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우리의 과제
'성매매의 수요(Demand)를 차단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조영숙
1. '성매매방지법' 시행 초기에 발생한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혼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성매매알선처벌법)과 '성매매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지난 3월2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6개월의 예고기간을 거쳐 지난 9월 23일부터 시행되자마자 한국사회는 성매매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경제 관료와 기업가들은 법 시행 이후, '9.23 테러', 또는 '9.23 계엄'이라는 등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성매매특별법'이 경제성장의 악재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남성을 대표한다고 자임하는 일부 남성들은 '성매매금지법'이 남성의 성욕을 억압하는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반인권법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면서 위헌소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언론 또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포주들의 불법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생중계해줌으로써 범법자들의 주장을 국민에게 전파하는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오랫동안 보여주었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가 사회적 충격을 던진 이후, 성매매 여성들과 여성단체를 대립시키면서 '여?여 갈등'을 부추기는 흐름 또한 발생하였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로 알려졌던 3회에 걸친 대규모 집회는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이 확실시 되던 지난해 2003년 12월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 포주들이 부산 완월동에 모여 결성한 '한터'(한 터전에서 함께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라는 포주들의 연합조직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금과 인원이 동원되고 준비된 집회였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법 시행이후 한 달 동안 발생했던 혼란은 지난 10월 19일 포주들에 의해 동원된 집회에 참석했던 성매매여성 대표들이 한국여성단체연합에 항의 방문하였다가 오히려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일주일 후인 10월 27일 이루어진 '부산 완월동과 인천 숭의동 집결지 시범사업 촉구 기자회견' 이후 반전되기 시작하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은 '탈 성매매를 통한 생존권' 보장만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진정으로 보장하는 길이며, 이를 위한 국가 및 사회적 지원의 확대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였다. 이후 언론 또한 포주들에 의한 여성들의 인권침해의 심각성과 탈 성매매를 통한 여성들의 보호와 지원의 중요성을 지적하게 되었고, 국민적 의식변화가 서서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지난 3달간의 혼란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폐지되고 2004년 '성매매알선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시행된 지금까지 언제 한번이라도 우리사회가 그리고 개개인이 성매매에 관해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해 본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난 4개월 동안 겪은 혼란은 지금까지 미뤄왔던 오래된 숙제인 '성매매'에 관한 올바른 의식의 정립과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야단법석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2.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입법(Legislation)' 논쟁
현재 국제사회는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개념을 둘러싸고 상반된 두 개의 큰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2000년 미국이 제정한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이며, 다른 하나는 같은 해 12월 제정된 '유엔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 특히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 방지 및 처벌에 관한 부속의정서(Protocol to prevention, suppress and punish trafficking in person, especially women and children, supplementing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이다.
우선 미국의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은 '심각한 인신매매' 즉 강제와 사기에 의한 인신매매임이 증명된 경우에만 피해자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보호 및 지원이 이루어지며, 이와 관련된 인신매매 사범에 대한 처벌이 집행된다. 그 결과 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난 2002년까지 단 4건만이 기소되는 등 법의 적용범위가 극히 협소하고, 인신매매 범죄 집단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1월5일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의 성과를 확인하러 서울을 방문했던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대책반의 존 밀러(Ambassador John R. Miller, Office to Monitor and Combat Trafficking in Person, US Department of State) 대사와의 대담에서 미국 정부가 2005년 상원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인신매매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아울러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이와는 달리, 2000년 비준된 '유엔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 특히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 방지 및 처벌에 관한 부속의정서'는 인신매매 피해자 특히 성매매를 위해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니며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알선 범죄자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불리한 처지를 이용해서 얻어낸 소위 '자발적 동의'는 무효화함으로써 '강제'를 증명하지 못한 여성 또한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주었다. 그 결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그동안 피해사실을 증명해야 했던 과거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와 함께 협약은, 각국 정부에 대해 유엔협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법을 집행(Prosecution)하고, 피해자를 보호(Protection)하며, 예방(Prevention)을 위한 '3P 전략'을 일련의 시스템으로 마련해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엔 인신매매방지부속의정서'는 대부분의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성매매 또는 다양한 형태의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성매매로 인한 성적 착취와 인신매매는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신매매된 것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피해자들도 국제협약의 정신에 기초해서 보호받아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즉, 성매매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성적 인신매매와 성매매를 별도의 현상으로 구분하고, 인신매매는 유해하지만, 성매매는 무해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신매매에 대해서는 범죄로 금지하는 반면 성매매는 합법화하거나 또는 규제하려는 흐름이 존재한다. 네델란드와 독일은 포주(Pimp)와 성매매 집결지(Brothel) 그리고 성 구매자(Buyer)에 대한 비범죄화 (Decriminalized)를 통해 성매매를 합법화시킨(Legalized) 대표적인 국가이다.
