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 당사자 모임 <피아노학원> ‘배움프로그램’ 소식

<피아노학원> 배움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

<불량언니 작업장> 이 올해부터 서울시 ‘사회적응프로그램’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 듣고 계시죠? 이 예산은 2017년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재개발 이후, 2018-2019 2년간 이루어진 청량리 쪽방 여성들의 <불량언니 작업장> 활동을 모델로 하여, 성매매 일을 하고 있는 중장년 여성들의 상황을 반영한 복지 패러다임 만들기를 지향하는 정책적 개입의 일환으로 편성되었습니다. 현재 서울시내 5개 기관에서 해당 예산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예산이 다른 성매매 자활 예산과 구별되는 점은 참여자들이 현재 성매매를 하고 있더라도 참여에 제한이 없다는 점, 탈성매매나 취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반면 중복수급이 안된다는 점, 시간당 참여비가 8,590원으로 낮다는 점, 월세와 인건비 집행에 제약이 있어 상담소 활동가들이 이중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점, 당장 내년에라도 없어질 수 있을 만큼 그 합의에 있어 취약하다는 점 등은 근본적인 한계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우발적인 예산을 사용하여, 올 하반기 9월부터 2018년 만들어져 느슨하게 만나온 이룸의 2-30대 당사자 모임 <피아노학원> 과 연계한 배움프로그램도 시작이 되었습니다. ‘사회적응프로그램’ 이라는 명칭에서 사회가 무엇인지, 적응은 무엇인지, 프로그램은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적 고민을 장기적으로 안고 가되, 젠더화된 빈곤과 성매매 피해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뜻할 서울시 예산을 당장 한푼이라도 더 사용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작은 시공간을 만들자는 소박한 목적을 세웠습니다.

<피아노학원> 배움프로그램에서는 무엇을 하였나

시작은 ‘프로그램’ 의 형태로 구성이 가능하면서 ‘사회적응’ ‘배움’ 의 규범으로 묶일 수 있는 다소 부드러운 내용의, 그러면서도 이룸의 정치에 동의하며 성매매를 비롯한 사회적 배제와 트라우마 경험이 있는 여성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실제적인 강의를 운영해주실 강사 선생님들을 네트워킹 하는 일이었습니다. 참여자 사전 욕구조사와 활동가 회의를 통해 몇가지 프로그램을 추렸고 알음알음 소개소개를 받아 개략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제 진행하면서 당연히 일어날 긴장들을 예상하면서 조율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각자 바쁜 일상을 살면서 하루 짬을 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신체적, 심리적 건강상의 이유나 돈을 버는 일, 당면한 위기나 삶의 우선순위, 지리적 거리의 이유 등으로 아쉽게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일상과 몸 속에서 당일에 참여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수급자라는 이유로 참여비 집행을 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도 있습니다. 사실 아예 상담소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은 더더욱 이 프로그램에 접근성이 제한될 것이고요. 이 공간에 누가 올 수 있고 올 수 없는지를 소상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이 현장을 개괄할 수 있을것 같을 정도입니다. 우선 일주일에 하루, 각자도생 큰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게, 못오면 또 못오는데로 문을 꾸준히 열어둘 수 있게, 또 이룸에서도 실제 운영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작을 했습니다.

현재 이룸 사무실은 상담과 사무공간, 불량언니 작업장 공간 만으로도 꽉 차 있기 때문에, 피아노학원 만을 위한 외부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운 좋게도 지금 이룸 사무실을 얻을때 중개해주신 부동산에서 단기월세임대계약이 가능한 오피스텔을 소개해주셔서 계약과 이사를 마쳤습니다. 작은 컵, 포크, 휴지,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 스피커, 노트북 등을 장만하고 렌탈하여 필요한 집기들을 갖추었습니다.

