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 사기죄 처벌 신중해야"< 大法 >..연합뉴스

2004/08/18 12:00 송고

"성매매여성 사기죄 처벌 신중해야"< 大法 >

"업주횡포 따른 선불금 미변제 사기아니다"

피해여성 "업주상대 손배소 제기할 것"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성매매 피해여성이 윤락업소에 취업하면서 업주
로부터 받은 선불금을 갚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성매매 여성을 경제적으로 옭아매기 위해 선불금 제도를 악용해온 업주들
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서 윤락행위를 알선.유인.강요하는 과정에서 생긴 채
권의 효력을 무효로 규정한 윤락행위등 방지법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18일 유흥업소 주인에게서 1천100만원의 선
불금을 받은 뒤 변제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업소 종업원 조모(2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
고한 것에 수긍이 가고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판결에서 "선불금은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급료의 일부로
서 업주에게서 미리 지급받는 돈으로서 이를 갚지 않았다라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를
적용해선 안된다"며 "실제로 근무할 의사가 있었는지, 변제를 못한 것이 업주의 책
임이 기인한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는 선불금을 지급받은 후 약정한 2개월간 업소에서 근무했으나
업주가 급료에서 결근비, 선이자, 수수료 등을 공제해 급료를 거의 지급받지 못했다
"며 "조씨가 계속 근무를 요구했음에도 거절당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씨가 선
불금을 변제할 수 없었던 사정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에서 선불금은 급여의 선지급금이 아니라 조씨에 대한 인
적 지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윤락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
며 "조씨가 선불금을 변제하지 않았다는 사정 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2년 12월 유흥주점에 취업하면서 직전 업소 빚과 카드빚 1천100만원
을 선불금으로 받았다가 이를 변제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조씨의 청구로
정식재판에 넘어간 뒤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씨 변호를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이 판결에서 업주가 조씨에게 윤락행위를
알선한 것이 인정됐는데 이 경우 업주의 선불금 채권은 윤락행위등방지법에 따라 무
효로서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며 "업주를 상대로 협박.공갈 및 `2차' 강요 등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도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
선불금 사기사건을 일반 대여금 사기사건과 구별해 어떻게 판단해야할 지 기준을 마
련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고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번 판결은 선불금을 갚을 의도가 있었지만 업주의 횡포 등
으로 갚지 못했을 경우 사기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판시한 것"이라며 "의도적
으로 선불금을 받은 뒤 도주한 경우 여전히 사기죄 적용대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
계했다.

jbryoo@yna.co.kr

온라인상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