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직업은 모두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인류 역사상 계속 있어온 살인, 사기, 강간..이 모든 것들 역시 직업으로 인정을 해야 할 것이겠네요. 우리가 "노동", 이니 "직업"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는 사회 문화적으로 인정받는 무언의 약속이 내재되어 있지 않은지 한 번 여쭈어 보고 싶네요.
상수도도 있고 하수도도 있는게 인간 사회라고 주장하신다면, 저는 누군가의 욕구 해소를 위해 어떤 누군가의 인격을 폭력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같은 사람들의 개념을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데스크 시각>
매춘업자들의 반란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가운데 하나가 매매춘(賣買春)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 점토판에 따르면 바빌론에서 가장 위대한 여신으로 숭상되는 이쉬타르 여신은 자신을 ‘인정많은 매춘부’라고 말하고 있다.
원시공산주의 사회인 모계사회에서 다산(多産)은 가장 중요한 생산력이었다. 여자가 보다 많은 남자와 관계해 많은 아이를 생산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매춘이 존재할 공간은 없다.
그러나 수렵·채집의 모계사회는 BC 3000년 농경·목축의 신석기 혁명의 결과 가부장 사회로 진입했다. 수렵보다 채집이 안정된 생산을 보장했던 원시공동체 사회에서 생리적으로 채집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모계사회는 당연했다. 그러나 물리적 힘이 요구되는 농경·목축사회에서는 남성들이 헤게모니를 잡게 됐다. 이 때 모계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이었던 신전의 여사제들이 권력에서 축출되고 원시적인 성적 의례만 남게 돼 최초의 본격적인 매춘부가 됐다.
BC 2000년 어름까지 신화시대의 매춘부는 성스러운 존재이며 그의 작업은 문명화였다. 하지만 사유재산, 가부장적 구조에 의한 상속이 아내와 매춘부의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부터 매춘부는 더 이상 법률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법률과 행정력도 성적 자유를 통해 경제적 이익까지 챙기는 매매춘을 뿌리뽑지 못했다.
이에따라 고대 그리스 정치개혁가 솔론은 매매춘을 영리 목적에 이용, 처음으로 공창제를 도입하고 그 수익으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도 했다. 공창은 이후 법률적으로 정당성을 얻지는 못하지만 전세계 각 도시에서 공공연한 비밀인 사창가로 변형, 운영되다가 최근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세금을 내는 등 정상적인 직업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의 매춘을 현재와 같이 복잡미묘하게 구조화시킨 결정적 단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투와 해방 후 미국 군정이다. 그리고 경제개발에 따른 급속한 도시화와 세계화, 정보화가 이를 가속화했다. 물론 조선조 이전에 매춘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조선조 말기에 이르러 한국사회에는 기생 이외에도 이른바 ‘갈보(蝎甫)’ ‘들병이’ ‘막창’이라고 불려진 매춘부들이 점차 증가,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정부가 반만년도 훨씬 넘는 역사를 지닌 매매춘을 2007년부터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속칭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등 전국의 사창가 대표들이 모여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불가피한 필요악으로서 매매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위헌심판 등 법률 싸움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것 같아 애처롭기조차 하다.
한국같이 술에 대해 너그러운 문화에서 매매춘은 사창가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나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매매춘은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다. 아침에 출근하려 주차장에 가면 차에 거의 벌거벗은 예쁜 소녀들이 미소 지으며,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카드들이 꽂혀 있고, 휴대전화로 ‘오빠’를 찾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형식(?)의 매매춘이 가능한 현실에서 사창가만 없앤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닐까도 의문스럽다.
풍선은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터지고 만다. 몇년전 천호동 윤락가를 강력 단속했더니, 이들은 경기도 파주에서 헤쳐 모였고 나머지는 주택가로 스며든 것이 좋은 예다. 상수도도 있고 하수도도 있는 것이 인간 사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최소한의 탈출구를 열어 두는 것도 하나의 지혜일지 모르겠다. 사창가를 없애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매매춘이 자리잡을 수 없는 사회전체의 정신적 건강성 증진이다.
김승현 전국부장 hyeon@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