1주차

첫 시간에는 <마음충전소 결> 유결 선생님이 MBTI formQ 워크샵을 해주셨습니다. 이룸의 오랜 회원이시자 활동가들의 소진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나온 분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섭외를 했습니다. 참여자분들 중에는 오래 내담자로 만나온 분도 계시고 아닌 분도 계셨고, 서로 아는 사이도 있고 아닌 사이도 있었는데, 성격유형 검사라는 도구를 빌려 나를 타인에게 설명하고  타인을 알 수 있는, 나와 타인이 만날때 도드라지는 지점을 내가 이해할수 있는, 그게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차이의 단어들을 빌려 서로를 만나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딱 이 자리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장소나 관계들에 속해있고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무엇에 힘받고 무엇에 스트레스를 받는지가 틈틈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각자의 울타리들이 겹치고 묶이면서 잠시잠깐 그려내는 모양들이 재미 있었습니다.

2주차

두번째 시간에는 역시 <마음충전소 결>의 싸리 선생님이 꽃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인간의 기쁨을 위해 인위적으로 재배된 절화를 다뤄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기도 했지만, 식물 다발들이 뿜어내는 색과 호흡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서로의 표정이 달라지며 감탄을 자아낸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날은 참여자중 한분이 많이 힘들었던 날이어서 프로그램 중간중간 상담하고 조언하는 시간을 가졌고 꽃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불안해진 마음을 밀어붙이거나 사람들을 떠나버리기 보단 같이 있다는 사실을 감각하고 쉬어가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누군가 오기 힘들땐 그를 기다리며 쉬는 시간을 좀 길게 가지기도 하고, 중간중간 나가 오고 계신지 통화를 하기도 하고, 아까와 비교해 몸상태가 어떤지 체크하기도 하는 과정 전체가 모임의 일부인듯 합니다. 식물을 손질하고, 자르고, 이름을 부르고, 원하는 모양으로 배열해 꽂고, 누구에게 선물할 것인지, 어디에 둘것인지를 상상했습니다. 한분은 꽃바구니를 거리에 두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고 한분은 직업이 플로리스트여서 늘 꽃을 선물하기만 하는 친구가 꽃을 받아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수업이 끝나고 실제 그렇게 하셨는데, 친구가 너무 기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셨습니다.

3-5주차

<마음챙김연구소> 주혜명 선생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휘발하고 스며들며 몸을 진단하고 영향을 미치는 아로마 자체의 물질성이 자연스럽게 몸의 경험을 나누게 했고, 수면과 식이, 몸의 불편함, 감정상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에 머물고 끌어올리게 했습니다. 수업은 약국 같기도 했고, 심리상담소 같기도 했고, 때로는 한의원이, 마사지 샵이, 명상처소가, 울수 있고 투덜거릴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해보자, 했던 수업이 참여자분들과 강사선생님의 열의로 본격 이론수업을 병행하게 되었고 한회기를 연장하여 자격증 시험도 보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아로마 수업을 하면서 나눈 몸 경험에서 촉발해서 10월 한달은 몸일지 기록을 해보기도 하였고, 이후 10-12주차에 이어질 <바디이미지수업> 워크샵의 즉흥적인 기획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6-8주차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의 저자이기도 한, 여성주의 예술활동가 이충열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이 몸에 배이신 선생님이 같이 컵을 씻고 달걀을 삶아오시며 본인의 페미니즘 역사와 작업을 들려주시기도 하는 순간들이 편안했습니다. 어린시절에나 손에 쥐어보았던 4B 연필, 붓펜, 파스텔 등을 하얀 스케치북에 마찰시켜, 소리, 기억 등으로 일으킨 몸의 떨림을 시각적 결과물로 옮기는 일이 좋았습니다. 각자가 그려내는 선이 다르고, 택하는 색이 다르고, 지면을 어떻게 채워나가는지가 다름을 확인하는 일도 좋았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해가 짧아져 각자의 역사가 남긴 우울과 고통, 상실, 견뎌냄이 되살아나는 시기, 수업 시작에는 지치고 피곤하다가도 끝날 무렵에는 조금의 따뜻함을 챙겨갈 수 있었다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9주차

