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시행 2달이 되어가고 있다. 성매매 현장은 어떤 모습이며,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상황인가. 나는 성매매 여성들의 상황을 파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왜 여성들 얘길 안 들어주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들 얘길 아예 안 듣는다면 물론 좋은 질책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얘길 어떻게 듣고, 또한 이를 토대로 어떻게 현장을 파악해서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면 곤란하다.
성매매 여성들이, 아니 더 좁혀서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 그 중에서도 대규모 집회에 나온 성매매 여성들조차 대화해보면 서로 얼마나 다른 얘기를 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듣는 이와의 친밀감이 더할수록 한 사람의 말의 내용이 나날이 달라진다면? 이 글은 이런 고민들을 전제로 해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만난 성매매 여성들의 얘기와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대변자’는 없다
지난 달 초,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집창촌 종사자들의 집회에선 언론인 및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포주들 감시와 등살에 개별적으로 집회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 분위기였다.
그러나 찾는 자에겐 길이 생기는 법. 11일 집창촌 성매매 여성의 모임인 한터여성종사자모임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 성매매 여성을 비롯해, 역시 집회에 참가했던 다른 여성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성매매 여성, 쉼터에 있는 탈성매매 여성들(이 부분은 직접 얘기한 것이 아니고 발표한 내용을 들은 것임)과 쉼터와 관계없는 탈성매매 여성, 그리고 기자와 만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단식농성장의 여성들과 얘기를 나눴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다양하다. 성매매특별법 개정과 집창촌 단속 유예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여성들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탈성매매 여성들은 딱 잘라서,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 아가씨들은 빚 까려고 그러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식 농성을 하는 여성들은 “절대 포주가 시켜서 하는 일 아니에요. 우리 생존권을 박탈당했으니 거리로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만난 한 성매매 여성은 “단식하는 아가씨들은 다 자기들 이익을 찾으려고 하는 거니까요. 기자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다소 냉담하게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나는 단식농성장을 찾았을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여기, 단식 농성하시는 분들 말이에요. 대표도 계시고 부대표도 계신데, 여러분이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을 대변하실 수 있나요? 저도 나름대로 많은 분들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김문희씨(한터여성종사자모임 대표)는 “아니에요. 여기 있는 아가씨들 다 자기 자신만을 대변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하고 여성들과의 대화는 이어졌다.
“아직도 감금이 있어요”
내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궁금했던 것은 많고도 많지만 일단 성매매 현장의 실태다. 성매매 여성들의 말에 따르면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마다 성매매 현장은 달라졌다고 한다. 종암경찰서에 전 김강자 서장이 부임해 미아리 단속에 나섰을 때, 군산 화재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리고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각각 미성년자 고용, 감금 시스템, 업주의 폭행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상황은 ‘개선’되었다는 것. 최근 완월동과 인천의 집결지에서 업주들이 여성들에게 선불금을 “까준 것”도 그에 해당할 터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두고, 사회의 일각에선 ‘이제 감금 같은 인권유린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성매매 여성들의 얘기는 달랐다. “감금하는 곳 아직도 있어요!”라고. 한터여성종사자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은선(가명)씨는 “집창촌도 집창촌 나름”이라면서 “어떤 지역, 어떤 지역에서 여전히 감금한다는 얘길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감금’이란 빚 때문에 나갈 수 없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감금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다섯 명의 여성들도 “아예 감금해서 바깥 구경도 못하게 하는 곳도 있고, 서비스할 때 감시하고, 강요하고, 잠도 못 자게 하는 등 부려먹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그런 곳은 집창촌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술 3종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군산의 성매매 집결지와 같은 유형의 곳들, 전국 거리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맥주양주집’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으로 알려진 ‘섬’에 대해선 다들 “소문이 무성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가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고 하죠. 그 쪽 얘긴 알 수도 없어요. 연락을 할 수 없으니까요.” 이어지는 얘기는, “이런 곳들 다 지금 아무 타격 없이 영업하고 있는데, 왜 엄한 집창촌만 문을 닫게 하는 거죠?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곳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였다.
