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매매특별법의 명암

일본 관광객 脫한국 조짐…유흥업계 '울상'

[조선일보 2004-10-30 10:43]

[특집] 성매매특별법의 명암
요정·룸살롱 휴·폐업… 제주도 관광호텔 예약률 30% 이상 감소… 여행사들 매출 격감…

[조선일보 주간조선 기자]

일본인 등 외국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제주도 요정(料亭)들은 요즘 문을 열지 않는다. 제주도의 대표적 요정들인 H관, M각, S 등은 휴업 중이고 제일 규모가 큰 S각은 아예 폐업했다. 일본 손님들이 한국의 성매매특별법을 의식해 제주도 대신 태국, 필리핀 등지로 발길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소는 월 평균 1000~1500명의 국내외 고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손님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았던 업소들은 그나마 문을 열고는 있지만 “사실상 숨통이 끊겼다”고 아우성이다.

제주 시내 대표적 유흥가인 연동의 요정 송림각 대표 오정향(40)씨는 지난 10월 22일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어제도 공쳤고 일주일에 나흘은 공친다”면서 “월 2000만원씩 꼰아박고 있는데 정말 이 나라에 살아야 하는지 회의가 들 정도”라고 푸념했다. 오씨는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영업을 하려 해도 일본인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불안해하며 자기 돈 쓸 외국인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수학교사 생활을 10여년 하다가 남편 사업 때문에 요정을 운영하게 됐다는 오씨는 “이 장사를 하면서 아가씨들에게 선불금 주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일부 악덕 업주도 있겠지만 비싼 세금 꼬박꼬박 다 내며 영업한 업주들을 싸잡아 고리대금업자 취급하고 선불금은 안 갚아도 된다는 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흥분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주로 투숙하던 관광호텔 등도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월 들어 평균 10~15%, 심한 경우 30%까지 예약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제주도의 전반적인 관광 경기 역시 크게 위축되고 있다. 평년에는 10~12월 제주도 관광 성수기에는 골프장마다 주말 예약난에 시달렸지만 요즘은 주말도 여유가 있고 평일 예약률은 6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세일여행사 제주지점 고인부 지점장은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예약 취소가 빗발쳐 일본인 관광객의 20% 이상 예약이 취소됐다”면서 “그나마 예전과 달리 일본인 여성 단체 관광객이 많아 취소 비율이 상쇄되고 있지만 12월이 되면 거의 남성 골프 여행객이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9월 이전까지는 사실상 ‘파티 안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성매매 관련 형량이 너무 높아져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왕 온 사람도 불만스럽게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 향후 타격이 더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NHK방송이 한국의 성매매특별법을 자세히 보도한 후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요정, 룸살롱, 관광호텔 등 외국인 상대 시설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유흥업계, 호텔업계 종사자의 실직 사태가 확산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주는 “우리 가게에만 50명이 넘는 식구가 있고 큰 업소는 100명이 넘는 종업원이 있다”면서 “음식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도 그렇고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피해가 말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여종업원들은 브로커에게 1인당 300만~400만원씩 주고 일본 유흥가로 나가려 한다”면서 “그들 중에는 일본 세관에서 입국을 거부 당해 다시 돌아오는 여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 윤락녀의 일본 유입에 일본 당국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투숙 하루 100건→1주일에 10건