프로그램 앞뒤로 틈틈이 진행한 짧은 회의에서 한해의 끝을 앞두고 선물같은 무엇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뒤척이는 밤을 위로해줄만한 무엇을 남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드림캐쳐를 떠올렸고, 역시 활동가 네트워크를 경유해 <버밀라마크라메공방>의 까밀라 선생님을 소개받아 초청했습니다. 드림캐쳐는 거미여신이 떠나며, 돌보던 아이들의 잠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가르쳐준 지식에서 탄생했다고 해요. 인디언 신화, 강제이주의 역사, 공예와 컬러테라피, 만다라의 치유적 효과를 엮어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무, 실, 비즈, 깃털로 만든 드림캐쳐는 언뜻 연꽃같기도, 우주같기도 했어요. 아로마와 드림캐쳐를 한데 모아 푹 잘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습니다.

<피아노학원> 배움프로그램에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우선 올해는 <바디이미지수업> 워크샵, 수지애니어그램, 송년회까지 한 사이클을 종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4주차의 장기전이다보니 주차가 늘어날수록 참여도 줄어들었는데, 송년회에서는 많은 얼굴들이 모일 수 있었으면 한다는 기대도 갖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계속 배움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응프로그램 예산이 사라질수 있고, 불량언니 작업장과 피아노학원을 병행한다는것이 쉬운일이 아닐지라  진행할수 있는 활동가가 없을수 있고, 참여자들의 상황도 변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이 시도들에서 여러가지를 건져올려, 언제 또 반복하며, 정책의 전제들을 변화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적확한 내용으로 연결되고 만날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쉬운 점은 사전욕구조사 내용중에 있었던 ‘당사자 아웃리치 컨텐츠 제작’ 을 하지 못한 점이에요. <피아노학원> 시작때부터 하고싶어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꾸준한 만남과 에너지가 담보되기 어려워 늘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느슨하지만 멈추지 않고 만나며, 언젠가 이룸의 정치 그리고 성매매와 연동하는 배제와 불안의 경험을 해석하고 목소리내는 당사자들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한 순간이 이루어지길 기다립니다.

활동

[불량언니 작업장]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내는 편지

[불량언니 작업장]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내는 편지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과

“여성/빈곤/담론화 사업”을 시작하며

 

2018년 시작한 [불량언니 작업장]3년차를 맞이했습니다.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되면서 이룸과 인연을 맺고 있던 쪽방의 중장년 여성분들과 머리 맞대고 만든 [불량언니 작업장]은 “손뜨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여성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지요. 이룸은 다른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 및 재개발 과정에서 집결지에서의 삶이 타의적으로 뿌리 뽑힌 여성들이 겪는 깊은 우울감을 전해 듣곤 했습니다. 청량리 여성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성매매 집결지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었기에 그 공간에서의 폭력과 착취 경험은 집결지 내부로만 고인 채 바깥으로 발화되지 못했고 폭력, 착취가 자신의 생활터전이자 일터의 기본 전제였던 여성들의 삶은 우울과 상실, 배제감을 배태한 삶이기도 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의 재개발은 개개인의 몸과 마음에 축적되고 있던 상흔이 폭발하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 말고는 갈 곳이 없다.’는 일종의 절망을 붙들고 버티던 여성들에게 여성의 목소리와 삶을 외면한 재개발 과정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직면하도록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량리 집결지가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개발되면서 그 공간에서 만나온 여성들과 또 어떤 경로를 만들어나갈지를 고민하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다른 성매매 산업의 공간으로 이주한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아닌, 이미 삶의 터전이 청량리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개개인의 네트워크와 자원이 성매매 집결지의 운영체제에 맞춰 제한된 중장년 여성들과 보다 자주, 깊이 만나게 되었지요.

