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과 볼펜 한 자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성매매 여성과 볼펜 한 자루
성매매 여성에서 여성 운동가로 변신한 김지은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우여곡절 끝에 성매매 여성이 됐다가 지금은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이 여성의 삶을 두고 단지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이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환경적 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오늘은 성폭력 성매매 경험을 딛고 일어선 <여성 활동가 김지은(가명)씨>와 함께 성매매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방송에 나오시면서 긴장을 많이 하셨을 텐데요. 오시면서 무슨 생각하셨어요?

◑김지은 씨
“이 것을 개인적인 문제로 볼 것이냐, 사회적으로 볼 것이냐라는 점에서, 개인이 혼자 나와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이야기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김지은씨는 어떻게 성매매의 길을 가게 됐습니까?

◑김지은씨
“제 개인적인 문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성 취업문이 좁고,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목돈이 필요하다면 줄 수 있는 곳은 현재도 그럴 거에요. 요즘은 은행에 수십 장의 종이를 가져가도 대출 받기 힘든데 여기는 단지 나이 어리고 경험도 필요 없고 가게 되면 어떤 형식이든 돈을 차용해 주게 돼 있거든요.

개인적인 이유로는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비를 벌려고 들어가게 됐어요.그래서 한 달만… 몇 달만…하다가 10여 년이 넘게 된 거죠.”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은 여성들이 성매매로 빠질 수 있는 루트가 상당히 많아졌죠. 그래서 더 쉽게 빠져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김지은씨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성구매를 하실 수 있는 남자분들도 그렇겠지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여성분들도 접하기 쉽게 너무나 가까이 있죠. 깊게 빠지기 전까지는 위험한 것이라거나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못하고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렇게 유입되는 것 같아요."

◎ 사회/정범구 박사
-어떤 계기로 그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김지은씨
“10여 년 동안 일을 했는데,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력이 쌓이는 일이 아니잖아요. 퇴직금도 없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몸은 술이나 피임약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마지막에는 너무 힘들어서 수면제를 복용했었거든요. 성병이나 임신과 낙태에 노출돼 있으니까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계속하다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살아야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막판에는 업주들이 안마 시술소나 섬으로 팔아 버리겠다는 류의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그런 섬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사회/정범구 박사
-성매매 여성들은 빚 때문에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는데 어떻게 빠져 나오셨습니까?

◑김지은씨
“여성부에 전화를 했었어요. 여성부에서 가까운 상담센터를 연결해줬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고 구조요청을 한 건데, 그쪽에서 선불금 무효 조항에 의해서 업주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저도 조사를 받고 현재 기소유예 중입니다. 업주도 저를 선불금 사기로 고소해서 제가 조사를 받았는데 저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어요.”

◎ 사회/정범구 박사
-성매매 여성들의 실태와 숫자를 파악하고 있는 자료가 있습니까?

◑김지은씨
“여성부에서 나온 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일반적인 종업원 명부에 올릴 수 있는 숫자라고 알고 있어요. 그 외에 식당이나 노래방, 트럭을 세워서 성매매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절대로 통계를 낼 수 없는 여성의 수는 빠진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또 그 외 종업원 명부에 기재할 수 없는 스포츠 마사지, 이발소 등 절대로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곳들은 빠져있을 테니까 파악된 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여성지나 주간지 등에서는 강남의 물 좋은 업소의 여성들의 수입이 아주 높다는 식으로 잘못된 환상을 부추기기도 하는데요. 실태가 어떻습니까?

◑김지은씨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성매매 업소에서 업주들이 바라는 것은 일단 상품이거든요.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간이 아닌 상품이죠. 업주들은 그 상품을 가장 예쁘고 화려하게 치장해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두죠. 내 상품 많이 팔수록 좋은 거니까 비싼 옷, 비싼 화장품, 비싼 귀금속을 권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말로는 뒷방이라고 하는데요. 돈 벌 기회를 주지 않아요. 그 구색을 맞춰야만 돈 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고,, 또 돈 벌기 이전에 선불금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돈을 벌기란 쉽지 않죠.”

