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매매 법부터 알자, 민변 <성매매 관련 법률 안내서> 발간

탈성매매, 법부터 알자

막달레나의집, 민변 <성매매 관련 법률 안내서> 발간

문이정민 기자
2005-01-03 00:22:58

탈성매매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부딪히게 되는 커다란 산은 바로 ‘법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여성들은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과정까지 적절한 법적인 대처를 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매매피해자들의 쉼터인 ‘막달레나의집’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함께 <성매매 관련 법률 안내서>를 발간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업주와 ‘빚’의 고리로 얽혀있기 때문에 업주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경우에도 도리어 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불금을 받고 이후 각종 명목으로 불어난 빚 등 채무관계가 성매매 여성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이러한 착취고리 해결을 위한 형사, 민사상의 대응방법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동안 관련 실무자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할 때, 필요로 했던 실체법적인 안내와 절차상의 안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처벌법에 해당되는 범죄행위 유형

사기죄, 성매매 알선, 고용, 모집, 소개, 인신매매자 등의 폭행협박문제는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이하 처벌법)에 의해 형사에서 다룬다.

피의자 00는 2002년. 1월 초순 일자미상 03:00경 00시 00소재 00 모텔 호실 미상에서 피해자에게 “3종 업소에 가서 일해라”고 하였으나 거절한다는 이유로 “씹할 년, 좆 같은 년, 잘난 데가 어디가 있느냐”는 등 폭언을 하면서 가슴부위를 3-4회 때려 폭행하고..(폭행죄, 협박죄 등으로 입건된 사례)

피고 00는 위 망인들을 비롯한 접대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숙소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출입문 열쇠를 잠궈 시정장치를 하고, 위 망인들이 미용실 등에 가기 위해 외출을 할 때도 동업자인 소외 00와 교대로 항상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금하였다. (군산시 대명동 화재사건 판결문 중 감금행위 인정부분)

…피고인은 고궁주점에서 술시중을 들면서 때로는 손님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는 등 약 40일 동안 일을 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선불금 채무는 금 1,610만원 되었던 사실, (중략) 00는 피해자(현 업주를 말함)는 00로부터 피고인을 넘겨받은 후 피고인에게 접대부 1인 당 금 40만원의 매상을 올려야 하고 (중략) 등의 내부규정을 알려준 다음 피고인에게 손님들에 대한 술시중과 윤락행위를 하도록 요구하였고..(사기관련 판례에서 나타난 지배관리행위)

이렇듯 폭행과 협박, “원할 때 현재의 장소로부터 자신의 의사로 이동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한 감금,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여성을 지배관리하면서 제 3자에게 인계하는 행위들은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특히 위 세 번째 사례의 경우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일종의 부녀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신매매’로도 처벌 가능하다.

그러나 처벌법에 의해 업주를 처벌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처벌법에서는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 당한 자,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등을 당한 자 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업주를 성매매알선죄로 처벌할 경우 실제로는 법률상 처벌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피해자가 반사적으로 성매매로 인해 처벌 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횡령, 공갈, 감금, 사기, 강간죄로 형사처벌 가능

안내서는 처벌법 외에도 기타 다른 법률에 의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가령 업주가 성매매 여성과 손님으로부터 받은 화대를 5:5로 나눠 갖기로 약속했음에도 업주가 손님으로부터 접대비와 화대를 받고 여성에게 절반을 돌려주지 않은 경우에는 ‘횡령죄’로 처벌 가능하다. 지난 1999년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제반 사정에 비추어 포주의 불법성이 윤락녀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크다는 이유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업주나 사채업자가 성매매 여성에게 ‘3종에 넘기겠다’며 위협하고 폭력을 행사해 선불금이 증액된 차용증을 작성하도록 한 경우 ‘공갈죄’가 적용된다. 이때 입증해야 할 사항이나 제출해야 할 증거는 두려움을 느끼게 할 만한 폭언과 폭력행사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언이나 진단서, 업주가 작성하도록 강요한 차용증 등이다. 업주나 사채업자가 여성에게 채무금 변제를 요구하며 3종 업소로 넘기겠다고 위협한 경우는 ‘협박죄’도 성립한다.