 

[불량언니 작업장]은 어떻게든 같이 만나자, 그래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혼자 지금을 버티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성매매’로 제한되고 격리되었던 일상의 가능성을 확장해보자 는 기치를 토대로 운영되어왔습니다. 한 해 동안 되는대로 물품을 만들어보고, 물품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고, 물품을 판매하면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겪었습니다. 같이 배우고 만든 물품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했습니다만,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빠른 속도와 경쟁체제에서 그 가치는 ‘현물화’되기 어려웠습니다. 생활에 충분한 수익을 얻기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룸은 사업장인가?”라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수익을 얻기 위해 홍보를 하고 판매를 할 전문성을 이룸의 활동에서 우선순위에 둘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과 근대적 노동방식을 개개인의 몸에 훈육하는 방식이 [불량언니 작업장]과 이룸이 지향하는 가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2019년을 계획하면서 언니들과 이루머들은 [불량언니 작업장]을 생활비를 벌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국가지원을 받지 않고 [불량언니 작업장]을 운영하려 했던 이유도 동일합니다. 한국의 사회복지체계는 선별사회복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조건과 환경에 맞게 신체를 훈육하지 않으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할 만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소위 ‘부양가족’이 있다면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삶을 ‘가족’의 책임으로만 전가합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제공하면서 그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노동 수익이 발생하면 ‘중복수급’이라는 이름으로 수급비를 깎습니다. 현재 성매매피해지원체계 역시 이와 동일한 한계를 지닌 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불량언니 작업장]의 언니들은 필요와 욕구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자원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은 조건에 맞춘 지원을 최소화하고 각자의 속도와 삶의 양태에 맞춰 서로의 자원을 분배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는 쉽지 않았기에 매 순간 ‘돈’과 ‘가치’의 영역에서 흔들리고 갈등했습니다.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탄생

2019년 2월, 서울시 성매매 집결지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토건자본의 돈벌이를 이유로 재개발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고 이룸 역시 논의에 함께 했습니다. 이미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졌지만 다른 집결지의 문제와 성매매 산업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기에, 그리고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의 재개발 과정에서 목도한 문제들이 다시 또 반복될 염려 속에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지자체 조례가 아닌 형태로 집결지 여성들의 이주와 삶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와 현장단체들은 어떻게든 여성을 지원할 방식, 여성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쟁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이룸은 개별 현장 단체가 자신들의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또 다른 작업장을 만드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이룸은 서울시에 성매매 집결지의 중장년 여성들의 상황을 도시의 노년 여성 빈곤 문제와 연결된 현실로 접근해야 함을 제안했고 장기적으로 노년 여성 빈곤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활로를 모색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룸의 제안은 서울시의 수세적인 반응에 힘을 잃었습니다. 또한 당장 확보 가능한 자원이라도 활용하여 현장의 여성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현장단체의 판단이 우세하였고 이룸 역시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로 다른 수익이 발생할 경우 수급자격이 위태로운 여성들 역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울시의 태도가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믿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 언니들의 절반이 수급자였기에, 다른 현장의 중장년 여성들 역시 대부분 수급자이기에 ‘중복수급’과 상관없이 지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고 놓을 수 없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원칙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없이 [불량언니 작업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은 계속 있었습니다. 2018년과 19년 [불량언니 작업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시 성평등기금’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수의 프로젝트에 공모했지만 한정된 인원과 함께 하는 [불량언니 작업장]의 의미를 오롯이 인정하고 지원해준 곳은 ‘서울시 성평등기금’이 유일했습니다. 3년 연속 지원을 받을 시 공모자격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2020년이 지나면 어떻게 [불량언니 작업장]을 운영할 것인지, [불량언니 작업장]의 재정적인 독립이 가능할지에 대한 답은 없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다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이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새로운 모험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서울시와의 논의 끝에 서울시는 2개소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룸은 위에서 언급한 가능성,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에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안이 없다면 해당 사업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국가지원체계 안에서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를 운영하면서, 3년간 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제도화된 사업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온 경험에서 비롯한 높은 경계심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룸이 못 받더라도, 다른 단체에서 기초생활수급 여부와 상관없이 중장년 여성들과 만날 수 있다면 의미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0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서울시는 서울의 5개 상담소 모두에게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 운영비를 2020년 1년동안 한시적으로 배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기초생활수급자의 중복 수급을 해결할 수 없다며 말을 바꿉니다. 사각지대 여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서울시에서 생각한 ‘사각지대’는 어디였을까요?

