그 위에 섭시다. 침이 더럽다면 호루라기도 좋고 막춤을 추어도 좋아요. 서지 않고 그 위에 앉아도 좋아요. 무엇이든 좋으니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고 약속합시다.

 

 

 

활동이야기

2017년 11월 27일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11월 27일 월요일 밤, 어김없이 자원활동가 강유가람님과 함께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고 왔습니다.

이번 달에는 대구여성인권센터 부설 자활센터 ‘생생이랑’의 참여 여성들이 직접 만든 라벤더 향이 폴폴 풍기는 천연 미스트와 이것이 만들어진 스토리를 별별신문 (이번 별별신문 보러가기 :e-loom.org/?p=2943)에 담아 언니들을 뵙고 돌아왔어요.

지난 달과 달리 연말이 가까워져서인지 월요일임에도 거리는 북적였고 불이 켜진 가게들도 더 눈에 띄었습니다. 항상 저희를 환대해주셨던 언니 가게에 몇 달 전부터 계속 불이 꺼져있어 궁금해 하며 앞을 지나던 차, 언니가 먼저 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올해 들어 불켜진 모습을 보지 못한 한 가게가 영업하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언니는 교회에서 왔냐며 경계하시다 이룸이라고 하니 그 간 이 골목에 선교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이번 달은 추운 날에 고생한다며 유난히 이것저것 챙겨주신 덕에 아웃리치 보따리가 계속계속 두둑해져갔습니다.


가게들 사이로 새로 생긴 현금인출기가 밝게 빛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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