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마담언니' 성매매 방지 전도사로 -한겨레 2004-06-01

전직 ‘마담언니’ 성매매 방지 전도사로

최인현씨, 유흥업소 8년 수렁탈출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방지 전도사 활동

“성매매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이에요. 나이 어린 여성들이 실수로 내가 걸었던 길로 빠지지 않도록 성매매 방지 전도사로 일하고 싶어요.”

이 달부터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 여성지원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 최인현(32·사진)씨는 얼마전까지만해도 대구지역의 고급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수성구 들안길에 있는 한 룸살롱 마담이었다.

아버지가 병으로 숨진 뒤 치료비를 갚기 위해 지난 1995년 대구 수성구의 한 단란주점에 몸담은 지 9년, 남은 것은 8400여만원의 빚과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뿐이었다.

98년부터 마담 일을 시작하며 오히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방값, 옷값 등으로 쓰이는 선불금을 갚기 위해서 연 50∼100%하는 고리대를 써야 했고, 빚에 못이긴 ‘아가씨’들이 달아나거나 못받은 외상 술값, 규정 이상으로 할인한 술값, 카드 수수료까지 마담의 몫이었다. 업소를 옮겨 받은 선불금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 속에 빚이 커질수록 근무조건은 나빠졌고, 업주의 폭행과 학대도 심해졌다.

빚을 갚기 위해 후배 아가씨들은 ‘2차’를 하루에 몇번씩 나가기도 하고, 실적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 안마시술소 등으로 팔아버리겠다는 위협 속에 살아야 했다.

몸이 불편해 결근했다는 이유로 업주에게 심한 폭행까지 당하자 최씨는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야 하는 지겨운 악순환을 끊기로 결심했다. 비슷한 처지의 후배 7명과 동료마담 2명을 설득해 대구여성회 성매매여성 인권지원센터를 찾아가 상담했고, 지난달 28일 대구경찰청에 업주를 폭행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조만간 동료·후배 9명과 함께 집단으로 들안길 일대의 성매매 여성 실태에 대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비싼 옷을 입고 우아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 아가씨들은 대부분 빚에 코가 꿰어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런 여성들의 현실을 알면서도 성노리개로 삼을 수 있을까요.”

성매매여성 인권센터 상담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최씨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업주들을 신고해봤자 처벌이 너무 약해 벌금 몇 푼내고 비싼 변호사 사서 금세 빠져나오는 현실이다.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06/005000000200406011840719.html

온라인상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