 

1월, 이룸은 여러 날 동안의 논의 끝에 [불량언니 작업장]을 함께 하며 지키고 알리고자 했던 문제의식이 모두 탈각된 서울시의 한시적인 사업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참여시간에 따른 참여비의 지급, 참여비 지급으로 인해 수급자의 경우 수급비와 수급자의 위치가 위태로워지는 현실은 기존 자활지원센터의 답습일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빈곤은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낙인, 차별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문제이기에 [불량언니 작업장]은 물품을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모든 시공간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격리된 성매매집결지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관계를 맺고 확장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으로는 [불량언니 작업장]이 지키고자 했던 공동체성, 빈곤에 대한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정책마련 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과 서울시 사업, 그리고 노년/여성/빈곤 담론화 사업을 결의하며

 

‘서울시 사업을 받지 않은 결과 [불량언니 작업장]이 와해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을까?’ 다시 이룸 내부에서 질문이 제기되었고 논의는 재개되었습니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은 다소 특수한 상황에 있습니다. 보통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는 하나의 지역에 한 개소가 위치합니다만 상담소 이룸이 위치한 동대문구에는 2015년 새로운 상담소가 개소했습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이 상담소와 상담소 이룸은 상담사례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타 상담소를 “교회”로 인식하고 있고 타 상담소 역시 교회와 상담소 정체성의 분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동대문구의 타 상담소는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 함께 하지 않았지만 상담소가 5개소이니 5개소에게 동일한 지원금을 배분해야 한다는 기계적인 발상으로 동일한 지역에 있는 타 상담소 역시 서울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이 서울시의 사업을 받지 않고, 동일한 지역의 타 상담소는 서울시의 사업을 받게 될 경우 수급자가 아닌 여성들은 타 상담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보다 안정적인 참여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의 물품 판매수익은 아주 적지는 않으나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합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나 판매수익의 변동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매달 일정한 참여비를 받을 수 있는 서울시 사업은 수급자가 아닌 여성들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사업을 받지 않을 경우 [불량언니 작업장] 언니들 중 수급자가 아닌 여성들은 동일한 지역의 타 상담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불량언니 작업장]의 공동체성은 와해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맺어온 관계성과 의미가 이렇게 사라져도 괜찮을지, 결과적으로는 이룸이 서울시 사업에 적용하고자 했던 원칙이 훼손되었지만 서울시 사업을 같이 만들어 온 주체이면서 제도 안에서 한계에 맞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업을 받지 않고 손을 떼는 길이 최선인지 최선, 차선, 차악을 고려하는 논의를 지속했습니다.

 