못 살겠다는 아우성은 제주도뿐 아니다. 10월 21일 밤 서울 강남의 G호텔. 호텔 자체보다 더 유명한 지하 룸살롱과 함께 휘황찬란한 불빛만큼이나 성업하던 곳이었지만 조만간 폐업신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에는 70개의 방을 갖춘 이 호텔에 하루 평균 100건의 투숙객을 받아 두 번 이상 회전시키는 방이 절반이었지만 지금은 일주일 동안 10건의 투숙객밖에 못 받았다는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일단 폐업이라도 해야 경상비 지출은 막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호텔의 영업부진은 지하 룸살롱과 직접 관계가 있다. 120명의 여종업원이 출근하는 지하 룸살롱은 하루 100팀 이상의 손님을 받던 곳이지만 지금은 30팀도 벅차다. 이 룸살롱 공동 업주 최모(43)씨는 “월 1억원 가까이 적자가 나고 있다”면서 “한국 남성들의 술 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는데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룸살롱 등 고급 업소는 공창지역과는 달리 2차 영업을 해도 적발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묻자 “한 번 걸리면 10년 이하 징역에 재산 다 뺏긴다”면서 “어디에 성(性)파라치(성매매 행위를 신고해 보상금을 받으려는 사람)가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난 징역 살기 싫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은 물론 주변 식당, 포장마차, 미용실, 옷가게, 택시기사 등 모두 절단났다”면서 “요즘 유흥업소 중에서 장사되는 곳은 ‘마구리 나이트’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구리 나이트’란 남녀노소 누구든 손님 가리지 않고 받아 남녀를 연결시켜주는 업소를 말한다. 예전에는 나이트클럽들이 이른바 ‘물관리’를 한다면서 입장객의 나이와 외모를 제한했지만 이제는 그런 ‘관리’를 할 여유도 없어 마구잡이로 손님을 받는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 밤 G호텔 주변 건물 상가의 3분의 1쯤은 불이 꺼져 있었다. O식당에 들어서자 100석 가까운 규모였지만 단 세 팀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10시가 가까워져도 손님은 더 들어오지 않았다. 업주 이모씨는 “권리금 4억5000만원에 월세만 600만원짜리 가게인데 10월 들어서는 저녁손님 다섯 팀 받기도 힘들다”면서 “홀 종업원 7명을 2명으로 줄이고 견디려고 하지만 사실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굳이 성매매특별법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호텔, 모텔, 여관 등 숙박업소의 불황으로 은행권이 이들 업소에 대출한 대출금 잔액 4조3097억원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하경제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제도권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경기에 타격을 준다고 해서 성매매를 금지하자는 취지를 탓할 수는 없다. 경찰은 특별법 시행 후 한 달간 1개 경찰서당 1일 평균 10여명, 총 7만1867명의 경찰을 동원해 총 1575건을 단속, 436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1명을 구속했다. 그러는 사이 미성년자 매매춘, 불법 감금, 인신 납치, 윤락녀에 대한 악덕 고리채 등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단속으로만 이 같은 문제점을 끝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인지, 더 어두운 곳으로 확산되지는 않을지 하는 문제는 경제적 타격 이외에 끊임없이 제기될 고민거리다.

⊙특별법 비웃는 신종 매매춘

사진·키·몸무게 안내는 기본… 1:다수, 번개팅, 노예팅 등 ‘변태적 섹스’도 불사

인터넷은 매춘 소개소

지난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한 국회의원의 말대로 혼전 한국 남성들은 ‘성욕을 해결할 방법’을 잃어버린 것일까.

새 법 시행 후 딱 한 달째 되던 지난 10월 22일 밤, 인터넷 실시간 만남 사이트로 성업 중이라는 ‘클럽○○○○’에 들어가봤다. 신용카드로 ‘평생회비’ 2만원을 결제하고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각 지역별, 연령별, 모임 성격별로 나뉘어 족히 수백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접속하고 있었다.

서울지역 30~34세 ‘번개팅’(즉석에서 바로 만난다는 뜻) 방에 들어가 도대체 몇 명 정도가 죽치고 있는지 세어보고 있는데 “수유리 15만원”이라는 쪽지가 날아왔다. 또 조금 있다가 “밤이 깊었네요. 신촌, 화끈한 조건 만남(돈을 받고 만나겠다는 뜻)”이라는 쪽지가 날아왔다. “2 대 1로 할래요? 2 대 1에 20만원. 건대입구”라는 쪽지도 왔다.

바로 답장하지 않고 쪽지를 보낸 여자들이 자신의 신상을 소개한 곳으로 들어가 봤다. 사진과 키, 몸무게 등은 대부분 기본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처음 쪽지를 보낸 여자의 ‘자유게시판’에 들어가봤더니 도저히 낯 뜨거워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자기 소개’를 해두고 있었다.

“…일단 조건은 한 시간 15만원이에요. 물론 선불이구요. 횟수는 2번이구요. 키스, 애무, XX, XX, XX까지 되염. 가격 절충 안 되구요. 저는 외모보다는 sex를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외모(몸매, 얼굴)보고 올꺼면 오지 마세요. …찐하게 진짜 애인처럼, 헤어질 때 기분 좋게. 다른 질문은 사절….”

핫팬츠에 늘씬한 미인 사진을 올려놓은 두 번째 쪽지의 주인공 방으로 들어가봤다. 역시 비슷한 자기 소개서였지만 조건이 조금 까다로웠다.

“진짜 제 모습 맞구요. 165에 50, 빠지지 않는 외모예요. 스물여섯, XX, XX, 샤워 가능하구, XX은 필수, 안 끼실 꺼면 오지 마세요. 1시간 20만원 1회. 신촌. 못 오실 분은 연락하지 마세요.”

