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우는 외국인 성매매 여성(2004-05-23)

[한겨레] 손배소 승소에도 업주 “돈없다”배상금 한푼 못받아
유흥업소에 팔려와 성매매를 강요당한 필리핀 여성들이 업주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업주들이 “재산이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1년이 되도록 배상금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은 필리핀 여성들을 데려와 성매매를 강요한 유흥업소 업주 박아무개(29)씨 형제에게 “피해여성 11명에게 400만~600만원씩 모두 6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소송은 필리핀 정부가 한해 전인 2002년 자국 여성들의 피해사례를 알게 된 뒤 소송을 주도했으며, 또 “외국인 전용클럽에서 무용수로 일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예술흥행(E-6) 비자로 입국한 뒤 성매매까지 강요당한 외국여성들의 피해사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시 피해여성들은 인권침해 사실을 폭로한 직후인 2002년 윤락행위방지법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모두 강제추방됐고, 박씨 형제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박씨 형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그뒤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여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원고 쪽은 지난 3월 법원에 이들의 재산목록 제출을 요구하는 재산명시신청을 했으나, 이는 재산을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 형사처벌을 묻기 위한 것이 목적이어서, 이들의 배상금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여성들의 소송을 대리한 이상희 변호사는 “박씨 형제처럼 불법적인 성매매업을 하고 있는 업주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빼돌려놓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은 업주들을 엄하게 처벌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피해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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