성매매 여성들이 말하는 실태
여성들의 이야기가 각자 다르긴 했지만, 티켓다방과 단란주점, 룸살롱, 이발관과 안마시술소, 출장 마사지, 그리고 술3종 등 ‘겸업형 성매매’ 현장은 “벌금”제도가 있어서 빚을 싸 안기 좋은 곳들이다. “룸살롱이나 노래방은 수입이 괜찮지 않나요?”라고 묻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수입이 5백이 넘어도요. 소개비 1백만원이죠. 콤비비라고 또 있어요. 그게 1백만원이 넘어요. 게다가 강습료까지 내야 되요. 거긴요. 옷도 명품 안 입으면 홀에 못 들어가요. 기본적으로 ‘벌금’제도가 있는 곳은 암만 노력해도 빚만 져요.”
단식농성 중인 여성들은 “집창촌은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선불금에 이자를 붙이지 않아요. 여긴. 그리고 벌금 없고요.” 이에 나는 한터여성종사자모임 집회에 참가했던 또 한 명의 여성인 연수(가명)씨에게서 들은 얘길 했다. “보통 3백 정도는 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성매매를 하기 위해 써야 하는 비용이 많지 않나요?”라고. 연수씨에 따르면 “룸비(방세)가 1백만원, 홀복(의상)이 1백만원, 미용실 비용 등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다 계산해보면 막상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은 “어느 지역 아가씨가 그래요?”라고 반문했다. “한 지역만 얘기한 건 아니고요. 그 여성분은 미아리에 있었어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아리는 드레스 입잖아요. 우린 그런 거 한 번도 안 입어봤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연수씨는 “그래도 미아리가 개인 방이 없어서 평택보다는 돈 벌이가 된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이 ‘집창촌’으로 분류한 지역들 중 몇 곳은 이들이 얘기하는 곳과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돈 얼마 남겨요?”에 대한 답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은 “가족들 생활비를 대야 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집창촌만 2007년까지 유예해주고 다른 ‘겸업형’ 성매매만 엄격히 단속해달라고 했다. 유예기간 동안 자신들도 계획을 갖겠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 법이 뾰족한 대책도 없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때의 ‘유예’란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경찰력이 투입돼야 꾸준히 현장 구조도 가능하고, 여성들에게 정보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전업형’ 성매매 현장이 ‘겸업형’ 성매매 현장에 비해 상황이 나은 것일까? ‘전업형’ 성매매를 통해서 여성들이 가족 생계까지 책임질 수 있는 돈을 버는 것일까?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수입’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남는 돈’이다.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은 “많이 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1백만 원을 준대도 싫다”고 했다.
그러나 단식농성장 바깥에서 만난 집창촌 여성들만 해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카드 빚은 갚을 수 있어요”라고 했을 뿐. 그야 선불금 땡겨 쓰면 되니까 당연한 얘기다. 그 여성들의 얘기만 들어봐도 사실상 실수익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대충 화대를 더한 값에서 포주에게 떼는 50%를 제한 값(3백 정도)을 얘기하긴 했지만 그건 ‘남는 돈’이 아니지 않은가.
정확하게 남는 돈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나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설마하니 자기가 얼마 버는지 모르나? 수입도 즉각 들어오는 게 아니고, 지출은 모든 게 외상이라서 최종 얼마 남는지를 모르는 것일까. 연수씨가 “정신 차리고 다 계산 해보면”이라고 얘기한 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계산이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한 현장 단체 관계자가 “여기 언니들이 경제개념이 너무 없어요. 그게 있어야 되는데”라고 말했던 게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다들 각자 얼마나 어려운 가정환경들을 가지고 있던지, 아버지 병환, 자식들 생활비와 교육비, 형제들 학비 등을 자신이 모두 책임지고 있다고 얘기했고, 나는 그 얘기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의 생계만 책임지는 여성들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모아야’ 맞지 않나. 통계상으론 성매매 여성들의 다수가 “자신의 생계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말이다.