첫 번째 여자에게 쪽지를 보내자 이내 전화번호를 알려왔다. 전화를 걸자 수유리 위치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면 여관에 들어가느냐고 묻자 그럼 어디서 하느냐고 되물었다. 요즘 위험하지 않느냐고 하자 깔깔깔 웃었다. 그리고 “누가 우리만 보고 있나요?”라며 “제 진짜 이름, 사는 데 이런 거 다 가르쳐 드릴 테니까 검문 걸려도 걱정 없어요”라고 했다. 조금 더 머뭇거리자 “한 달 동안 한 번도 걸린 적 없다니까요”라며 짜증스런 목소리였다.

“선수(유흥업소 종사자 혹은 윤락녀를 뜻함)였느냐”고 묻자 짜증이 극에 달했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그래 선수였다, 싫으면 관두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인터넷 실시간 만남 사이트는 이런 유의 ‘자발적 매춘녀’들로 도배돼 있다. 진짜 윤락녀가 가세해 경계에 서있는 ‘아르바이트 윤락녀’들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실시간 만남사이트 회원이었다는 박모(35·강남구 청담동)씨는 “1~2년 전만 해도 ‘조건 만남’을 내세우는 여자들은 소수였고, 또 좀 미안해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게 주류가 됐다”면서 “최근에는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060 전화도 성업 중이다. “외로우시죠. 060-XXX-XXXX” 유의 스팸 메일은 요즘 거의 매일 들어온다. 전화를 걸면 복잡한 안내가 나오고 30초당 500원의 비싼 요금으로 여자들과 대화할 수 있다. 어떤 여자는 대뜸 “20만원인데 어떠세요”라고 묻는다. 이 전화 역시 매매춘 중계의 중요한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황당한 경우는 각종 ‘노예팅’(노예가 되듯 만나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다 해주는 미팅이라는 뜻) 사이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이버 및 실제 매매춘이다. 인터넷 ○○○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하고 2만원을 결제해, 30분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자신들의 방을 개설하고 있는 수백 명의 여성 리스트가 사진과 함께 나와 있었고 당장 접속하고 있는 여자도 50명은 넘는 것 같았다. 1 대 1 대화방이 많았지만 1 대 5, 1 대 7로 ‘대화’를 하고 있는 방도 있었다. 말이 대화지 사실은 화상카메라를 설치한 여성이 남자들이 시키는 대로 옷을 벗는 등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여성은 남성이 시키는 짓을 하기 전 꼭 사이버에서 선물을 사달라고 요구한다. 채팅 화면 밑에는 2000원부터 5000원까지 술, 담배, 커피, 꽃, 보약 등 선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여성들이 받은 선물 가격은 사이트 관리업체가 60%, 해당 여성이 40% 비율로 나눠 갖는다.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다가 한 여성의 방에서 다른 남성 접속자들이 하는 대로 꽃 선물을 클릭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쫓겨나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내 접속이 끊기면서 사이버 머니를 더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충전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쪽지가 날아왔다. “왜 그냥 나가세요? 상봉역 20만원.”

한편, 취재 중 만난 일본인 상대 속칭 ‘다찌’(외국인의 국내 체류기간 동안 함께 지내주고 일당과 커미션 등을 챙기는 여성) 영업을 해왔다는 김모(28)씨는 “일본 관광객을 모아 들이는 여행업체가 거의 폐업 상태여서 일거리가 없다”며 “친구들 중엔 내국인 상대로 한 달

집창촌이 단속 때문에 영업하지 못하는 모습은 내놓고 하는 매매춘이 사라졌다는 상징적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상징이 주는 ‘도덕적 우월감’에 만족하고 있기에는 실제 우리 사회의 뒤안길은 너무 어둡다. 안마시술소, 퇴폐이발소 등 유사 성매매 업소들은 다소 위축됐을 뿐 기본 업태는 바뀌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비용이 별로 안드는 사이버 세상의 신종 윤락업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동남아, 중국 등지로 ‘원정 접대’를 나서는 사람들 얘기도 들린다.

1960년대 초 마약을 뿌리뽑겠다며 마약 시장을 독점하던 마피아에 철퇴를 휘둘렀던 미국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피아가 사라지고 덩치 큰 마약 유통망도 사라졌지만 마피아의 위세에 눌려 꼼짝 못하던 소규모 폭력 조직은 소규모 술집, 심지어 주택가 골목 구석구석까지 마약을 확산시켰다. 도심 공원에서 1달러짜리 마약에 아침부터 취해 있는 부랑자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게 지금 미국의 현실이다. 절대적 도덕률은 더 위험하고 음험한 부작용을 낳을지도 모른다.

(김덕한 주간조선 기자 ducky@chosun.com )

▶ 이 기사는 <주간조선>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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