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한겨레에 인터뷰 실렸어여-“남자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구? 증거를 대봐!”

△ 박달래씨(왼쪽)와 유수진씨. 사진 김미영 기자

- 성매매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룸(e-loom)' 사람들

'이룸(e-loom)' 속에는 '성매매없는 세상을 이루겠다'는 여섯명 활동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성매매는 단순히 돈으로 여자의 성기를 사고 파는 '물물교환'의 개념으로 보면 안되요. 그 안에는 '취향에 맞는 여자를 돈으로 산다'는 개념이 있거든요.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명백한 범죄죠. '성매매가 범죄라구? 성을 파는 사람이 있으니까, 구매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조건 남자만 나쁘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겠죠. 이것은 우리나라 접대문화가 만들어낸 편견이예요.”

이들의 성매매에 대한 생각은 단호하다. 단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김형오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단란주점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한나라당이 '티켓다방 근절'에 나서겠다고 했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돼 '성을 팔고사는 행위'가 '범죄'가 됐지만, '술자리에 가면 여자들의 접대를 받아야 한다'는 남자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살인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것은 당연히 범죄라고 모든 사람들이 알잖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가 범죄인지는 몰라요. 그것을 알려내고 싶어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그런 문화를 없애는 일 말이예요.”

성매매상담소가 여러개 있지만, 이들이 새롭게 '이룸'을 만든 이유다. 단순히 피해여성 구제와 상담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의식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담과 피해여성 구제 일 외에 매주 금요일마다 대학교를 돌며 '성매매방지법'을 홍보하고 있어요. 장차 성 구매자 혹은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대학생이니까요.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지만, 한 사람이라도 저희가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10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이룸' 사무실에서 유수진(32.여유)씨와 박달래(25.아나)씨를 만났다.

'전쟁없는 세상', '대항지구화행동'과 함께 쓰는 사무실은 2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이었다.

이 안에서 이들의 꿈은 영글고 있었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남성 중심의 성문화'를 실랄히 비판했다.

그 핵심은 “누구나 성욕은 있고, 굳이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풀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남자는 성욕이 있고, 여자는 성욕이 없다?”

“남자들은 그러죠. 여자와 달리 남자는 성욕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풀어야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간다구. 군대 가기전 한 번은 거쳐야 하고, 회식자리에서는 반드시 단란주점을 거쳐 2차를 나가야 한다고. 그럼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증거를 대라구요. 그럼 아무말 못하더라구요. 왜 남자만 성욕이 있고, 여자는 없다는 것인지….”(여유)

이들은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성욕을 느낀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인이 없어도 혼자서 성욕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아나)

이들은 성매매 문화도 사회가 변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타깃 역시 '구매자'와 '문화'다.

물론 '마초'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여성도 포함된다.

“성매매 여성이 있기 때문에, 성폭력이 줄어들고, 내가 상대적으로 순결하다고 느끼는 여성들도 있더라구요. 성매매가 범죄가 됐다고 하지만 살인자나 강도가 있는 것처럼 성매매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이들이 뜻을 합친 것은 올 2월부터.

성매매근철 '한소리회'에 몸담았던 이들은 작년 12월 말 이곳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상근자 1명을 해고한데 대해 '철회'를 요구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이들은 성매매방지 활동은 '한소리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 3월15일 정식으로 '이룸'을 꾸렸다. 가진 돈도 없었고, 전문지식도 부족했다. 개인 돈을 털어야 했다.

“2월부터 3월까지 한달의 준비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덕분에 80명의 회원을 모았고, 홈페이지도 아는 분이 만들어줬죠. 지금은 사무실 운영비 정도는 나오지만 상근자 활동비는 제외하고 피해여성 상담비가 턱없이 부족해요.”

'이룸'이 알려지고, 상담사례가 늘면서 그들의 고민이 한가지 더 늘었다. 현재 피해여성 3명을 상담하고 있는데 업주, 경찰서, 검찰, 민사재판, 형사재판 등 그물처럼 얽혀 있어 소송비, 변호사비, 교통비 등 들어가는 돈이 꽤 된다.

여태까지 상담실도 마련하지 못해 다음달 초 상담실이 있는 사무실로 옮길 예정인데, 월세가 이곳에 비해 4배 이상 든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기쁘다.

“힘들 때마다 '죽을 때까지 하자, 전투적으로 해보자'고 서로를 격려하죠. 피해여성이 상담을 받은 후 사회에 나가 활기차게 사는 모습으 보면 보람을 느끼구요. '우리가 해야할 일이 이것이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죠.”

'성매매 여성은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월수 300 보장' 이런 문구를 보면 누구나 유혹을 느끼죠. 저 역시 그랬는걸요. 카드빚 때문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겠지만,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것을 두고 여성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 안되죠. 여성의 복지수준만 잘 되어 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이런 여성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고 싸우는 것처럼 무의미한 것이니까요. 가장 큰 문제는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죠.”(여유)

그들은 이것이 예전의 노비문서나 다를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사회가 여성을 사각지대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성매매방지법.

“'성매매방지법'만으로도 성매매 범죄를 막을 수 있지만 손 볼 부분이 많아요. 우선 증거주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피해여성이 증거를 대지 못하면, 업주나 구매자를 처벌할 수 없어요. 성매매를 했다는 점 때문에 피해여성 역시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구요. 피해여성이 신고한 것 자체로도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인데, 범죄자가 된다고 하면 누가 신고를 하겠어요?”

하지만 그들은 성매매방지법만으로 구매자를 처벌할수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이 실효성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강화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은 티켓다방을 음식료업에 포함시켜 청소년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점 등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피해여성 대부분은 청소년때 티켓다방을 거쳐 성인이 되면 단란주점이나 매매춘단지로 빚을 안고 팔려가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성매매방지법 뿐 아니라 관련 법률도 새롭게 정비되어야 합니다.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는 것, 그 사이 성산업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니까요.”

이들의 표정에서는 ’희망’이 넘쳐났다. 여성의 억압당하는 현실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기만족 외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저희는 섹스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예요. 그것을 굳이 사면서까지 해야 하는냐? 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죠. 그 안에서 고통받는 여성, 착취당하는 여성을 구제하고 궁극적으로 여성복지가 나아질 수 있도록 추동하는 세력임을 자부하니까요."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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