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손배소송 기각을 규탄하며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손배소송 기각을 규탄하며
글. 여랑(yoiting@hanmail.net) / 언니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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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1월 29일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4명의 성매매피해여성이 희생당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이들 여성들은 업주에 의해 인신매매되어 업소에서 감금된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해 오다 이날 발생한 화재로서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는 2000년 군산시 대명동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한지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후에 발생한 사건이라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2002년 4월 22일 서울지방법원에 국가, 전라북도, 군산시,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한지 2년여가 흐른 지난 5월 14일, 재판부(민사제17합의부)는 이 소송을 기각했다. 국가와 전라북도, 군산시는 화재로 인한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국가가 성매매를 묵인, 방조하면서 오히려 직무유기, 공권력 집행을 해오지 않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진다.

또한 이 판결은, 지난 2000년도 발생한 대명동 화재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전라북도의 책임을 인정하여 배상판결을 내린 유사 사건의 판례와도 어긋난다. 이미 대명동사건 소송을 다룬 재판부는, 화재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해당 지방자체단체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형식적인 소방, 단속 업무를 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 그 곳이 성매매 업소임 군산시민이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것, 업소에서 50m 가까이에 파출소가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 경찰이 업주와 유착되어 외물을 받고 단속정보를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는 것.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여성들이 사망한 것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판결은 “일반 평균인”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성매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국가는 성매매 근절의 의지를 확고하게 가지고, 새롭게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찰관들의 업주와의 유착, 뇌물상납, 성상납 및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성매매 없는 세상을 만들기 어렵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기까지에는 ‘죽어야 사는 여성들’1)이 있었다. 개복동 화재참사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며, 죽어서도 살지 못하는 여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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