재개된 논의 끝에 이룸은 [불량언니 작업장]과 서울시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서울시 사업은 여성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하지만 [불량언니 작업장]은 기존의 운영방식대로 수급여부와 상관없이 운영됩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의 기존 멤버가 아닌 새로운 여성들은 서울시 사업에 참여하고 그 범위는 이룸 활동가들의 소진을 최소화하는 안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불량언니 작업장] 운영과 함께 노년/빈곤/여성 담론화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삼을 것입니다. [불량언니 작업장]은 하나의 의미있는 시도이지만 다수의 [불량언니 작업장]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중장년 성매매여성이 경험하는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빈곤 문제를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에 이룸은 서울시에 요구했던 도시의 노년 여성 빈곤에 대한 분석과 이에 기반한 정책 마련 및 개입방안을 장기적으로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그 과정이 ‘제도화를 버틸 힘’, 그리고 ‘제도화에 맞서 새로운 가능성을 설계할 힘’을 이룸 내부에서 만들어보는 과정이기도 하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정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룸은 제도화된 정책과 지원정책 바깥의 영역 사이에서 그 길항을 견뎌내며 이룸의 길을 찾기로 결정했습니다만 그 결과가 어떨지 알지 못합니다. 이룸을 포함한 사회 공동체가 한시적인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넘어 여성을 착취함으로써 이윤을 착복하고 여성 빈곤을 공고히 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해체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가치를 붙들고 갈 뿐입니다. 2020년 외부로 보이는 [불량언니 작업장]의 활동은 18,19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고민들- ”앞으로 [불량언니 작업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젠더화된 빈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동시에 복합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현장의 새로운 시도가 제도화된 정책에 포획될 때 기존의 독창성과 문제의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 본격화된 시기인 만큼 여러 고비, 질문들을 마주할 것 같습니다. 성실하고 근기(根氣) 있게 긴장, 질문, 고민, 의심, 갈등과 직면하기로 한 이룸과 [불량언니작업장]의 선택에 함께 해주시기를 청하며 긴 편지를 마칩니다.

 

 

 

 

 

 

 

공지사항

매 달 1만원의 후원으로 당신이 만들 수 있는 이룸① “불량언니 작업장”

이룸 후원은 노년 성판매(경험)여성의 새로운 공동체를 응원하는 적극적인 실천입니다.

매 달 1만원의 후원으로

당신이 만들 수 있는 이룸①

“불량언니 작업장”

 

당신의 후원금 1만원이 만드는 불량언니 작업장의 가능성①

작업장 공간 마련

_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을 오르내리던 불량언니들의 무릎을 지킨다!

– 좌식 아닌 입식으로도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창출

– 불량언니 스스로 재료‧재고 관리 할 수 있는 여유 공간 마련

을 위한 월세울타리가 되고,

 

당신의 후원금 1만원이 만드는 불량언니 작업장의 가능성②

작업장 전담 인력 충원

– 매 달 1백건이 넘는 상담지원, 현장방문활동, 성산업현장연구와 작업장 활동을 병행하려면

+1명의 활동가가 필요합니다.

– 물품 재료 구입, 교육 준비, 교육관리, 물품 홍보 및 판매, 재고 관리, 불량언니들과의 소통을 전문적으로 맡아 줄 월급울타리가 되고,

 

당신의 후원금 1만원이 만드는 불량언니 작업장의 가능성③

연대의 망 확장

– 불량언니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든든한 연대의 울타리가 된다!

 

노년 성판매(경험)여성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박살내고 성매매 집결지를 공공의 문제로 사유하는 당신의 첫 번째 실천,

이룸의 울타리가 되어주세요!

이룸정기후원 e-loom.org/cms

이룸일시후원 국민은행

093401-04-246052

예금주: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활동

이룸의 후원자를 모십니다! 증액하고, 회원도 되고, 선물도 받고!

기존 이룸 후원자♥분들께

  1. 증액하기 더 없이 좋은 날입니다. 증액신청은 e-loom.org/cms2019/
  2. 친구 손, 식구 손 잡고 이룸 소개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회원가입은 e-loom.org/cms/
  3. 일시후원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시후원은 국민은행 093401-04-246052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아직 이룸 회원이 아닌 분들께 ♡

2019년이야말로 이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실 때입니다.

회원가입은 e-loom.org/cms/

이룸 후원자 모집을 위한 전 상서 前 上書

-이룸, 이사 가야 합니다 여러분!

 

이룸 이사 가게 해주십시오. 불량언니 작업장 지속하게 도와주십시오!

