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사건) 가난한 남자만 사회적 약자? ..시민의신문

가난한 남자만 사회적 약자?
[유영철과 여성인권] 불법자 인권침해시 구제책 필요
침묵한 그들에게 인권은 어디에

작성날짜: 2004/07/30
장성순기자

유영철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석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연쇄살해한 20명 중 11명이 주로 출장마사지, 보도방 여성들이라는 것. 사회적 취약계층이었던 유영철이 부유한 여성이 아닌 자신보다 더 취약계층이자 여성들만 타깃으로 삼아 공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유영철 사건은 특정한 여성들의 인권만을 침해한 사건인가. 또 "여자들은 몸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한다"는 유영철의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

■여성인권 외면한 언론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 앞에 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 '여성인권'은 부재했다. 왜냐하면 가해자의 범행동기에 초첨을 맞춰보도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건의 핵심은 빠졌다. 그나마 빈약하기 짝이 없는 대안을 내놨다. 일제히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자는 것. 하지만 이는 제2의 유영철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불법화된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어떻게 보호할까'에 대한 피해자 중심적 보도는 부재했다.

스포츠 신문들은 또 특집형식으로 보도방 여성들의 삶을 르포기사 형식으로 내보냈다. 역시 보도방 여성들의 인권침해 방지 장치 대안을 모색한 흔적이 없는 보도였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마치 살인의 동기와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는 식의 용의자의 발언이 여과없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하와 편견이 확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설명: 지난 26일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유영철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영등포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보도방 여성은 사회적 금치산자?= 불법화된 영역에서 일하는 보도방 여성, 성매매여성들은 이른바 '사회적 금치산자'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성폭력, 강간, 심지어 살인에 노출돼 있어도 신분상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사회적 금치산자나 다름없다.

여성인권침해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남녀간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여성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는 주로 70대 노인과 50대 실업자 남성 등 취약계층이다.

조옥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국장은 "소외된 계층이 가해자가 되는 성폭력사건의 경우이미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그들은 그 피해를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주로 성폭력한다"고 설명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있는 남성이 자신보다 더 취약계층인 여성을 찾아 자신의 박탈감을 '한풀이 대상'을 통해 해소한다는 것. 바로 '권력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진퇴양난 여성단체= 여성단체들은 "정부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분향소를 마련, 추모행사를 열고 성매매 피해여성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결의대회와 캠페인을 벌였다.

제2의 유영철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여성단체는 바로 이를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의 고민은 따로 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에 앞장선 여성단체들은 이미 불법화된 영역에 있는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불법화된 영역'에 있는 피해여성들은 그 존재자체를 드러내놓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바로 여성단체가 진퇴양난에 빠지는 지점이다.

대만, 인도, 홍콩 등 아시아 여성운동단체들이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여성인권보호'를 위해 성매매 합법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유다.

■대책없는 경찰= 지난 29일 전국지방경찰청 대책회의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처리한 경찰청 '수사국'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유영철과 같이 '무동기범죄'(뚜렷한 동기없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시스템 강화가 그것이다. 경찰청은 또 '보도방 집중단속'기간을 가진 한편 가출인 집중수색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피해여성들의 인권침해 대책은 빠졌다.

그나마 성매매여성들이 모여있는 집창촌이나 유흥업소는 경찰의 감시망에 있는 형편이다. 2006년 집창촌 폐쇄시기까지 정부에서 어느정도 묵인해주는 형편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의 현황파악이 가능하다는 것.

김장욱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반장은 "경찰에서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현황파악이 돼 있어서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김 반장은 "그러나 '보도방'수사나 관리는 여성청소년과가 아닌 '수사국' 담당인데, 아직 보도방 현황과 그 실태파악이 힘들어 대책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법자도 인권있다=사회적인 불법자라 하더라도 인권침해상황에 노출됐다면 구제책이 나와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표창원 국립경찰대 교수는 "유엔 인권위와 엠네스티에서는 '경찰 등 법집행기관은 사회 소외계층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물론 그들의 인권보호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나와있다"며 "이른바 '불법성 영업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폭행, 차별을 겪을 때 인권보호를 해야하는 사회적 인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불법인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그들의 인권보호를 할 수 있다는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성매매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성매매여성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당할 수 있는 폭력, 갈취 등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한다. 또한 신고자나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서 '불법성'처벌이나 단속은 어느정도 면죄해준다.

사회적 불법자라 하더라도 인권침해를 겪는다면, 정부는 '법적용'과 '인권보호' 가치의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권보호'에 더 무게를 둬야한다는 것이다.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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