◎ 사회/정범구 박사
-선불금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이고, 어떻게 해서 성매매 여성들의 발목을 잡게 되는 건가요?

◑김지은씨
“선불금은 최소한 300~500만원 정도돼요. 최고 1억도 있다는 소리 들어봤고, 4000~5000 만원 정도 되는 여성은 직접 봤어요.”

◎ 사회/정범구 박사
- 그 돈을 본인이 받게 되나요?

◑김지은씨
“가령 첫번째 가게에서500만원을 선불금으로 받아서 필요한 물품을 샀거나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드렸다면 일단 차용을 하게 된 거 잖아요. 그러면 그 업소에서 일하는 동안 한달에 이자가 2할까지 붙어요. 그리고 마담에게 주는 돈도 있고, 매상에서 빼는 돈도 있고, 이렇게 저렇게 떼는 것이 많아요. 그러면 한달에 플러스 보다 마이너스가 더 많아지죠.

조금 돈이 늘었다고 해도 몇 달 있다가 다른 가게로 옮기면 그 돈을 받아서 앞 가게 빚을 갚고 다른 가게로 가는 과정에서 소개업자에게 주는 소개비를 아가씨들이 부담하게 돼 있어요. 선불금이 많아질수록 이자도 높아져서 더 힘들게 되구요. 선불금이라는 것은 현대판 노비문서죠.”

◎ 사회/정범구 박사
-수입은 스스로 관리할 수 없습니까?

◑김지은씨
“아가씨들에게는 볼펜 한 자루 뿐이에요. 몇 테이블을 받았고, 몇 명과 성관계를 했는지 볼펜 한자루로 작성해 놨다가 한 달에서 석 달 간격으로 계산을 해서 ‘너는 얼마를 벌어서 얼마를 갚았다, 이렇게 저렇게 빼고 나니까 빚이 얼마로 늘어났다’는 식으로. 말 그대로 볼펜으로만 계산하기 때문에 숫자는 있지만 돈은 없는 계산방법이죠.”

◎ 사회/정범구 박사
-현재는 그 일에서 벗어나서 성매매 여성을 위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성매매 여성들은 일단 업주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힘들겠고, 또 막상 빠져 나와도 생활하기도 힘들고,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된 경우가 많을 텐데요.

◑김지은씨
“나오기 전에 가장 큰 문제는 그 선불금 문제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갈취를 많이 당한건데, 모두 자신이 썼기 때문에 자신이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저부터도 그랬구요. 그 돈을 갚지 못하면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업주들이 일하는 동안 그 돈을 꼭 갚아야 한다고 세뇌를 시켜요.

또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도망가면 심지어 결혼식장까지 찾아간다고 하기도 하고, 몇 달 동안 찾아서 정말 찾아내는 경우도 있구요. 그리고 업소에서 나왔을 때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제 발로 찾아가는 경우도 있구요.
또 여성들이 선불금 무효 조항을 모르거든요. 성구매 하는 남성분들은 더 많이 모르구요. 또 성매매 하는 친구들이 이 자체가 불법인지도 몰라요.
나오고 나서는 이력서에 쓸 것이 없으니까 취업이 안돼요. 물론 쉼터나 재활원에서 직업 교육도 시켜주지만 대개 직업 교육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옛날과는 달라서 못 배운 친구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고졸 이상 대학 중퇴한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에게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교육을 아니라 퇴보시키는 교육을 시키고 있거든요.
교육끝나기 전까지는 취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용돈 조차도 가족들에게 손벌리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 문제가 있죠.”

◎ 사회/정범구 박사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사회적 노력도 절실히 필요할 텐데요. 이 사회와 정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 주시죠.

◑김지은씨
“우리 나라에서는 말로만 불법이지 성매매를 묵인해 주고 있어요. 보건 복지부에서 업소 여성들에게 보건증을 발급하잖아요. 말이 불법이지 공창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보건증을 아예 없애거나 구체적인 실태라도 파악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남성들에게 성매매방지법 등 성매매 문제와 관련된 교육을 시키고, 그런 노력을 통해서 사회적 편견이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정범구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CBS 창사 50주년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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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0 [화]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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