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서 구조된 여성, `대학생' 꿈 이뤄>

2004-10-27
(대전=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쇼 윈도 안에서 못 벗어날까봐 눈물만 흘렸었 는데 이렇게 대학생이 되다니 꿈만 같아요"
지난 3월 충청지역 한 집창촌에서 경찰에 구조된 김모(19)양은 자신이 A대학교 웹디자인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양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1년 아버지의 재혼 등 가정불화 때문에 가출한 뒤 월세 10만원짜리 옥탑방을 전전하며 미용실 보조, 레스토랑 종업원, 직물공장 여 공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김양은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했고,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벌려고 했지만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또 여자라는 이유로 사장한테 성희롱을 당하거나 임 금을 떼이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2년 여 동안 혼자 살아 온 김양은 올해 3월 초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친구가 "30만원을 빌려주겠다"며 접근했다.

김양은 친구를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박모(25)씨를 소개받았고, 박씨는 "노래방 도우미는 손님들 분위기 맞춰서 춤추고 노래만 하면 되니까 걱정할 것 없다"며 속칭 `보도방'영업을 제안했다.

이에 김양은 `일주일만 일하면 30만원을 갚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받 아들였으나 박씨가 여러 업소를 거쳐 데려간 곳은 집창촌이었고, 그는 업소에서 김 양 몫으로 선불금 700만원을 받아 챙긴 뒤 달아나 버렸다.

김양은 "처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당황했다"며 "업주는 내가 만져보지도 못한 700만원을 갚고 나가라며 풀어주지 않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하고 쇼 윈도 안에 앉아 남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나처럼 그 아저씨에게 속아서 업소에 팔린 여자가 다섯 명이 넘었다"고 분개했다.

다행히 일주일만에 김양은 같은 업소에 있던 다른 성매매 여성의 신고로 현장을 덮친 경찰에 구조됐으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직업보도원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김양은 이 곳에서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컴퓨터 관 련 공부에 몰두,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등 3개의 자격증을 획득해 지난달 A대학교 웹 디자인학과 수시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집 나온 뒤로 대학생활은 이룰 수 없는 `꿈'으로만 생각했는데 검정고시 에 통과한 뒤 `나도 대학생이 될 수 있을까'라는 욕심이 생겼고, 얼떨결에 대학까지 붙고 나니 세상에 못 이룰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김양의 흔치 않은 `변신' 때문에 직업보도원 원장에게는 커다란 고민거 리가 생겼다.

보도원에 있는 전직 성매매여성들의 다수가 "나도 대학에 다니고 싶다"며 욕심 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장은 "의욕이 있는 입소자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싶어도 등록금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기업 등의 후원을 받아 대학을 가지만 우리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교육비 지원과 관련해 사각지대에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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