이 외에도 업소나 숙소에 쇠창살 혹은 잠금 장치가 있는 경우, 또 없다고 하더라도 자유로운 출입을 할 수 없게 감시하는 체계가 있는 경우 ‘감금죄’가 성립하며 증언이나 잠금 장치를 촬영한 사진 등은 제출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업주가 성매매 여성에게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에 속은 여성이 접대부로 일했는데 업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 ‘사기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2차 성매매 업소의 유흥업소 접객원도 강간죄, 강제추행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업주가 폭행, 협박을 행사해 강제로 성관계를 갖은 경우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고, 강제로 여성을 나체로 만들거나 여성의 특정 부위를 만진 경우에는 강간추행죄가 성립한다.

‘선불금’ 사기와 ‘대여금’ 사기는 다르다

성매매 여성들을 도리어 피의자로 만드는 ‘선불금’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안내서는 "오랫동안 ‘선불금’ 사기는 ‘대여금’ 사기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수사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여금’ 사기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문제되는 사기죄로 수사기관은 돈 빌릴 당시 채무자의 재정 능력 및 변제 능력을 수사해 사기의 고의 유무를 결정한다. 수사결과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다른 빚이 많거나 갚아나갈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기의 고의가 인정돼 처벌 받게 된다.

안내서는 “이러한 잣대로 ‘선불금’ 사기사건을 수사한다면 성매매 여성은 당연히 처벌 받게 될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이 유흥업소에서 일하기로 하고 선불금을 지급 받을 당시 다른 빚이 없거나 자신 명의의 재산을 가진 여성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그러나 선불금 사기 사건을 살펴봤을 때 ‘선불금’이라는 것이 일정 기간 근로를 조건으로 지급되는 금원이라는 점, 일반적으로 유흥업소에서 2차 성매매 영업을 알선 강요하는 매개로 사용된다는 점, 여성이 일하는 동안 선불금을 변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불합리한 성산업의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 바로 ‘선불금’ 사기사건의 본질이며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점차 수사의 방향이 재정립 돼 가고 있다고.

이와 관련해 무죄 또는 무혐의 처분된 사건의 사례를 살펴보자. 주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여성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고소인에게 선불금 명목으로 금 00원을 주면 종업원으로 일하고 그만둘 때 이를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해 속였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이 경우 1심에서 “선불금은 상당액의 선이자, 수수료를 포함하고 있어 업소에서 유흥접객행위만으로 원금도 갚기가 어려워 윤락행위까지 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불법적인 윤락 강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위험성이 높다”면서 일반 차용금 사기사건과의 다른 점을 지적했다.

또 2심에서 “단순히 선불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사기를 인정하여서는 안되며, 실제로 근무하였음에도 선불금을 변제하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업주로부터 지급 받은 급료를 변제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등 여성의 책임에 기인한 것인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이 판결은 그 여성이 종업원으로서 계속 일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선불금 형성 경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 ‘선불금’ 사기와 ‘대여금’ 사기를 어떤 기준으로 구별해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의미가 있다.

민사법적인 대응방법

이어 민사법적인 사례 및 대응책도 소개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이 업소를 탈출해 선불금 때문에 위협에 시달릴 때 민사법적인 해결내용으로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선불금의 경우 법적으로 선불금 채무는 무효이므로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업주가 계속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이상,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이 채무가 무효임을 법원으로 확인 받을 수 있다. 선불금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면 업소에서 일해서 번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선불금 채무가 무효이므로 업주가 여성에게 지불할 급여를 선불금 채무에 충당한 것은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된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은 소송을 통해 급여를 돌려받을 수 있다.

또한 업주가 폭행, 협박, 욕설을 자행해 고통을 주고, 몸이 아플 때도 강제로 손님을 받게 하거나 늘 감시하면서 감금을 하며 도망 나온 이후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경우 이러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즉 성매매 여성이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은 채무부존재확인청구의 소, 손해배상청구의 소, 급여청구의 소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로 요약된다. 안내서에는 이러한 모든 법적 대응의 구성요건과 더불어 신고 및 소송진행절차에 관해서도 세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발간한 막달레나의집은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기 시작했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조언이나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전문 법조인이나 변호사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본 안내서가 개인의 상식이나 지식에 의존해야 했던 단체 상담원 혹은 실무자들이 특히 갈급했던 법적 과정의 내용이 법률전문가에 의해 풍부하게 담겨 있으며, 이 안내서를 시작으로 다양한 자료들이 파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달레나의집 02-794-8384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02-522-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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