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서는 한국사회―술,마셔도 너무 마신다] 국민 10명중 3명이 과음…미국의 4배 ..국민일보

[바로 서는 한국사회―술,마셔도 너무 마신다] 국민 10명중 3명이 과음…미국의 4배

기사입력 : 2004.08.08, 17:06
지난 4월 7일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를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0만명당 22명으로 아프리카와 같은 수준”이라며 가장 주된 요인으로 음주운전을 꼽았다. 비단 이 총장의 지적이 아니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음주문화는 야만적이기 짝이 없다. 결국 몸버리고 돈버리고 가족과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기까지 하는 우리의 일그러진 음주문화.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편집자

‘술이 한국 사회를 먹는다!’

우리 사회의 폭음·폭주 등 왜곡된 음주문화가 도를 넘어서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음주문화는 또 왜곡된 접대문화로 연결돼 성 상납이나 음주운전 같은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직장인,성인사회에 그친 게 아니라 대학생,청소년층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그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 현실을 점검해 본다.

ㆍ ‘음주문화를 바꾸자’ 다양한 이벤트

◇직장 음주문화 실태=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2002년 전국에 있는 직장인 2899명,관리자 98명을 대상으로 음주 실태를 분석한 결과 우리 나라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주 1회 이상 폭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한 달 동안 다섯 잔 이상 술을 마신 날이 5일 이상이면 과음자로 분류하는 미국 보건부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과음자 비율은 우리 나라가 31.3%로 미국(8.4%)의 4배 수준이었다.

주 2∼3회 이상 술을 마시되 한 번은 폭음하는 사람 5명 중 1명은 지방간,알코올성 간염,알코올성 위염을 갖고 있으며 음주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문제 음주자 2명 중 1명은 음주 다음 날 업무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했고 5명 중 1명은 과음으로 다음 날 근무 태만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음주문화센터 조성기 경영기획본부장은 “직장의 회식 자리 중 70% 이상이 술을 마시는 자리로 특히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술잔을 강권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직장의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진정한 동료애를 위해서라도 직장에서부터 올바른 음주문화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술독에 빠져드는 청소년과 대학생=청소년들의 음주문화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가 2002년 10월부터 두 달 동안 관내 26개 중·고교생 3527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음주 경험률과 현재 음주율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음주 경험률은 75.3%(중 69.7%,고 82.1%),현재 음주율은 58.6%(중 45.3%,고 70.2%)로 각각 나타났다. 즉 10명 중 7∼8명이 음주를 경험했으며 10명 중 절반 이상이 지금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김용석 교수는 “술을 일찍 접하게 되면 성인이 된 후 음주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아동 및 청소년의 음주는 더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술과 음주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제공해 그릇된 상식을 바로잡아줄 뿐 아니라 술에 대한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의 음주문화는 왜곡된 신입생 환영회와 선·후배 간의 만남 등을 통한 무분별한 폭음으로 찌들어가고 있다. 특히 매 신학기 초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사망사고 등 술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상아탑이 술에 찌들어간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가 난 그때만 ‘대학가의 음주문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을 뿐 술로 인한 사고는 최근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학과·동아리 모임,선·후배 간의 만남을 통한 ‘사발식’ ‘폭탄주’ 바람이 곧 대학 사회에 다시 거세게 불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접대문화=이같이 왜곡된 술 문화는 곧바로 남성 중심의 유흥주점 등의 접대문화와 직결되고 있다.몇 해 전 미국 투자회사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던 한국계 직원은 “매일 골프와 술 접대를 받으며 왕처럼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산 것은 우리 한국 사회의 접대문화가 외국에 비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이 같은 접대문화는 성매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전남 여수 유흥업소 접대부로 일하던 여성들이 사회 지도층의 성매매와 자신들의 인권 유린 현실을 폭로한 ‘여수 성매매 사건’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다.

광주·전남 여성단체연합 성매매여성 지원쉼터인 한올지기 관계자는 “음란·퇴폐쇼 등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음주·접대문화는 물질권력과 남성권력의 합작품”이라며 “성매매뿐 아니라 음란·퇴폐쇼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 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접대문화의 대명사인 유흥주점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유흥주점은 1999년 이후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술 소비가 늘어나면서 음주운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2만87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4437건에 비해 무려 39.1%나 늘어났다.

모규엽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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