십대 때부터 이 쪽 일에 뛰어들었다는 은선씨도, 집창촌 생활만 계속했다는 연수씨도 “지금까지 모은 돈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업소”에서 5년 정도 일한다면 생활비 제하고 최소 1억은 모았어야 말이 되는데, 10년 일했다는 여성조차 “돈이 없어서 갈 데가 없다”고 말하는 건 의아한 일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 탈성매매 여성들은 열이면 열 다 “성매매로 자립할 자금 마련했다는 여성 본 적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집창촌도 집창촌 나름인 것인지, 포주가 포주 나름인 것인지, 아니면 개별적으로 여성들의 벌이가 여성들 나름인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나의 궁금증에 대해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은 “명품 사대고 막 쓰는 애들이 계속 빚 지는 거죠”라고 말했지만, 내 눈엔 다른 여성들도 그리 명품 사대는 여성들로 보이진 않았다.
성매매를 하면서 탈성매매를 준비할 수 있나
게다가 모두가 증언하는 바, 집창촌은 성매매 여성들이 최종적으로 가게 되는 곳이다. 빚에 몰려 다른 업소로 옮기고, 또 옮겨서 닿게 되는 곳. 그 곳의 현실이 다른 곳에 비해 여성들이 견디기 나은 곳일까? 지금까지 나온 현장 자료들을 봐도 집창촌에서 여성들이 돈을 벌기는 어려운 것으로 되어 있다. 예전에 만났던 탈성매매 여성은 “겸업형은 술 못 먹는 아가씨들은 힘들겠지만, 집창촌보다 낫죠. 집창촌은 하루에 7-8명 상대해야 하잖아요. 몸이 고되죠”라고 말했었다.
성매매 형태별로 분류해놓고 비교한다면 여러 각도에서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남자를 상대해도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15분) 곳이 나을 수도 있고,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처럼 위험에 노출돼있는 출장 마사지나, 전화받이, 여관발이 쪽보다 안전할 수 있다. 돈 벌이에 대해서도 얘기가 다르다.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의 말대로 노래방이 과다한 벌금으로 인해 빚을 지게 되는 곳이라면, 전에 내가 만났던 노래방에 다니는 여성이 했던 말, “이거 안 하면 우리 가족 동반자살 해야 한다. 여긴 빚이 없으니 내가 일한만큼 벌 수 있다. 집창촌 같은 데랑 비교하지 말라”는 얘긴 또 무엇일까.
무엇보다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유예기간 주면 뭐가 달라질 것 같으세요?” 이건 성매매 현장과 아주 가까이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 동안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주고, 정보를 주고, 무엇보다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준비할 수 있잖아요”라고 답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성매매 하면서 탈성매매 준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여요. 성매매를 하는 동안은 딴 생각 하기 어렵거든요. ‘언젠가 나가야지’ 하면서도,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 지에 대해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제일 무서운 게 자포자기에요.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편이 낫지, 나이만 들어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어요.”
그의 얘기는 확실히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성매매 여성들 거의 대부분 “여기 오래 안 있는다. 이 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 어딨냐”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탈성매매를 차곡차곡 준비해서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돌고 돌 뿐이다. 그나마 성공한(?) 케이스가 그 자리에 눌러앉아 ‘마담’이 되어 다른 여성들을 관리하는 것 아니던가. 나는 단식농성장에 있던 다섯 명의 여성들에게 물었다. “유예 기간 주면 해결이 되나요? 성매매 여성들이 나이만 먹는 것 아닌가요?” 여기에 답한 사람은 김문희씨였는데, “우린 계획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논의를 통해, 현실적으로 일부 ‘유예’가 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상황에서 나는 ‘최대한’의 것을 이들 여성들이 얻어내는 방법을 요구해야 될 때라고 본다. 누구에게서? 국가와 성구매자들에게서. 지금 정부가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고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만 선택 아닌 선택을 이야기하며 죽어나고 있는게 아닌가.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성매매 여성들도, 포주도,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국가가 어떻게 여성들의 성을 계획적으로 팔아왔는지에 대한 것이다. 국가만이 아니다. 실상 얼마나 많은 자식들이 어머니가 성을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꾸려왔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딸과 누나, 동생이 성을 팔아 번 돈으로 생활하고 교육받아 왔더란 말인가. 집창촌에는 딸자식 데려와 맡기고 선불금 챙겨가는 부모도 있고, 돈 벌어오라며 집창촌으로 아내의 등을 떠미는 남편도 있다. 이번에 만난 단식농성장의 여성들도 이를 증언했다.
