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녀에게 6천만원 털린 30대
[연합뉴스 2004-04-13 11:15:00]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30대 회사원이 사창가에서 직불카드로 화대를 계산하려다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6천만원을 몽땅 털렸다.
김모(33.회사원.인천)씨는 친구의 결혼식 전날인 지난 달 19일 밤 11시께 함진아비를 한 뒤 만취상태에서 전북 전주의 대표적 윤락가인 속칭 선미촌을 찾았다.
지금껏 신용카드 1장 없이 알뜰살뜰 6천만원을 저축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이날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화대를 낼 테니 6만원을 찾아오라'며 자신의 직불카드를 선뜻 윤락녀 임모(29.광주시 남구 백화동)씨에 준 것이 화근이었다.
임씨는 인근 은행 365코너에서 6만원을 찾아와 화대로 업주에게 주고는 김씨의 직불카드는 돌려 주지 않았다.
만취한 김씨는 계산이 끝나자 직불카드를 돌려 받는 것도 잊은 채 전주 고향집으로 가 잠을 자고 그 다음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뒤 인천으로 떠났다.
한편 직불카드를 손에 쥔 임씨는 이튿날 오후부터 김씨의 직불카드로 돈을 빼내 여동생과 자신의 빚(3천500만원)을 갚고 한 벌에 100만원이나 하는 옷을 사입었다.
이렇게 임씨는 훔친 카드로 10여일간 수십회에 걸쳐 6천만원을 인출하는 등 잔고가 바닥날때까지 마음껏 쓴 뒤 고향인 광주로 잠적했다.
그러자 동료 윤락녀들은 "임씨가 손님의 카드를 훔쳐 돈을 펑펑 쓰고 다니다 도망간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고, 결국 이를 의심한 경찰에 임씨의 범죄는 들통이 났다.
경찰은 "13일 임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피해자인 김씨를 불렀으나 김씨는 "여태껏 직불카드를 잃어버린 것도 몰랐다"고 진술했다"면서 "카드 분실 이후 20여일 동안 현금이 필요했을 텐데 통 돈을 쓰지 않는 등 평소 친구들로부터 `짠돌이'라는 평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전주중부경찰서를 달려온 김씨는 잔고 한 푼 없는 직불카드를 보며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 순간의 실수를 자책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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