그러나 성매매가 합법화된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성매매의 합법화가 인신매매는 물론 국내의 성매매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성매매의 수요가 급증함과 동시에 성매매 업소의 수가 팽창한다. 성매매 합법화의 또 다른 결과로 섹스관광이 증가하자, 주변국 남성뿐만 아니라 자국 남성들의 수요 또한 증가한다. 이에 자국 여성들로만 충당되지 않을 경우, 외국여성들이 인신매매된다.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자국 여성에 비해 저렴하고, 젊고, 고객의 다양한 취향에 부응하며, 통제하기 더욱 용이하다. 따라서 성매매 업주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여성들을 인신매매하게 되고, 더 많은 국내의 수요와 섹스관광의 증가를 불러일으킨다. 그 결과가 바로 섹스의 도시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은 성매매가 합법화되자 네델란드 남성은 물론 주변국에서까지 원정 온 남성들에 의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네델란드 여성보다는 가난한 주변국 주로 동유럽 여성들이 인신매매되어 성매매를 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현재 네델란드 성매매 여성의 80%는 외국인 여성이라는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성매매의 합법화는 가난한 주변국가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를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제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스웨덴은 동유럽에서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되어 오는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의 '수요(Demand)'를 차단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하였다. 여성의 참여가 50%에 달하는 성 평등한 구성을 갖고 있는 스웨덴 의회는 5년간의 토론을 통해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자,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 제정에 나섰다. 그 결과, 포주와 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뿐만이 아니라 성 구매자를 직접 처벌하는 반면 이미 성매매를 통한 성적 착취와 피해를 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비범죄화하면서 보호하는 '성구매방지법'을 1999년에 제정하여 현재까지 실시하고 있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스웨덴 정부는 대중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실을 확산시킴으로써 사회적으로 성매매를 범죄로 각인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의식개혁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스웨덴은 비록 성매매와 성적 인신매매가 급속하게 축소되지는 않았지만,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주변 국가에 비해 국제 인신매매 범죄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국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히 증명되었다. 즉 스웨덴 정부가 보여준 성매매와 인신매매 금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국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성적 인신매매의 수요가 최소한 스웨덴에서는 차단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3.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 - '수요'(Demand)를 차단해야 한다.
이미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각국별로 성매매를 둘러싼 입법은 상이하다. 그리고 현재 국제사회는 포주와 구매자 그리고 성매매 여성 모두를 비범죄화 함으로써 성매매를 합법화시킨 네델란드 모델 (Dutch Model)과 성매매를 금지하되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하는 대신 포주 및 알선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스웨덴 모델(Swedish Model) 중 어느 것이 더 성매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직한 제도인가의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네델란드의 성매매 합법화 정책이 결과적으로 국제적인 인신매매 집단에게 환영받으며, 알선범죄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국제사회의 입법 기조는 성매매의 수요(demand)를 차단함으로써, 국내의 성매매는 물론 국제적인 인신매매까지 차단하고자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태국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는 성매매를 금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성매매 집결지를 허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섹스관광을 통해 여성에 대한 상업적 성 착취(Commercial Sexual Exploitation)를 용인하는 법과 현실이 극명히 대비되는 국가군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유엔 인신매매방지협약'과 스웨덴의 입법모델을 따라 만들어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말뿐인 성매매 금지국가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성매매방지를 위한 본격적인 국가적,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책임을 지는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우선 새로 시행되는 법은 명칭에서도 나와 있듯이, '성매매알선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법제정에 나섰던 여성단체들이 원래 제안했던 내용 중 일부는 입법과정에서 관철되지 않아 완전한 스웨덴 모델을 따랐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스웨덴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서는 비범죄화하는 반면 성 구매자는 처벌하도록 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으로 하여금 성매매를 강요당하였다는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여, 미국의 입법 예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제적인 성매매임을 증명하지 못한 여성들은 처벌면제와 보호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입법적인 한계와 사회적 인식과 준비의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사회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큰 흐름을 막 시작한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인식과 선택을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국내에서의 성매매와 국제사회에서의 인신매매는 극도의 인권침해를 낳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문제라는 인식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을 삼아야 한다. 성매매와 인신매매 는 둘 다 빈곤과 차별에 의해 취약한 여성과 소녀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으며, 폭력으로 인한 외상후증후군 나아가 질병과 빈곤을 피해자에게 남겨준다. 양자 모두 성적, 경제적으로 여성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수자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알선집단의 공급과정의 조직화와 그 과정에서의 착취의 심화가 수반된다. 그리고 자발적 성매매와 성적 인신매매를 구분하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성매매 알선업주들의 이윤과 성매매 알선범죄를 보호하고 나아가 성매매 알선범죄의 합법화라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성매매를 허용하는 한 인신매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 반면,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의 수요가 줄어들면 자연히 성매매 여성들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 구매가 없어지면 성매매도 사라지게 된다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서 우리는 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약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책임성을 높여 개인, 가족, 시민사회, 나아가 국가 전체가 평등하고 정의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이자 그들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임을 인식할 때, 성매매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남성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성매매여성 지원단체인 SAGE (Standing Against Global Exploitation)와 샌스란시스코 지역 검찰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John's School (성구매자에 대한 의식교육 기관)에서 교육받은 수강생의 재범률이 2%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향후 한국에서의 '성매매방지법'의 성패는 새로운 수요를 끊임없이 조장하여 성구매자를 양산시키는 알선범죄의 강력한 처벌과 이를 통한 성매매 업소의 축소에 달려있다. 동시에 성매매의 희생양이 되어왔던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보호와 지원을 통해 탈 성매매의 전망을 밝혀 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이 '성구매방지법' 제정 이후 대대적으로 정부의 노력으로 추진된 바 있는 성매매 예방교육과 성매매 방지를 위한 의식개선 캠페인 등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사회발전을 위해 책임질 줄 아는 개인의 올바른 선택이다. 성매매를 'NO'할 수 있는 시민의 수가 많아질수록 성매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 23일 이후 시작된 성매매방지를 위한 한국사회 새로운 출발, 비록 혼란은 있었지만 빨리 극복하였고, 준비가 부족하긴 했으나 재빨리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이를 끝까지 관철시키기 위한 끈기와 지속적인 노력이 관건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성 평등 민주사회로 만들어온 시민사회의 능력을 믿는다.
2004.12.28 ⓒ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