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근절 “우리 손으로”...우먼 타임스

성매매 근절 “우리 손으로”
2004.6.22

여성단체·피해생존자‘전국연대’발족

성매매 해결을 위해 여성단체 활동가, 성매매 피해 생존자가 함께 뭉쳤다. 지난 9일 성매매 여성지원단체에서 활동해온 여성단체 활동가, 성매매 피해생존자들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공동대표 정미례·김현선)’를 발족하고 피해자 보호, 법 집행 감시, 국민의식 변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전국연대에는 새움터, 자립지지공동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시민모임, 광주전남여연 부설 성매매피해여성쉼터한올지기, 전북여연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민회 부설 성매매피해여성쉼터불턱 등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 등 그동안 각 지역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을 구조 지원해온 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전국연대의 발족으로 성매매 근절을 위한 범여성 연대가 구축됐다. 전국연대에는 여성단체 활동가는 물론 생존자들과 성매매 현장 생존자 출신 활동가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쉼터,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가 결성되어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여성주의적 입장을 가진 여성단체들과 생존자들이 연대단체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연대는 오는 9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성매매방지법이 성매매피해여성을 여전히 범죄자의 범주에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최근 잇달아 터지는 국가 공권력의 비리를 철저히 감시하고 정부정책과 사회인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정미례 공동대표는 “단체가 지역에 흩어져 있고 회원 성향이 다양해 욕심은 내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피해자 지원과 보호에 주력하고 인신매매와 성매매 근절을 위한 국제연대 사업 등의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피해여성, 당당한 사회구성원 돼길”

활동가 나선 성매매피해 생존자

지난 6월 초부터 성매매 피해생존자 4명이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 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 성매매 피해여성 자립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매매 현장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탈성매매 피해생존자 중 상당수가 서울과 지역에서 현장활동가나 성매매피해여성지원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10여년 이상 한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피해여성들과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아픔에 같이 울고 그들이 감추려는 이야기도 끌어낼 수 있어 현장에서 큰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피해자’였던 기억은 활동가로서의 삶을 위축시키기도 한다.
성매매 피해생존자으로 현장 활동가였던 김지은(사진)씨는 최근 성매매피해여성지원단체 일을 그만두었다.
“경찰 조사에 상담원 자격으로 갔는데 피해자를 업주와 대질을 시킬 땐 내가 피해자가 된 듯 무서웠다”고 말한다.
때로는 자신의 과거를 아는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도 ‘피해의식’ 때문에 주눅이 들곤 했다.
“피해자는 끝까지 피해자로 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를 배려해 해주는 말도 부담스러웠고 소외당할까봐 단체 내에서도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주저하곤 했어요.”
그러나 그는 이제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피해자임을 감추지 않는다.
“탈성매매 자체가 현장활동이에요. 과거를 밝혀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피해 여성 스스로가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10년 간 성매매 업소에 묶여 있다 서른일곱 살에 업소를 탈출했을 때, 김지은씨는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과 다른 여성을 돕는 일로 이력서의 빈칸을 채워 나가고 있다.
*생존자 :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피해자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으며 과거의 삶을 딛고 새 삶을 찾았다는 뜻에서 이들을 ‘생존자’로 부른다.
송옥진 기자 soj@iwoman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