 

이룸은 진짜로 용두동 5층, 보증금 600만원, 월세 55만원 사무실을 떠나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사무실에 올라오느라 불량언니들 무릎이 다 나가고

수십키로의 레몬과 설탕을 올리고 내릴 때면 이루머, 퇴사하고 싶습니다.

계속 다닐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불량언니 작업장 지속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안정적인 작업장 운영을 위해 30평대 사무실로 이동하려면

한 달에 100만원이 더 필요합니다.

현재 186명의 회원분 더하기 130명의 새로운 이룸 회원이 절실합니다!

 

잔인한 월세.

여러분, 텅 빈 사무실에 월세 150만원이 보통인 서울 부동산 시세 믿어지십니까?

서울에서 상담소를 운영한다는 것은……(눈물)

그렇다고 힘들게 모인 불량언니 작업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이룸 후원자♥분들께

  1. 증액하기 더 없이 좋은 날입니다. 증액신청은 e-loom.org/cms2019/
  2. 친구 손, 식구 손 잡고 이룸 소개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회원가입은 e-loom.org/cms/
  3. 일시후원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시후원은 국민은행 093401-04-246052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아직 이룸 회원이 아닌 분들께 ♡

2019년이야말로 이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실 때입니다.

회원가입은 e-loom.org/cms/

지금 당장 이룸 이사 가게 힘내주십시오!

#세입자권리보장하라!

#서울부동산가격문제있다!

문의) 02-953-6280/eloom2003@naver.com

공지사항

불량언니작업장의 첫번째 텀블벅 도전!

 

불량언니작업장의 첫번째 텀블벅 도전

 

작업장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것 저것 오만가지를 고민해보던 이루머들은, ‘온라인 세계로 나아가보자!!!’고 결심했어요. 첫번째 기획이었던 ‘이달의 레몬청’ 8월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두번째 기획은 바로 이룸 안에서 해보자, 해보자 벼렀던 텀블벅입니다. 불량언니들은 이룸이 텀블벅도 하게 하네요. 이루머들과 불량언니들의 좌충우돌 첫번째 텀블벅에 많은 후원과 주변 홍보 부탁드립니다!!

 불량언니작업장 x 이룸이 텀블벅에?! 
불량언니들의 첫 여름, 손뜨개 텀블러 파우치를 소개합니다!!!
“여름 한정판 불량언니들의 패키지를 만나보세요!”

 손뜨개 텀블러 파우치

불량언니들이 한땀한땀 직접 뜬 텀블러 파우치 입니다. 알록달록 너무 예쁘죠?

“여름 한정 마지막 수량! 불량언니들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텀블러 파우치로 텀블러의 예쁨·활용도·의미를 한번에 업그레이드 시켜보세요”

 수제비누

불량언니들이 좌충우돌 만들어낸 수제비누 입니다. 
천연화장품 전문 선생님의 지도 아래 화학성분 없이 피부에 좋은 재료만 썼습니다.

앞서 후원해주신 분들의 뜨거운 반응!
“향기가 좋고, 거품이 끝까지 잘 나요!” (영화 찍느라 자외선에 지치는 페미니스트 레나 님) 
“세수할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 이건 내 생애 최고의 비누에요…(울먹)” (취업 성공이 코앞인 페미니스트 김예나 님)

 손뜨개 수세미

불량언니들이 한땀한땀 직접 뜬 손뜨개 수세미입니다.
불량언니 작업장 시작부터 함께 한 소중한 아이템입니다.
제작자별 개성을 살린 대표 아이템 2개씩을 선정, 세트로 구성하였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페미니스트 정체성과 함께! 
주변인 -아빠, 오빠, 애인, 친구, 친척 등- 에게 가사노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 성구매에 반대할 것을 권하는 의미로 선물하기에도 좋습니다 

텀블벅 좌표 : https://www.tumblbug.com/badsis001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