물론 그들 역시 특별히 이기적인 인간들이라기보다 빈곤해서일 것이다. 가족생계비를 얘기하는 성매매 여성들 모두 실질적인 가장이며, 사실상 자신의 생계비를 얘기하는 성매매 여성들 전부 실질적인 생계책임자다. 그런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여성은 생계책임자가 아니라고 보는 나라다. 노동시장이 여성들의 노동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복지정책이 이들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빈곤한 여성들은 성매매로 유입될 수밖에. 그 역사가 깊은 관계로 이들의 수가 이제 공식통계 33만에서 비공식 통계 150만에 달하고 있다.
단식농성장의 여성들은 “청소년 유입 철저히 막고, 우리에게 유예기간 주고, 다른 겸업형 업소들 치면 되지 않냐”고 말하지만, 만약 여성들의 생존권이 성매매를 통해서밖에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업소들에 있는 여성들 상당수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그리고 청소년들 역시 마땅한 생계대책이 없는데 청소년 유입은 왜 막는가. 집창촌이 정말 그렇게 고소득 직종(여성에게 한해서)이라면 지금 카드빚 때문에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머니를, 아내를, 딸을 집창촌으로 보내는 것이 죽음보단 나은 방법 아닌가? 실제로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러나 그것을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특별 예산, 여성뉴딜을 생각할 때
모든 정책에 있어서 생계책임자로서의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 온 국가, 성매매를 유도하고 묵인해 온 국가는 특별 예산을 통해, 최대한의 노력과 대책모색을 통해 이들 여성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 성매매 여성들 수만큼이나 많은 중개업자들, 포주들, 그리고 여성들의 성을 사고 즐길 만큼의 호주머니 사정이 있는 수많은 성구매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단식농성장의 성매매 여성들, 가족들의 병원비와 생활비 얘기가 가장 많다. 정부는 이런 실태에 대해 알고 있는가.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도 정확한 실태파악에 기초해서 마련돼야 한다. 만약 가족의 의료비가 이들 여성들에게 큰 문제라면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의료비를 지원해줘야 한다. 사회보장제도란 도저히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던가.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지금까지 여성들을 성매매 업소로 보내온 것 아닌가. 지금은 여성뉴딜에 대해 생각할 때다.
단속의 경우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직도 감금상태에 있는 여성들, 빚에 예속되어 있는 여성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현장을 잡기 어려워서 단속이 어렵다”는 주장을 나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보여줬지만, 스웨덴에선 남성이 흥정만 해도 경찰이 체포한다. 업소에서 성매매가 행해지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데, 언제까지 “현장을 덮쳐야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로 나올 것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쯤은 모든 성매매 업소들에 “걸리면 전 재산 압수”라는 경고장이라도 발송했어야 했다.
중개업자들과 성구매자들에게서 돈을 압수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주는 방책도 강구할 일이다. 사실상 이 나라는 빈곤 때문에 여성들은 성매매로 유입이 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남성들은 ‘돈이 있어서’ 성구매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차별국가의 성별 격차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빈곤하다. ‘덜 빈곤한’ 남성들에게서 '보다 빈곤한' 여성들에게로 부가 재분배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조건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되어있지 않다. 성매매 여성들, 비슷한 형태의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조차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들의 생계부담의 정도 역시 천차만별인데, 이런 기본적인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채로 어떻게 성매매 여성들에게 지원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가. 여성들과 만나 정확한 실태파악을 하는 단계부터 예산을 확보할 일이다. 인권과 노동권을 얘기하는 시민사회 단체들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지 관심과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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